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3개월간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80조원이 넘는 매물 폭탄을 쏟아냈지만 시장내 지분율은 오히려 상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대장주인 반도체주를 집중적으로 내다 팔았고 이로 인해 코스피 시가총액(분모)이 가파르게 하락했다. 동시에 매도 자금 일부로 방산·IT기기·2차전지 업종을 사들이며 자신들의 보유 비중(분자)을 늘리는데 성공했다.
● 외인, 80조 팔았는데 지분율은 늘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외국인 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80조 5800억원을 순매도했다. SK하이닉스를 38조 7312억원 순매도했고, 삼성전자와 SK스퀘어는 각각 34조 9282억원, 5조 2094억원 순매도했다. 세 반도체 종목에 대한 외국인 순매도액은 78조 8688억원에 달했다.
기록적인 매도세에도 유가증권시장내 외국인 지분율은 3개월 전보다 오히려 소폭 증가했다. 14일 기준 외국인의 유가증권시장 지분율은 39.59%다. 이는 6월 25일 기록한 고점인 41.58%보다는 1.99%P 줄어든 수치지만 석달전(39.31%)과 비교해보면 0.28%P 늘었다. 장기평균치인 35.9%보다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런 역설적인 상황은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이 줄어드는 속도가 외국인의 매도 속도보다 더 가팔랐기 때문에 발생했다. 80조 5800억원의 순매도액중 78조 8700억원이 반도체 대형주 3곳에 쏠리며 시장 전체가 크게 흔들렸다. 이로 인해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분모)이 빠르게 쪼그라들었다.
외국인들은 한발 앞서 반도체주 비중을 줄인 뒤 발 빠르게 다른 업종을 채워 넣었다. 자신들의 몫(분자)은 상대적으로 덜 줄어들게 만든 비결이다. 크게 쪼그라든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에서 외국인이 쥔 비중을 계산해 보니 지분율이 오히려 소폭 증가하는 현상이 빚어진 것이다.
● 반도체 팔고 방산·2차전지 담았다
외국인은 반도체를 덜어낸 자금 일부를 활용해 방산, 기계로봇, 2차전지, IT부품주를 사들였다.
최근 석달간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삼성전기였다. 석달간 1조 3023억원 순매수했다. 방산주 현대로템(7188억원), 두산(5650억원),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4529억원)도 담았다. 2차전지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3505억원)과 삼성SDI(3484억원)를 매수했다.
물론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도 최근 시장 조정에 따른 주가 하락을 완전히 피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방산주의 경우 글로벌 지정학적 위기가 지속되는데다, 2차전지는 AI 데이터센터향 ESS 모멘텀과 개별 기업의 흑자 전환 기대감이 유효하다는 평가다.
결과적으로 외국인의 80조원 매도세는 '한국 증시 이탈'이라기보다는 평시보다 높은 39%대 지분율을 유지한 채 진행되는 리밸런싱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다. 상반기 반도체주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의 성격도 짙다.

● 팔 만큼 판 반도체, 다시 살까
외국인이 석달간 78조 8700억원을 순매도한 반도체 업종은 이제 추가적으로 나올 매도 물량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46.70%)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다만, 외국인이 당장 반도체 업종의 대규모 순매수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AI 투자 회의론과 미국 채권 금리 상승 등 부정적인 내러티브가 완전히 걷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급적인 족쇄도 일부 존재한다. 한국에 투자하는 대표 ETF인 'EWY'의 지수방법론(MSCI KOREA 25/50)에 따르면 △단일 종목 비중은 전체의 25%를 넘지 못하고 △5%를 초과하는 종목의 합산 비중이 50%를 넘겨서는 안된다.
현재 EWY내 비중은 삼성전자 22.5%, SK하이닉스 19.5%수준이다. 두 종목을 합치면 이미 42%에 달한다. 주가가 조금만 반등해도 50% 상한에 걸려 패시브 자금을 기계적으로 강제 매도해야 하는 상황이라 적극적인 매수 버퍼가 크지 않다.
● 외국인 39.59% 지분율, 평시보다 높아…추가 매도 가능성은
현재 외국인 지분율(39.59%)은 장기 평균치(35.9%)보다 높은 편이다. 만약 외국인이 이 수준까지 비중을 낮추게 될 경우 추가적인 매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장기 평균과의 격차인 3.69%P가 축소된다고 가정해보자. 코스피 시가총액 5700조원의 3.69%를 산출하면 210조원의 외국인 매물이 추가로 출회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만, 반도체 업종은 이미 역사적 저점 수준까지 비워낸 상황이라 추가 매도가 나온다면 반도체 외 섹터에서 출회될 가능성이 높다. 지수를 짓누르던 반도체 투매는 진정될 공산이 크다.
문제는 반도체 업종을 제외하면 뚜렷한 실적 모멘텀을 갖춘 업종이 부재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때문에 외국인은 그동안 국내 증시에서 팔아치운 현금을 활용해 업종별로 치고 빠지는 핑퐁 장세를 당분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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