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株 폭락 부른 중국판 ASML…'아이성나' 실체는 [B급기자의 B급리포트]

전효성 기자

입력 2026-07-29 10:51   수정 2026-07-29 11:37

반도체株 폭락 부른 중국판 ASML…'아이성나' 실체는 [B급기자의 B급리포트]

中 아이성나, ASML 겨냥한 'DUV 자립' 추진 기술적 한계 많지만, 20년 준비해온 결과물 CXMT 상장으로 드러난 중국의 심리전

27일 미국 IT 매체가 짧은 기사를 보도했다. 상하이 국영기업 '아이성나'가 침지형 DUV 노광장비 양산에 착수했다는 소식이었다. 노광장비란 필름에 사진을 인화하듯 반도체 웨이퍼에 빛을 쏴서 아주 미세한 회로 도면을 찍어내는 기계다.
소식이 전해지자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공포에 휩싸였다. 28일 국내 증시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각각 13.39%, 14.65% 급락했다. 세계 노광기 시장을 독점하던 네덜란드 ASML 주가마저 6%대 떨어졌다.

● 아이성나는 어떤 기업일까

아이성나는 2023년 8월 설립된 회사다. 등록 자본금은 70억 위안(약 1조3000억원)이다. 상하이전기홀딩스와 상하이국제신탁 계열사가 지분을 출자했다. 100% 국유자본으로 만들어진 순수 국책 법인이다.

설립 3년도 안 된 회사가 DUV 양산을 선언한 비결은 기존 조직의 '통합'이다. 아이성나는 2002년부터 '863계획'이라는 국가 로드맵 아래 20년 이상 노광 기술을 쌓아온 상하이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SMEE)의 핵심 팀을 이전받았다. 여기에 2025년 SMIC에 시험 장비를 납품했던 화웨이 계열 위량성의 실적까지 묶었다.

이름을 숨긴 이유는 제재 회피다. SMEE는 이미 미국의 제재 명단에 올라 있어 해외 부품을 살 수 없다. 중국 정부는 아이성나라는 새로운 법인 껍데기를 씌웠다. 이를 통해 해외 핵심 부품 수입 채널을 최대한 오래 유지하려는 전략을 택했다.

중국 노광장비 개발의 역사는 '막으면 만든다'는 한마디로 요약된다. 중국의 DUV 자립 시도는 2002년부터 시작됐다. 2019년 EUV 수출 금지, 2023년 첨단 DUV 수출 제한, 2024년 유지보수 서비스 제한(MATCH 법안)이라는 3단계 제재를 맞이하며 오히려 총력 투자를 불러왔다.
자료=중국경제금융연구소
● '물 한 방울' 기술의 실체

아이성나가 만들었다는 '침지형 DUV'는 렌즈와 반도체 원판 사이에 물을 채워 넣는 기술이다. 돋보기 밑에 물을 떨어뜨리면 빛의 각도가 꺾이면서 글씨가 크게 확대되는 원리와 같다. 물을 이용해 빛을 예리하게 굴절시켜 회로를 미세하게 새기는 것이다.

현재 28나노 공정 회로를 그릴 수 있다. 같은 도면을 여러 번 나누어 인쇄하는 '다중 노광' 기술을 덧붙이면 이론상 7나노 공정까지 생산이 가능하다.

하지만 시험 작동과 실제 양산은 전혀 다른 문제다. 신규 장비가 실제 생산 공장에 투입되려면 18~24개월 동안 까다로운 품질 검증을 거쳐야 한다. 생산 능력 격차도 아득하다. 아이성나의 2026년 생산 목표는 5대, 2027년 목표는 20대다. 반면 ASML은 2025년 한 해에만 같은 종류의 장비를 131대 출하했다. 산술적으로 26배 격차다.

메모리 공장 1개를 돌리는 소요량을 보면 한계는 더욱 명확하다. 월 5만장 규모의 12인치 메모리 라인 1개에 필요한 노광기는 50~100대에 달한다. 중국은 극초미세 붓으로 1번에 회로를 그리는 EUV(극자외선) 장비가 없다. 굵은 붓으로 여러 번 덧칠해야 하므로 필요 장비가 100~200대 이상으로 늘어난다. 연간 5대 생산으로는 공장 1개의 극히 일부분도 대체하기 불가능하다.

ASML은 2004년 이 기술을 상용화해 중국보다 22년이나 앞서 있다. ASML 최신 장비는 하루 6000장 이상의 원판을 처리한다. 도면을 정확한 위치에 찍는 정밀도가 1.5나노미터 이하이며, 365일 중 고장 없이 작동하는 가동률이 95% 이상을 자랑한다. 전 세계 500개 이상의 파트너로 얽힌 거대한 부품 생태계도 중국이 단기간에 넘을 수 없는 벽이다.

● 중국의 4대 결함…아킬레스건은 일본

전문가들은 아이성나 장비가 실전 양산에 진입하려면 4가지 치명적 결함을 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첫째는 '오버레이 정밀도' 부족이다. 고층 아파트를 지을 때 위아래 층 기둥이 정확히 수직으로 일치해야 하는 것과 같다. 반도체도 수십 층의 회로 도면을 겹쳐서 만드는데, 도면 위치가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회로가 끊어져 불량품이 속출한다.

둘째는 시간당 처리하는 원판 수량이 적어 공장 운영 비용이 폭증한다는 점이다. 셋째는 365일 24시간 멈춤 없이 가동할 수 있다는 장기 운행 실증 데이터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큰 아킬레스건은 일본산 부품 의존성이다. 중국은 부품의 85% 이상을 국산화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가장 핵심인 '고성능 렌즈'와 '정밀 광학 부품' 등 나머지 15%는 일본 공급망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현재는 DUV 부품에 대한 제재가 없지만, 글로벌 부품 제재가 확대될 경우 중국 DUV 공장은 재고 소진으로 멈춰 설 수 있다.

● 국유자본과 CXMT 상장이 만든 치밀한 심리전

이러한 한계에도 중국의 움직임이 무서운 이유는 국가 총력전이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반도체 펀드인 국가대기금 3기 3440억위안(약 63조원)을 투입하고 있다. 정부 산하 부처를 통해 국산 장비 구매도 제도적으로 의무화했다. 사기업과 달리 실패해도 국가가 계속 돈을 대는 구조다.

DUV 기술 발표 시점도 치밀하게 설계됐다는 분석이다. 중국 메모리 업체 창신메모리(CXMT)는 27일 상하이 기술주 시장에 상장해 공모가 대비 466% 급등한 49위안으로 마감했다. 단숨에 미국 인텔의 시가총액을 추월한 날이었다.

그날 아이성나의 양산 뉴스가 터졌다. '국산 장비로 국산 메모리를 만든다'는 서사를 제시한 것이다. 이를 통해 CXMT의 기업 가치를 최고로 끌어올리고, 서방 증시를 패닉에 빠뜨려 미국의 추가 제재 의지를 약화시키려는 고도의 심리전이었다는 분석이다.

위 기사의 내용은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의 칼럼을 재가공한 내용입니다. 전병서 소장은 ▷칭화대 석사·푸단대 박사 ▷대우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반도체IT 애널리스트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겸임교수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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