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한 악취에 목도 따끔"...축구장 옆 아파트에 무슨 일이

입력 2026-08-21 06:39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 설치된 인조잔디 축구장 탓에 인근 주민들이 악취 및 여러 불편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지난 19일 서울 금천구 독산동 A아파트 주민 이모(60) 씨는 인근 독산근린공원 내 인조잔디 축구장에서 풍기는 냄새가 매우 역하다며 "머리가 띵할 정도로 독한 플라스틱 타는 냄새가 아파트 6층까지 올라온다"고 토로했다.

이 아파트는 축구장과 불과 150m 거리에 있는데 주민들이 여름철 환기하려고 창문을 열 때마다 악취 때문에 괴롭다고 호소한다는 것이다.

이 축구장은 가로 91m, 세로 56m 크기다. 한낮 기온이 30도를 넘는 이날 축구장 펜스 가까이 다가가자 실제로 고무가 타는 듯한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가까운 쪽은 열에 달궈진 고무 냄새가 더 심했다.

축구장에는 알갱이 형태의 고무 충전재가 인조잔디 가장자리를 따라 수북이 쌓여 있었는데, 이것이 햇볕에 달궈지며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매캐한 냄새를 참으며 10분가량 구장을 한 바퀴 돈 뒤 인조잔디 한가운데로 가자 목 안쪽까지 따끔거리기 시작했다.

여름철마다 인조잔디 악취 문제가 발생하자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지난 6월 축구장과 인접한 4개 동 주민 363명의 서명을 받아 금천구청에 주민친화형 녹지공원 조성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입주자대표회의 관계자는 "주민들의 목표는 축구장을 철거하고 쾌적한 녹지공간으로 재조성하는 것이지만, 당장 어렵다면 유해 물질이 적은 친환경 소재로 교체하는 등 최소한 대책이라도 마련돼야 한다"며 "동대표 회의를 거쳐 2천300여 세대 전체 서명 운동을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인조잔디 축구장은 2014년 처음 조성된 뒤 2021년 재시공을 거쳤다.

실제 노후화된 인조잔디가 고온에 방치되면 화학물질이 공기 중으로 휘발돼 어린이와 노약자 등 취약계층의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임영욱 전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 교수는 "인조잔디는 노후화될수록 충전재와 파일이 깨지거나 마모돼 내부 성분이 겉으로 드러날 확률이 높아진다"며 "여름철 지열이 50~60도까지 치솟으면 물보다 끓는점이 낮은 석유계 화학물질 중 일부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이 공기 중으로 휘발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야외 공간이라도 바람이 불지 않고 고온인 상태가 장기간 이어지면 화학물질이 계속 공기 중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며 "어린이나 노약자, 알레르기 질환자 등 민감군에게는 기존 질병을 악화시키는 등 건강상 나쁜 영향을 줄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천구청 측은 "인조 잔디 및 충진재는 설치 당시 한국산업표준 시험기준을 충족했고 유해물질 시험 결과 '검출 안 됨'으로 판정된 제품"이라면서도 "향후 예산을 확보해 시설 정비 시 친환경 충진재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축구장 폐지 및 녹지공원 전환, 방음벽 설치 등 요구에 대해서는 "이용 수요와 사업 효과, 소요 예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고만 답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twilight1093@hankyungtv.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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