
중국 관영매체가 필리핀인을 원숭이로 묘사한 인공지능(AI) 영상을 온라인에 올렸다가 거센 항의에 부딪혔다.
18일(현지시간) 로이터·블룸버그·AP 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관영 영문 매체 차이나데일리는 최근 자사 소셜미디어(SNS) 페이스북에 이런 영상을 게시했다. 영상에는 필리핀 전통 의상을 입은 원숭이가 미국과 일본을 상징하는 사람 팔의 지시에 따라 노래를 부르는 듯한 모습이 담겼다. 원숭이는 "멍청하다"는 말을 들은 뒤 "남중국해 중재 판정"이라고 적힌 종이를 꺼내 들지만, 곧 바다로 내던져져 물대포 공격을 받는다.
게시 시점도 공교로웠다. 영상이 올라온 지난 10일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중재 판결 10주년을 맞아 필리핀이 기념행사를 연 날이었다.
중국은 오래전부터 남중국해에 'U'자 형태로 9개 선(구단선)을 긋고 그 안쪽 대부분이 자국 영역이라고 주장해 왔다. 필리핀은 2013년 중국이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을 위반했다며 PCA에 소송을 제기해 2016년 사실상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PCA는 중국의 영유권 주장에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지만, 중국은 이를 무시한 채 필리핀은 물론 베트남과 대만,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과도 마찰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의 동맹국인 필리핀은 2022년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 집권 이후 전임 정권의 친중 노선을 뒤집고 관련 법까지 제정하며 강하게 맞서는 중이다.
필리핀 외교부는 "(해당 AI 영상은) 인종차별적이고 심각하게 모욕적"이라며 "불쾌해 용납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어 "무책임한 자료를 삭제하라"며 "중국이 공론장에서 존엄성과 존중을 지키길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길베르토 테오도로 필리핀 국방부 장관도 성명에서 "최근 중국 공산당의 비인간적 행위는 너무나 명백해 무시하거나 간과할 수 없다"며 "그들이 안정적이거나 신뢰할 수 있는 이웃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 영상이 자국의 공식 입장을 대변하지 않는다며 논평할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해당 영상은 이날 현재 차이나데일리 페이스북 계정에서 삭제된 상태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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