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 TSMC가 미국 애리조나 공장 투자 규모를 2천650억달러(약 397조5천억원)로 확대하기로 했다. 인공지능(AI) 반도체의 강한 수요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생산시설을 대폭 늘리는 동시에 경쟁사와의 격차를 벌리겠다는 전략이다.
웬델 황(黃仁昭) TSMC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0일 블룸버그·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고객들의 강한 수요, 다년간의 구조적 수요를 계속 보고 있다. 애리조나 사업 진행 상황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공격적 설비투자와 급증하는 이익률로 글로벌 반도체 수요의 바로미터로 꼽히는 TSMC가 장기 수요 전망을 재확인한 셈이다.
황 CFO는 "우리는 고객의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곳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있다"며 "다른 누구에게도 먹을 것을 남겨둘 생각이 없다는 점을 보여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금액이 사상 최대 규모의 미국 내 외국인직접투자(FDI)라고 덧붙였다.
앞서 웨이저자 TSMC 회장은 지난 16일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이번에 추가되는 1천억달러가 공장 4곳 신설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TSMC의 애리조나 거점은 최종적으로 반도체 생산공장 10곳과 패키징 시설 2곳, 연구개발(R&D)센터 1곳을 갖추게 된다.
애리조나 단지 내 개별 공장의 진척 상황을 보면, 1호 공장은 이미 가동 중이며 대만 내 주력 공장과 동등한 수율을 내고 있다. 2호 공장은 곧 장비 반입을 시작하고, 3호 공장은 건설이 진행 중이며, 4호 공장과 첫 첨단 패키징 시설은 사전 작업에 들어간 상태다.
황 CFO는 CNBC 인터뷰에서 4나노 공정은 이미 양산에 들어갔으며, 2나노 공정이 다음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2나노는 앞으로 몇 분기에 걸쳐 점점 더 커질 것"이라며, 2분기 첫 매출을 낸 데 이어 3분기부터는 이 공정이 새로운 매출 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내 공장 건설 비용이 대만보다 4∼5배 높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해외 사업 규모가 커질수록 초기 이익률이 희석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미국 반도체 생태계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규 투자되는 1천억달러의 용처에 대해서는 "전공정(웨이퍼 파운드리)과 후공정(첨단 패키징) 공장 모두에 쓰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TSMC의 미국 투자 확대에는 첨단 반도체 생산이 지진 위험이 있는 대만에 집중된 데 대한 미국 정부의 지정학적 우려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반도체 생산 기반을 미국으로 돌리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도 힘을 실어주는 조치로 받아들여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대만이 미국의 반도체 사업을 "훔쳐 갔다"고 비판하며, 임기가 끝날 때쯤 미국이 전 세계 반도체 생산능력의 50%를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왔다.
시장의 평가는 엇갈렸다. 중국 GF증권은 실적발표 후 "TSMC의 설비투자 가속이 AI 사이클 본격화 후 1년6개월∼2년이 경과한 2025년에야 시작된 점은 점유율 상실이나 수요의 경쟁사 이전을시사한다"며 투자의견을 하향했고, 이후 글로벌 기술주 매도세가 나타났다.
TSMC 주가는 사상 최대 실적 발표에도 지난 17일 대만 증시에서 7.3% 하락했다. 다만 올해 누적 상승률은 여전히 50%에 육박한다.
황 CFO는 자금 조달과 관련해 시장 여건이 우호적이라면 회사채 발행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황 CFO는 미국에서 사업을 확장하더라도 최신 기술은 대만에서 먼저 양산할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차세대 반도체는 R&D 조직과 공장 간 긴밀한 협업이 필요해 대만에서 이뤄져야 하며, 안정화한 이후에야 해외 이전을 고려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TSMC는 대만에도 향후 수년간 첨단 공장 13곳을 추가로 지을 계획이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hankyungtv.com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