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폭로했다 맞은 조카, 흉기 들었는데...법원 판단은

입력 2026-08-12 06:44  



30대 조카가 어린 시절 삼촌에게 성추행당했다고 폭로하자 격분한 삼촌에게 폭행을 당했고, 이에 조카가 흉기를 들어 맞서는 사건이 발생했다. 대법원은 조카의 행동이 정당행위로 볼 수 있다며 무죄 취지로 판단했다.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특수협박 혐의로 기소된 A(39)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법에 돌려보냈다.

2023년 1월 A씨는 삼촌인 B(76)씨로부터 어린 시절 성추행 당했다며 가족들에게 폭로했다.

이에 격분한 B씨가 A씨 집에 찾아가 폭행을 저질렀고, 이에 A씨는 흉기를 들어 B씨를 위협했다.

검찰은 A씨와 B씨를 각각 특수협박과 상해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1심에서 A씨는 벌금 300만원, B씨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A씨는 2심에서 '정당방위'를 주장했으나, 2심 재판부는 "B씨가 행사한 유형력의 정도가 A씨의 행동 자유를 억압할 정도는 아니었다"며 이를 배척했다.

다만 2심은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에 다소 참작할 부분 있다"며 A씨에 대해 벌금 300만원의 형을 1년간 유예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A씨의 행위를 '정당행위'로 인정해 무죄라고 판단했다.

형법 20조(정당행위)는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고 정한다.

대법원은 "A씨의 행위는 예고 없이 집에 찾아와 폭력을 행사하고 흉기로 협박하는 B씨의 계속되는 부당한 공격에 맞서 수동적, 소극적 차원에서 행한 행위"라며 "그 목적의 정당성,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타당성), 긴급성, 보충성 등 정당행위 요건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사회 통념상 용인되는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단 말이다.

대법원은 "두 사람이 다투게 된 발단과 경위에 비춰 B씨의 책임이 근원적이고 보다 중하다고 보인다"며 "B씨의 폭행과 위협에 대항해서 한 A씨의 행위는 그 정도가 상대적으로 훨씬 가볍고 피해의 정도도 A씨가 더 중하다"고 짚었다.

B씨가 A씨의 집에 일방적으로 찾아가 갑자기 폭력을 행사해 A씨가 놀라고 위협을 느꼈을 것으로 보이는 점, 싸움이 잠시 중단된 상황에서 B씨가 서랍을 던지는 등 일방적 폭력행위를 계속해 A씨는 제대로 저항조차 하지 못했단 것이다.

대법원은 "B씨의 폭력성, 두 사람의 과거부터의 관계, 성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볼 때 (A씨의 행위는) 감정적으로 격앙되고 두려운 나머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공포심에서 한 행위"라며 "자신의 생명을 위협하는 언동을 하는 B씨의 추가적 가해행위를 저지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에서 한 행위라고 볼 수 있다"라고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twilight1093@hankyungtv.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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