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 지방선거 때 피습 자작극을 벌인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정이한 전 개혁신당 부산시장 후보가 "색깔이 잘 남게 녹차라떼로 던져달라"고 당부하는 등 공범과 음료 종류부터 차량 동선, 대사, 복장까지 구체적으로 계획한 정황이 검찰 공소장에서 드러났다.
정씨와 공범 A씨는 2019년 헬스장 회원과 트레이너로 만나 개인 훈련(PT)을 받으며 알게 되어 친구처럼 지내온 사이였던 것으로 공소장에 나타났다.
정씨는 자신의 낮은 인지도를 고민하며 지난 4월 초께 A씨에게 "유세 중 누가 쓰러지면 내가 심폐소생술을 해줄 텐데", "내가 화분이라도 맞았으면 좋겠다", "누가 커피 좀 안 던져주나"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
A씨가 "뭐라도 던져드릴까요"라고 맞장구치다 실제 '피습 자작극' 모의로 이어진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4월 25∼26일 정씨는 A씨가 운영하는 헬스장에 가서 "관장님이 도와줄 일이 있다. 4월 27일까지 무조건 해야 한다"며 유세 도중 자신에게 음료를 던져달라고 부탁했다.
정씨는 범행을 매우 구체적으로 지시했다. "물은 색깔이 남지 않으니 녹차라테처럼 색깔이 남을 수 있는 것을 던져달라"고 했고, 자신이 명함을 건넬 때 차량 창문을 내려 음료를 뿌려달라고 했다.
음료를 뿌리기 좋게 차량을 좌회전 차선으로 진입하라는 동선까지 알려줬다. 또 음료를 던지며 "어린놈이 무슨 시장이냐"라고 말하면 추가로 인지도가 올라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의견도 냈다.
또 정씨는 A씨에게 다른 사람의 차량을 이용하고 모자를 착용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자신의 수행원들이 범행 차량에 가까이 가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장담했다. 그는 "누구한테도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로 안심시켰다.
붙잡히더라도 자신이 선처를 요구하면 사건을 빨리 마무리할 수 있다며 "내가 다 책임지겠다"는 말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이 들통나도 형사책임이 가벼울 것이라고 예상한 점도 드러났다.
A씨는 "해봐야 상해 정도 걸리겠네요"라며 범행을 벌이기로 했다.
그러나 이는 개인 간 상해에 그치지 않고, 공직선거법상 선거 자유 방해,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중대 범죄와 관련한 죄명이 적용되는 행위였다.
범행 당일인 4월 27일 오전 8시 6분께 A 씨는 미리 준비한 K5 렌터카를 몰고 유세 현장에 왔다. 정씨가 열린 운전석 창문으로 명함을 건네자 A 씨는 미리 정한대로 "어린놈이 무슨 시장이냐"고 외치고 플라스틱 컵에 든 아이스 녹차라테를 정씨 얼굴에 뿌렸다.
이후에는 플라스틱 컵과 삶은 계란까지 정 씨에게 던졌다. 정씨는 뒤로 물러나다 도로 연석에 걸려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졌다.
경찰은 A씨를 검거한 직후 정씨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아는 사람인지 물었지만 "전혀 아는 사람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또 "저는 정치를 하는 사람이고 그분은 유권자이니 꼭 처벌이 우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A씨도 이에 맞춰 경찰에서 즉흥적인 범행인 것처럼 말을 지어냈다.
그는 "명함을 보니 시장 후보라고 돼 있었고 너무 어려 보여 짜증이 났다"면서, 정씨에게 던진 녹차라테와 삶은 계란에 대해서는 "오늘 아침에 먹으려고 어제 사놨던 것"이라고 진술했다.
청탁이나 사주를 받은 것이 아니냐고 경찰이 물었지만 "그런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정씨는 언론에도 범행이 우발적이었다며 허위로 밝혔다.
검찰은 정씨가 4월 28일부터 5월 11일까지 방송과 언론 등을 통해 모두 7차례 이런 허위 사실을 외부에 공표했다고 판단했다.
이들의 허위 자작극 탓에 경찰관 18명이 현장에 출동했고, 폐쇄회로(CC)TV 영상 확보·분석, 차량 추적, 현장 감식,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증거물 감정, 광범위한 탐문과 사건 관계인 조사가 진행됐다. 국가정보원과 대테러협의회까지 진행됐다.
정씨 사건의 첫 재판은 다음 달 15일 열린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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