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원(65) SK그룹 회장이 노소영(65)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현금 9천440억원을 지급하라는 재산분할 파기환송심 판결에 재상고한 배경에는 지급 방식을 둘러싼 양측의 입장차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 측은 현금과 주식을 함께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노 관장 측은 판결대로 전액 현금 지급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 회장 측은 지난달 24일 나온 파기환송심 판결을 받아들이고 9년 넘게 이어진 이혼 소송을 마무리하는 방안도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재상고 기한인 지난 14일까지 약 3주 안에 재산분할금 9천440억원을 마련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고 한다.
최 회장은 보유 중인 SK 주식 일부를 처분해 현금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다만 그룹 대주주가 단기간에 대규모 주식을 시장에 내놓을 경우 주가에 충격을 줄 수 있는 데다 그룹 지배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최 회장 측은 노 관장 측에 현금과 주식을 섞어 9천440억원을 지급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식 지급 이후 주가가 하락하면 최 회장 측이 차액을 보전하고, 반대로 주가가 상승하더라도 상승분을 돌려달라고 요구하지 않는 조건도 제시했다고 한다.
하지만 노 관장 측은 파기환송심 판결 주문에 따라 재산분할금 전액을 현금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판결 확정 다음 날부터 연 5%의 지연이자를 낼 처지에 놓였던 최 회장은 재상고를 통해 이자 부담을 피하면서 현실적인 지급방안을 추가 검토할 시간을 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 회장 측은 재상고 기한 마지막 날까지 결정을 미뤘다. 대리인단은 마감 시한을 불과 1분 남겨둔 지난 14일 오후 11시 59분께 입장문을 내고 재상고 사실을 공개했다.
법조계에선 최 회장이 9천440억원 전액에 불복할 경우 재상고에 따른 인지대(일종의 소송 수수료)만 수십억원대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 회장 측은 재상고심에서 파기환송심 판결의 재산분할 비율과 액수 산정에 법리 오해가 있다는 주장을 펼 것으로 전망된다.
파기환송심은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의 가격을 산정하는 기준 시점을 이혼소송 사실심(항소심) 변론 종결일인 2024년 4월 16일로 정했다. 노 관장 측은 파기환송심 변론 종결일인 지난 6월 26일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만 재판부는 두 시점 사이 SK 주가가 16만원에서 85만8천원으로 5배 넘게 상승한 점을 재산분할 비율을 결정하는 과정에는 반영했다. 노 관장이 SK그룹 성장과 기업 가치 상승에 일정 부분 기여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재산분할 비율은 노 관장 33.3%, 최 회장 66.6%로 정해졌다. 노 관장의 경우 항소심이 정한 비율(35%) 대비 불과 1.7%가량 낮은 수준이라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반대로 최 회장 측으로선 기준 시점 이후 주가 변동 상황을 분할 비율에 반영한 것은 모순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대목이다. 파기환송심 변론종결일 대비 SK 주가가 최근 50만원대로 30% 넘게 급락한 점 역시 부각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hankyungtv.com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