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열풍의 중심에 있는 구글(알파벳)이 그야말로 역대급 성적표를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호실적 발표 직후 시장의 반응은 차갑기만 했는데요. 엄청난 돈을 벌어들인 회사의 주가가 오히려 떨어지는 현상 뒤에는 어떤 배경이 숨어 있을까요.
● 황금알은 여전히 잘 낳습니다
구글의 2분기 총매출은 1년 전보다 24% 급증한 1198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12분기 연속 두 자릿수 성장이라는 대기록을 세웠습니다. 영업이익은 30% 늘어난 408억 달러, 영업이익률도 34.0%에 달했습니다.
사업부별 실적을 들여다보면 회사의 방향성이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구글 클라우드'는 1년 전보다 82% 성장하며 247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월가 예상치였던 224억 달러를 크게 초과한 수치입니다. 수주 잔고는 5140억 달러까지 늘었습니다.
문제는 '광고 수익'이 잠식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검색 광고(633억 달러)는 예상치(634억 달러)에 부합하는 정도에 그쳤고, 제휴 웹사이트에 광고를 띄우는 '구글 네트워크 광고'는 전년 대비 1% 감소한 73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AI 검색 기능이 클릭 중심의 광고 생태계를 갉아먹는 '제 살 깎아먹기'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 배 아프기 시작한 거위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구글이 배탈이 났다고 평가받는 이유는 실적이 아니라 현금흐름의 악화에 있습니다.
2분기 구글이 본업을 통해 벌어들인 영업활동 현금흐름(OCF)은 390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AI 데이터센터와 서버를 짓기 위한 자본지출이 1년 전보다 100% 급증한 449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벌어온 돈보다 설비투자에 쓴 돈이 더 많아지는 현상이 벌어진 거죠.
결국 2분기에 구글의 잉여현금흐름(FCF)은 사상 처음으로 58억 달러 적자를 기록하며 추락했습니다. 최근 12개월 누적 잉여현금흐름은 532억 달러로 전년 동기(667억 달러) 대비 20% 줄었습니다.
글로벌 투자은행 씨티는 구글, 아마존, 메타 등 빅테크 기업들이 2027~2028년에 잉여현금흐름이 일제히 마이너스 구간에 진입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빅테크가 '현금 창출 기계'에서 'AI 투자 블랙홀'로 변모하고 있음을 경고한거죠.
때문에 구글의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애널리스트들의 질문은 '외부 자금 수혈'과 '투자 수익화 시점'에 집중됐습니다. 애널리스트들의 질문과 구글 관계자의 답을 정리해봤습니다.

● 모건스탠리 "구글의 자체 AI 칩은 언제쯤 돈이 될까요?"
모건스탠리의 브라이언 노왁 애널리스트는 이렇게 물었습니다. "구글이 직접 만든 AI 칩인 TPU를 외부 클라우드 고객들에게 판매하겠다고 했습니다. 외부 판매의 가격 전략과 수익화 시점은 정확히 언제입니까?"
순다르 피차이 CEO는 이렇게 답합니다. "현재 AI 솔루션과 인프라 모두에 대해 시장의 엄청난 수요가 몰리고 있습니다. 엔비디아 GPU뿐만 아니라 구글 TPU에 대한 고객들의 관심도 매우 높습니다.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맞춰 TPU 옵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아낫 아시케나지 CFO의 발언이 핵심이었습니다. "TPU 구글 클라우드 수주 잔고(5140억 달러)에 이미 반영돼 있습니다. 수주 잔고의 50% 이상이 향후 24개월 내에 실제 매출로 바뀔 예정입니다. 다만 TPU 하드웨어 매출은 올해 말에 소규모로 인식이 시작되며, 의미 있는 대규모 매출은 2027년에야 본격적으로 실현될 것입니다"
애널리스트는 '막대한 돈을 들여 만든 AI 칩으로 언제 돈을 벌어오느냐'고 물었습니다. 하지만 구글 경영진은 "진짜 큰돈은 올해가 아니라 2027년에야 들어온다"고 시인했죠. 단기적인 수익 기여가 미미하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시장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 웰스파고 "내년에도 막대한 투자를 계속할 건가요?"
