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아연이 역대 최대 상반기 실적과 106분기 연속 흑자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산업 불모지를 시작으로 52년 역사를 이어온 고려아연이 글로벌 '멀티메탈 통합제련' 기업으로 도약했다는 평가다.
고려아연은 올해 2분기 금·은 가격이 조정을 받은 가운데서도 연결 기준 5,870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6.8% 성장했다고 11일 밝혔다.
다양한 유가금속을 함께 회수하는 멀티메탈 통합제련 경쟁력을 구축한 뒤 핵심광물과 미래 산업으로 영역을 넓혀온 영향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이러한 성장의 시작에는 경영 기틀을 세운 최기호 창업주와 최창걸 회장이 있었다.
창업주인 최기호 선생은 1970년대 국내 비철금속 산업 기반이 취약한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제련사업에 뛰어들었다.
최창걸 회장은 창업주와 함께 고려아연을 세우고 초기부터 회사 경영 전반을 총괄하며 성장의 기틀을 닦았다.
조직과 재무 기반을 구축하고 주요 경영 현안을 폭넓게 챙기며 안정적인 성장을 위한 경영 체계를 마련했다.
금속공학을 전공한 최창영 명예회장은 제련 기술과 공정 고도화를 이끈 대표적인 기술 경영인이다.
1976년 경영에 참여한 뒤 선진 제련 기술 도입과 독자적인 공정 혁신을 주도하며 생산성과 유가금속 회수 경쟁력을 높였다.
특히 제련 잔재를 재처리하는 TSL(Top Submerged Lance) 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이끌며 제련 잔재에서도 유가금속을 추가로 회수할 수 있는 기반을 넓혔다는 평가다.
최 명예회장은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2006년 '한국을 일으킨 60인의 엔지니어', 2010년 한국공학한림원이 뽑은 '대한민국 100대 기술인'에 선정됐다.
최창근 명예회장은 자원 분야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원료 수급과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에 힘을 쏟았다.
원료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해야 하는 국내 제련산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세계 각지의 광산과 자원개발 현장을 직접 찾으며 원료 공급망을 넓혔다.
경영과 기술, 원료 경쟁력이 맞물리면서 고려아연은 아연과 연을 넘어 금·은·동과 각종 희소금속을 함께 회수하는 통합제련 체계를 발전시켰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현재 강점으로 꼽히는 멀티메탈 경쟁력은 선대 경영진 시절부터 수십 년에 걸쳐 축적된 기술과 투자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최윤범 회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은 선대가 구축한 통합제련 기술을 바탕으로 멀티메탈 사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중요성이 커진 핵심광물의 회수율과 생산능력을 높이는 데 투자를 확대했다.
현재 고려아연 통합공정의 유가금속 회수율은 최대 96.5%에 달하고 핵심광물 회수율도 기존 60%대에서 80%대까지 높아졌다.
2028년까지 동 생산능력을 연간 15만톤으로 확대하고 갈륨과 게르마늄 생산도 본격화할 계획이다.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도 또 다른 축이다. 최 회장은 2022년 미래 성장전략 '트로이카 드라이브'를 제시하고 신재생에너지·그린수소, 이차전지 소재, 리사이클링·자원순환을 3대 신사업으로 육성해 왔다.
반세기에 걸쳐 축적된 고려아연의 제련·정제 기술은 최근 미국에서도 전략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미국이 핵심광물 공급망을 자국과 동맹국 중심으로 재편하는 가운데 다양한 금속을 하나의 공정에서 생산·회수하는 고려아연의 멀티메탈 통합제련 역량이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도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한 핵심광물 관련 회의에서 고려아연의 미국 투자 프로젝트를 주요 공급망 구축 사례로 직접 언급했다.
한국에서 수십 년간 발전시켜 온 제련 기술이 미국의 핵심광물 공급망 재건 과정에서도 전략적 가치를 인정받은 셈이다.
이 기술은 미국의 자원·산업 인프라와 결합하는 '프로젝트 크루서블'로 확장되고 있다.
미국 통합제련소에서는 아연·연·동뿐 아니라 갈륨·게르마늄·인듐·안티모니 등 다수의 핵심광물을 생산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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