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출근룩으론 아직 무리?'…폭염·폭우에 대박 난 '아저씨 바지'

입력 2026-07-19 12:01   수정 2026-07-19 21:10

'월요일 출근룩으론 아직 무리?'…폭염·폭우에 대박 난 '아저씨 바지'

사진=LF, 신세계인터내셔날
기후변화로 폭염이 길어지고 국지성 집중호우가 잦아지면서 여름 패션 소비 트렌드도 달라지고 있다. 무릎 길이의 '버뮤다팬츠'가 올여름 대표 아이템으로 자리 잡은 가운데, 레인부츠와 방수 가방, 샌동화(샌들+운동화) 등 기능성과 실용성을 앞세운 제품들의 인기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패션업계는 최근 기후 변화에 맞춘 여름 제품군을 확대하며 소비자 공략에 나서고 있다. 특히 버뮤다팬츠는 짧은 반바지보다 부담이 적고 폭우에도 바짓단이 쉽게 젖지 않는 실용성 덕분에 주요 브랜드에서 판매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이랜드월드가 운영하는 SPA(제조·유통 일괄) 브랜드 스파오의 경우 4월 입고 물량 기준 지난 15일까지 버뮤다팬츠 물량 소진율이 90%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포인트 상승했다. 여성 SPA 브랜드 미쏘의 최근 3개월 버뮤다팬츠 매출도 지난해보다 13% 증가했다.

이랜드월드는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동남아시아와 같은 스콜성 호우가 잦아지면서 바지 밑단이 쉽게 젖지 않는 버뮤다팬츠가 실용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레인부츠나 젤리슈즈, 스니커즈, 로퍼 등 다양한 신발과 자연스럽게 어울려 장마철에도 활용도가 높다는 설명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최근 5년(2021∼2025년) 전국 평균 폭염일수는 19일로 1970년대 평균인 8일의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시간당 50㎜ 이상 집중호우 발생 횟수도 같은 기간 10회에서 31회로 증가해 폭염과 집중호우가 반복되는 여름이 일상이 되고 있다.

사진=이랜드월드
버뮤다팬츠의 인기는 기후 변화뿐 아니라 이른바 '꾸안꾸'(Effortless Chic) 트렌드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한때 '촌스러운 아저씨 바지'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셀럽들의 착장과 글로벌 브랜드들의 컬렉션을 계기로 패션 아이템으로 재조명받고 있다.

실제 에르메스, 발렌시아가 등 글로벌 브랜드들이 올해 봄·여름 컬렉션에서 버뮤다팬츠를 선보였고, 저스틴 비버와 젠다이아, 에스파의 카리나 등 국내외 유명 인사들이 버뮤다팬츠를 입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버뮤다팬츠의 인기는 패션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우선 패션 플랫폼 무신사에서 관련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7월 들어 무신사 내 '버뮤다 반바지' 검색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5% 증가했고, '여름 버뮤다'는 60%, '버뮤다 스웻팬츠'는 37% 각각 늘었다.

무신사 스탠다드의 올해 버뮤다팬츠 누적 판매량은 지난 10일 기준 19만장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 증가했다. 거래액도 18% 이상 늘었다.

LF도 올여름 버뮤다팬츠를 클래식 캐주얼의 핵심 아이템으로 내세우고 있다. 헤지스는 여성 데님 버뮤다팬츠 물량을 지난해보다 약 20% 늘렸으며, 이달 들어 데님 버뮤다팬츠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80% 증가했다.

남성 라인은 국내 소비자 체형과 선호도를 고려해 글로벌 브랜드보다 여유로운 기장의 제품으로 선보였다. 버뮤다팬츠 구매 고객의 절반가량은 30∼40대로 일반 팬츠보다 젊은 고객층의 유입이 두드러졌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에잇세컨즈는 스웨트와 코튼, 나일론, 데님, 카고 등 다양한 소재의 버뮤다팬츠를 출시해 일부 상품이 이미 품절됐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와이드핏 트렌드 속에 편안한 착용감과 짧은 반바지보다 부담이 적은 기장 덕분에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도 버뮤다팬츠 스타일을 대폭 강화했다. 스튜디오 톰보이는 올해 버뮤다팬츠 스타일 수를 지난해보다 60% 이상 늘렸고, 보브(VOV) 역시 직조 원단(우븐) 팬츠를 중심으로 버뮤다 스타일을 확대했다.

특히 보브의 경우 데님과 가죽 소재의 버뮤다팬츠가 좋은 반응을 얻어 버뮤다팬츠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했다.

한섬의 마인도 버뮤다팬츠의 품목을 확대했고 판매율도 지난해보다 높아졌다.

타임과 시스템 등에서는 버뮤다팬츠와 함께 7∼8부 길이의 카프리 팬츠도 새로운 여름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일부 상품은 조기 완판돼 추가 생산에 들어갔다.
기후 변화는 레인부츠와 방수 가방 등 장마철 패션 아이템 시장도 키우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빈폴액세서리는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애니웨더(Any Weather)' 라인을 강화했다.

지난해 처음 선보인 애니웨더는 레인부츠와 우양산에 더해 올해는 레인 판초와 생활방수 가방까지 품목을 확대했으며, 제품 물량도 지난해보다 두 배 가까이 늘렸다.

LF는 장마철 신발 선택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과거에는 통풍성을 주로 따졌지만, 최근에는 젖은 노면에서의 접지력과 쿠셔닝, 빠른 건조성까지 고려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기능성 신발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아웃도어 브랜드 킨(KEEN)의 샌동화인 하이퍼포트와 제라포트의 지난 6월 매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약 85% 증가했다. 올해 3월 출시한 아일랜드 슬리퍼의 EVA(합성수지) 소재 제품도 일부 상품이 전 치수 완판되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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