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한국항공우주산업, KAI 지분을 15% 넘게 사들이면서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를 받습니다.
KAI 민영화를 대비해 인수 준비에 나선 셈인데, 최대 주주인 수출입은행의 지분 처분 시점에 관심이 모아집니다.
취재 기자와 자세히 알아 보겠습니다. 산업부 이지효 기자 나와 있습니다.
이 기자, 인수합병(M&A)을 한 것도 아닌데 공정위 심사가 필요한가요?
<기자>
네, 받아야 합니다. 기준이 인수가 아니라 지분율이기 때문입니다.
공정거래법은 상장사 지분을 15% 넘게 사들이면 공정위에 기업결합 심사를 받도록 하는데요.
인수를 했는지, 경영권을 가져왔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한화가 가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은 15.89%입니다. 계열사 별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9.90%, 한화시스템 4.98%, 한화에어로스페이스USA 1.01% 등인데요.
공정위는 양사 간 사업이 얼마나 겹치는지, 시장 지배력으로 경쟁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따지게 되고요.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이미 사들인 지분을 팔라는 명령까지 내릴 수 있는데요.
백종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과거 한화오션 인수 당시와 비슷하다"며 "이번에도 조건부 승인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봤습니다.
한화가 대우조선해양, 지금의 한화오션을 인수할 때도 공정위는 경쟁사 차별을 금지하는 시정조치를 붙여 조건부 승인했습니다.
<앵커>
공정위 심사는 번거로운 일 아닙니까. 한화가 이걸 감수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기자>
감수하는 정도가 아니라 서두르고 있습니다.
한화시스템은 지난달 8일 이사회를 열고 KAI 주식을 5,000억원 한도로 사겠다고 결의했습니다.
7월부터 12월까지, 6개월에 걸쳐 나눠 사겠다는 계획이었고요. 목표 지분율은 4.73%였습니다.
그런데 이 계획을 한 달만에 끝냈고 목표치도 넘겼습니다. 생각보다 더 빠르게 진행 중인 겁니다.

법으로는 기업결합 심사 기간이 최장 120일인데요. 대우조선해양 인수 때는 공정위가 보완만 4차례 이상 요구해 더 걸렸습니다.
곧 정부가 KAI 민영화를 결정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매각 절차를 열고 나서 공정위 심사를 시작하면 늦습니다.
미리 받아두면 '공정위가 이미 문제 없다고 봤다'는 인수할 자격이 증명되는 겁니다.
가격도 또 다른 이유인데요. KAI 주가가 최근 오름세죠. 현재 지분 1% 포인트가 1,800억원 수준인데 주가가 오르면 오르는 만큼 더 비싸집니다.
여기에 지분 15%를 먼저 잡아두면 다른 인수 후보가 들어올 공간도 좁아지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입니다.
<앵커>
한화는 왜 이렇게까지 KAI를 원하는 겁니까?
<기자>
KF-21 전투기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엔진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레이다는 한화시스템이 만듭니다. 물론 기체는 KAI가 담당하고요.
다만 엔진은 미국 GE의 설계를 면허 받아서 만드는 겁니다. 수출할 때마다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2040년까지 3조3,500억원을 투입해 국산 엔진을 개발하기로 했고요. 여기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참여합니다.
그런데 엔진은 비행기에 달아서 날아 봐야 성능을 알 수 있죠. 실적이 없으면 아무도 사지 않는다는 의미인데요.
결국 국산 엔진을 달 기체가 필요하고요. KF-21 개량형이든 향후 차세대 전투기든 국내에서 만드는 곳이 KAI입니다.
한화 입장에서는 KAI를 놓치면 엔진, 레이다 다 만들어도 몸통이 없는 회사로 남는 겁니다.
<앵커>
결국 정부가 팔아야 한화가 경영권을 가져오는 거 아닙니까?
<기자>
한화 역시 민영화 결정 전까지는 KAI 지분을 추가 매입하지 않을 계획으로 알려졌는데요.
시장에서 사 모아서 최대 주주가 되지는 않겠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면서 "정부가 민영화를 추진하면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는데요. 공을 정부에 넘긴 상황입니다.
오늘(11일) 한화가 오스탈 USA 인수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죠.
원래 오스탈에 인수 제안했다가 거절 당했고요. 이후 지분을 사들여서 미국 사업부를 통째로 사겠다고 제안한 건데요.
지분을 확보하고 때를 기다리는 방식이 처음은 아닌 겁니다. KAI 역시 비슷하게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입니다.

수은이 처음부터 KAI 최대 주주는 아니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합니다.
2016년 조선업 구조조정으로 수은이 흔들렸고요. 대우조선해양에 돈이 묶이면서 BIS 자기자본 비율이 떨어졌습니다.
수은에 자본을 채워줘야 하는 건 주주인 정부고요. 당시 산업은행이 갖고 있던 KAI 주식을 넣어 자본을 채워 줬습니다.
적어도 수은의 지분 취득의 목적이 KAI 경영이나 항공우주, 방산 정책에 있지는 않았던 겁니다.
<앵커>
그럼 수은은 팔 생각이 있는 겁니까?
<기자>
공식 입장은 아직까지 "매각을 검토한 바 없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사정을 보면 얘기가 좀 다릅니다.
수은은 자본 여력이 넉넉한 상황은 아닙니다.
방산 수출은 계약이 조 단위인 데다 인도까지 수년이 걸립니다. 그래서 파는 나라가 금융까지 대주는 게 관행입니다.

다만 특정 차주에 대한 수은의 신용공여는 자기자본의 40%까지 법으로 제한됐습니다.
2022년 폴란드와 17조원 규모 1차 계약을 맺은 이후 2차 계약은 금융 지원에 실제로 제약이 걸렸고요.
정부가 법정 자본금 한도를 기존 15조원에서 25조원으로 늘렸는데요. 다만 실제 자본이 확충되는 것은 별개의 얘기죠.
수은이 손에 쥔 자산 중 현금화 가능성이 가장 큰 자산으로는 KAI 지분이 거론됩니다.
여기에 한화까지 KAI 지분을 공격적으로 늘리면서 정부가 답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앵커>
이 기자, 잘 들었습니다.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