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사이 미 증시 3대 지수 하락했습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미 국채 금리는 12bp 상승했습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예상보다 빠르게 올릴 수 있다는 시장의 생각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시카고 기금 금리 시장에 반영된 9월 미국 기준금리 인상 확률은 다시금 동결 확률을 제쳤습니다.
이같은 흐름을 만든 것은 케빈 워시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잭슨홀 심포지엄 발언이었습니다. '우리 시대에'(In Our Time)이라는 제목의 연설이었지요.
문두에서 워시 의장은 '이번 연설을 일종의 길 안내 지도로 보되 정책 지침으로 인식하지 말아달라'는 당부를 했지만, 현재에 대한 연준 의장의 상황 판단 뿐 아니라 어디에 시선을 두고 있는지는 비교적 명확해 보였습니다. 당장 시장이 주목한 부분은 9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었습니다.
물가상승률이 목표치를 향해 분명하고 충분한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는 확신이 있지 않으면, 연준에겐 '할 일이 있다'는 단호한 어조의 문장이 워시의 입에서 나온 겁니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예상보다 빠르게 올라간다면 성장주 주가엔 부담스러운 일이겠지만요. 한편으로 포천이나 월스트리트저널과 같은 주요 경제 매체들은 케빈 워시 의장이 지난 7월 FOMC에서 범한 몇 가지 실수를 바로잡았다고 평가했습니다.
AI가 발전하면, 즉 생산성이 높아지면 물가상승률이 높아져도 괜찮다는 식의 접근은 이번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나오지 않았고요. 다른 정책 대신 기준금리 움직여서 물가 안정을 잡겠다는 방침을 보다 명확히 하면서 시장에 불확실성을 줄였다는 해석들이 나왔습니다.
미국의 자산운용그룹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의 에릭 위노그라드는 "이번 연설은 지난번 발언보다 매파적인 기조를 보이며, 워시 의장이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금리를 인상할 의지가 있다는 우려가 금리 상승을 부추겼던 수익률 곡선 후반부에 다소 안도감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단기채 금리와 비교해 미국 장기채 금리가 덜 올라간 이유가, 인플레이션 관리라는 방향타를 연준이 잘 잡아나갈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되었기 때문이라고 본 겁니다.
투자자들의 관점에서 '세계 경제대통령'이라 불리는 연준 의장의 생각을 조금 더 종합적으로 살피는 일도 필요한 부분입니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연설의 상당 부분을 시장의 오해 혹은 비판을 바로잡기 위해 할애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연준의 양대 책무는 물가 안정과 최대 고용입니다. 물가 안정 부분에만 우선 집중을 하자면, 미국이라는 나라는 물가가 높으면 금리를 높여 수요를 줄이는 식의 통화정책을 연준에게 맡겼습니다.
그러나 경제학적으로 보자면 물가의 안정은 결국 총수요와 총공급이 일치할 때 가능합니다.
케빈 워시 의장은 연준이 직접 관찰할 수 있는 것은 경제 활동 뿐이라고 인정했습니다.
공급 문제는 연준이 온전히 관리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이 때문에 총공급과 수요의 예상 균형을 예측하고 평가하는 것은 어렵고, 오히려 시장이 연준만 바라보게 만든다는 게 워시의 생각입니다.
연준이 정책 지침(포워드 가이던스)을 내놓지 않으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겠지요. 잘못될 수 있는 지침을 내놓지 않는 게 불확실성을 오히려 줄인다는 논리고요.
그러면서도 연준의 물가 안정 목표치인 개인소비지출(PCE) 2%는 확고하다고 밝혔습니다. 종합하면, 연준은 결정적일 때만 구체적으로 움직이겠다는 겁니다.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도 케빈 워시는 내놓았습니다. 기업들의 자본 지출과 이익 상승이 역사적인 수준이며 성장 기대도 높다고 봤습니다. 지금의 금융 시장은 경기 어려워서 풀린 돈 줄어드는 긴축 국면은 아니라는 시각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연준은 고용보다 물가 안정에 집중하게 됩니다.
청중에 대한 일상적인 감사 표현을 제외하고 보면 '건전한 통화 정책은 가계와 기업의 번영을 돕는다'는 문장이 연설의 마지막을 장식했습니다. 금리 인하를 원하는 백악관에 대해 '원칙'이라는 이름의 조용한 각 하나를 세워둔 것으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
이제 곧 9월입니다. 미국의 트레이더들이 여름 휴가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돌아올 때입니다. 거래 유동성이 늘어날 시점에서 시장 환경이 점차 달라지고 있음, 혹은 달라질 수 있음도 유의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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