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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3>월가 전체를 커다란 충격에 휩싸이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주말 사이 전 세계 금융권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은 주인공은 바로 24세의 젊은 천재, 레오폴드 아셴브레너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무려 439%라는 경이로운 수익률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던 그의 펀드가 불과 한 달 만에 거대한 자금난을 맞이하며 순식간에 벼랑 끝 위기에 직면했다.
▲ '15세 고교 졸업·오픈AI 출신' 엘리트의 화려한 등장
독일에서 의사 부모 밑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수학과 컴퓨터에 탁월한 재능을 보였던 아셴브레너는 기술업계의 대표적인 수재였다. 독일 학제를 몇 학년씩 건너뛰며 무려 15세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19세에 명문 컬럼비아 대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한 뒤 오픈AI의 핵심 연구팀에서 근무했다. 비록 1년 만에 해고당하는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테크 중심의 헤지펀드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Situational Awareness)'를 설립하며 화려하게 재기했다. 보통의 실리콘밸리 인재들이 벤처캐피털(VC)을 차리는 것과 달리, 그는 유동성이 높은 공개 주식시장에서 최대 수익을 내겠다는 포부로 헤지펀드를 선택해 주목받았다.
▲ 과도한 레버리지가 부른 화근…상·하방 모두에서 대규모 손실
경이로운 성과를 내던 천재가 한순간에 무너진 원인은 과도한 '레버리지(차입 투자)'에 있었다. 7월 들어 시장의 기류가 급변하면서 두 가지 악재를 동시에 맞이한 것이 결정타였다.
첫째는 롱(매수) 포지션의 실패였다. 아셴브레너는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는 무조건 오를 수밖에 없다"는 확신으로 반도체, 메모리, 인프라 관련 주식을 대거 담았다. 그러나 7월 한 달간 빅테크 기업들의 비용 지출 우려가 부각되며 이들 종목이 30%에서 50% 사이로 깊은 조정을 받았고, 이에 따라 수십억 달러의 평가손실이 발생했다.
둘째는 숏(공매도) 포지션의 반전이었다. 그는 "AI가 스스로 일하는 시대가 오면 기존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어도비 같은 기업들의 공매도에 베팅했다. 그러나 그의 예상과 달리 이들 주가가 오히려 튀어 오르면서, 주가가 오르는 쪽과 내리는 쪽 양방향 모두에서 막대한 손실을 보게 되었다.
결국 빚을 잔뜩 내어 매수한 주식 가치가 크게 떨어지자,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주거래 증권사(프라임 브로커)들이 담보 부족 현금을 더 가져오지 않으면 주식을 시장에 강제 처분하겠다며 '마진콜'을 통보했다. 당장 손실을 메울 현금이 없었던 아셴브레너가 위기에 처하고 증권사들이 주식을 시장에 급매물로 내놓으려던 찰나, 월가 최대 헤지펀드 거물인 켄 그리핀이 이끄는 헤지펀드 시타델이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헤지펀드 시타델은 엄청난 할인 가격에 AI 주식들을 대량 확보했고, 아셴브레너의 펀드는 파산을 면하는 대신 100억 달러 규모의 자산만 남긴 채 사모펀드 형태로 연명하는 처지가 되었다.
▲ 2년 전 'AGI 예언자'의 아이러니…28년 전 LTCM 사태 판박이
이번 사태가 시장에 준 충격이 유독 큰 이유는 그가 불과 2년 전인 2024년 6월, 165페이지 분량의 에세이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Situational Awareness)>를 발표하며 'AI 예언자' 타이틀을 얻은 인물이기 때문이다. 당시 그의 인사이트는 금융권뿐 아니라 정재계 전반에 큰 화제를 모았으며, "2027년이면 인공일반지능(AGI)이 도래해 전 세계 국가 안보와 경제 지형이 통째로 뒤바뀔 것"이라는 메시지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안타까움을 더한 것은 펀드가 무너지기 시작한 시점이 하필 아셴브레너의 결혼식 주간이었으며, 하객들이 도착할 즈음 파산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다는 점이다. 참고로 그의 약혼녀는 오픈AI의 최대 라이벌인 앤트로픽 CEO의 비서실장, 아비탈 발윗이다.
월가에서는 이번 사태를 두고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월가 코칭업체를 운영하는 제리 디아오는 "많은 이들이 이 사태를 일어날지 여부가 아니라, 단지 '언제 일어날지'의 문제로 보았다"고 꼬집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이번 사건을 28년 전 노벨상 수상자들이 '수학 모델'만 믿고 빚을 과도하게 냈다가 시장의 돌발 악재에 자산의 90% 이상을 날렸던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사태'에 비유하며, 천재적인 이론과 실제 주식 투자는 엄연히 다르다는 점을 짚었다. 과거 파산한 가상자산 거래소 FTX 관련 자선단체에서 일했던 그의 이력이 재조명되면서 "실력보다 운이 좋았을 뿐"이라는 거센 비판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사태에 대해 "펀드의 붕괴가 완전히 억제되었다는 증거가 아니라 일시적인 집행유예일 수 있다"고 보도하며, 기술주 중심의 시장 하락 압력이 여전히 더 남아있을 가능성을 경고했다.
2024년 아셴브레너가 친구 파텔이 진행하는 팟캐스트에 출연했을 당시, 그는 "투자 아이디어는 맞았지만 시기를 잘못 맞춰 무너진 기업 잔혹사가 많은데 고려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자신 있게 "첫째도, 둘째도 살아남기"라고 답한 바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가장 중요하다고 공언했던 바로 그 생존 과제를 이번에는 스스로 넘지 못했다. 인공지능의 미래는 정확히 읽었을지 몰라도, 금융시장의 시간은 읽지 못했던 셈이다. 이번 사태는 향후 AI 투자 시장의 건전성과 리스크 관리를 재평가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지원 외신 캐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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