웰스파고의 케네스 가우렐스키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가격 상승 속에서 2026~2027년의 설비투자 계획에는 비용 상승분이 제대로 반영돼 있습니까? AI 컴퓨팅 용량을 구글 내부용과 외부 클라우드 고객용으로 어떻게 나누고 있는지 현황을 업데이트해 주세요"라고 물었습니다.
아낫 아시케나지 CFO는 이렇게 답합니다. "우리는 수직 계열화된 자체 TPU 역량을 통해 외부 GPU 의존도를 낮추고 비용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품 가격, 가용성, 현금 지급 타이밍에 따라 분기별 설비투자 수치는 변동될 수 있습니다. 분명한 건 올해 설비투자 규모는 기존에 예고한 1800억~1900억 달러를 그대로 유지할 것이며, 2027년에는 이보다 훨씬 많은 수준으로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점입니다"
투자자들은 '돈이 너무 많이 새어나가니 투자를 좀 줄이지 않을까' 궁금했습니다. 하지만 구글 CFO는 "2026년에 계획한 투자금을 집행하는 건 변함없고, 2027년엔 훨씬 더 많이 쓸 것"이라며 투자 축소는 없음을 못 박았습니다. 이는 현금흐름 악화가 계속될 것이라는 경보음으로 해석됐습니다.
● 다수 애널리스트 "현금이 동났는데 안전한 게 맞나요?"
다수의 애널리스트들은 회사의 재무적 상황에 대해 반복적으로 물었습니다. 구글은 2분기에 회사의 잉여현금흐름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전환한 영향이죠. 특히 구글은 최근 주식과 회사채를 발행해 700억 달러의 외부 자금을 끌어왔습니다. 애널리스트들은 "단순한 재무 최적화인지 아니면 현금이 부족해서 선택한 불가피한 선택인지"를 신랄하게 캐물었습니다.
아낫 아시케나지 CFO는 애널리스트들의 우려를 일축했습니다. 그는 "재무적 기반은 여전히 매우 강력합니다. 12개월 동안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 흐름만 1740억 달러에 달하며, 1분기 말 기준으로 보유한 현금과 유가증권도 1270억 달러나 됩니다. 추가 채권 발행으로 부채가 늘어난 것은 맞지만, 이 자금은 AI 인프라 투자와 일반적인 기업 운영 목적으로 효율적으로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왜 빚까지 내서 투자하느냐'는 가장 민감하고 핵심적인 질문이었습니다. 구글 CFO는 "여전히 가진 돈이 많고 재무가 튼튼하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남겼죠. 구체적인 현금 부족 해소 계획은 밝히지 않고 피해 갔습니다. 시장 투자자들이 구글의 전망치를 신뢰하지 못하고 실적발표 후 주가를 끌어내린 가장 결정적인 장면이었죠.

● 무차입 경영의 종말 '금융전'으로 번진 AI 전쟁
구글은 자신이 낳은 황금알(자체 창출 현금)만으로 모든 투자를 감당하던 회사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부채 잔액이 1000억 달러를 넘어서며 외부에 손을 벌리기 시작했습니다. AI 경쟁이 단순한 기술과 체력전을 넘어, 막대한 자금을 끌어와 버텨야 하는 '금융전'으로 넘어갔음을 뜻합니다.
JP모건은 2026년 빅테크들의 AI 관련 부채 파이낸싱 규모가 19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문제는 현재 미국의 금리가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입니다. 금리가 1%p만 상승해도 빅테크 기업들은 연간 19억 달러라는 막대한 이자 비용을 추가로 짊어져야 합니다.
내 돈으로 투자할 때는 실패해도 회사가 버틸 수 있지만, 고금리 상황에서 남의 돈을 빌려 투자하다가 수익화가 늦어지면 회사의 뿌리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미국의 투자 매체 시킹알파는 "막대한 이자 부담과 현금 흐름 압박을 이기지 못한 구글이 빅테크 중 가장 먼저 AI 설비투자 삭감을 선언하는 회사가 될 수도 있다"는 날카로운 경고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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