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면·음료 제조사인 비상장기업 팔도가 원가 압박의 이유로 주요 제품의 가격을 전격 인상했다. 지난해 본업에서 벌어들인 영업이익이 1년만에 90% 넘게 급감하는 등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문제는 지난해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배당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데 있다. 기업 손실의 부담은 소비자에게 떠넘기고, 이익은 오너가 챙겼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가격 인상의 적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예상된다.
▲"원가 압박에"…왕뚜껑 5.5% 가격 인상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팔도는 오는 9월1일부터 일부 용기면과 음료 제품의 출고가를 인상한다. 다만 봉지면 전 제품 가격은 동결된다.
인상 대상은 왕뚜껑 5종, 도시락 2종, 팔도비빔면 컵 등 용기면 12종과 비락식혜 캔(238㎖)을 포함한 음료 9종이다. 출고가 기준 평균 인상률은 용기면 5.5%, 음료 5.8%다.
이 가운데 왕뚜껑의 경우 출고가 기준으로 기존 975원에서 1,040원으로 가격이 인상된다.
팔도 측은 원가 상승에 가격 조정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팔도 관계자는 "원가 상승에 대응해 생산성과 경영 효율을 지속적으로 높여왔지만 일부 품목은 가격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소비자 부담을 고려해 인상 범위와 수준을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앞서 팔도는 지난 4월1일 팔도비빔면을 비롯한 라면 19종의 출고가를 평균 4.8% 인하한 바 있다.
▲매출 줄자 영업익 94%↓…본업 수익성 '휘청'
이번 가격 인상엔 원가 압박과 함께 수익성 악화가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팔도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4,737억원으로 전년 5280억원 대비 약 10.3%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53억원에서 9억원으로 94% 급감했다.
영업이익률은 더욱 가파르게 떨어졌다. 지난 2024년 2.91%였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0.20% 수준까지 내려앉았다. 매출 1,000원을 올려 본업에서 남긴 이익이 2원가량에 불과했다는 의미다.
매출 감소가 실적 악화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팔도의 매출총이익은 2024년 1,761억원에서 지난해 1,605억원으로 약 156억원 감소했다. 반면 판매비와 관리비는 같은 기간 1,607억원에서 1,596억원으로 약 12억원 줄어드는 데 그쳤다.
매출 감소로 매출총이익의 절대 규모가 줄었지만, 판매와 회사 운영 등에 필요한 비용은 이에 비례해 감소하지 않으면서 영업이익이 급격하게 쪼그라든 셈이다.
특히 상품 부문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제품매출은 3,716억원에서 3,560억원으로 4.2% 감소한 반면 상품매출은 1,746억원에서 1,329억원으로 23.9% 급감했다.
결국 지난해 팔도의 영업이익 급감은 원가율 급등보다는 매출 감소와 이에 따른 이익 규모 축소, 이에 비해 크게 줄지 않은 판관비 부담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윤호중 회장 '배당잔치'는 계속
본업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지만 높은 수준의 배당은 이어졌다. 지난해 팔도가 지급한 배당금은 211억원이다. 지난 2024년 441억원과 비교하면 절반 이상 감소한 규모지만, 지난해 팔도가 본업을 통해 벌어들인 영업이익(9억원)과 비교하면 약 22.7배에 달한다.
배당확대의 수혜는 100%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 윤호중 회장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다.
배당금의 경우 해당 연도의 영업이익만을 재원으로 지급되는 것은 아닌 회사가 과거 쌓아둔 이익잉여금 등을 활용할 수 있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선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팔도가 원재료 가격 등을 이유로 제품 가격을 올리며 소비자에게 추가 부담을 요구하는 상황에서도 상당한 규모의 배당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팔도가 100% 오너 소유 기업이라 하더라도 회사의 이익을 오너 배당에 우선 배분하기보다 제품 경쟁력과 마케팅 역량 강화에 재투자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실적이 악화되는 상황에서는 임직원과 협력업체 등 이해관계자의 장기적 이익과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팔도는 이번 가격 인상은 배당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러시아와 베트남 판매 호조에 따른 배당으로, 국내 배당 규모는 변함이 없다는 설명이다. 향후 가격 인하 계획에 대해선 아직 정해진 바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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