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 '실종 허위종결' 사건은 A 경장이 왜 실종사건을 허위로 종결했는지, 그 동기를 둘러싸고 의문이 꼬리를 물었다. 제주경찰청이 수사에 나선 결과 업무 부담을 피하려는 회피적 대처가 범행의 주된 동기로 확인됐지만 동시에 이런 허위 종결을 걸러내지 못한 내부 통제 시스템의 구조적 허점도 함께 드러났다.
1일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A 경장을 입건한 지난달 14일부터 사건 송치를 하루 앞둔 같은 달 31일까지 수사를 벌여 이 같은 결론에 이르렀다. A 경장은 경찰 조사에서 "실종자가 일반적인 성인이라 안일하게 생각했다. 사건 미종결 시 챙겨야 할 일이 많아 사건인계에 대한 부담감으로 허위 종결을 하게 됐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지난해 3월 제주서부경찰서 형사과 실종팀으로 발령받은 A 경장은 야간 당직 때 혼자 근무하면서 업무처리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그동안 A 경장이 당직 때 실종신고를 접수하더라도 교대 시 해당 사건을 다음 근무자가 이어받기 때문에 개인 부담이 크지 않다는 취지로 설명해 왔다. 하지만 실제로는 사건이 종결되지 않으면 다음 근무자에게 사건 진행 상황 등을 챙겨 인계해야 하는 그 자체에 A 경장이 부담을 느꼈던 것으로 나타났다. 출동 상황 시 지원을 요청하는 데도 어려움을 느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하거나 대처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일부 추정된다"며 "누군가에게 도움이나 지원 요청하는 데 대해 굉장히 회피적으로 대응했고, 이는 동료들 진술에서도 일부 확인된다"고 말했다. A 경장 조사에 투입된 프로파일러(심리분석관 5명) 역시 '누적된 업무 부담과 책임가중에 대한 피로감 속에 업무 태만적 동기'를 범행의 주된 배경으로 지목하며, A 경장의 회피적 대처와 무책임한 태도가 결합해 허위 종결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경찰은 A 경장의 범행 동기를 '개인의 일탈'로 정리했다. 그러나 허술한 사건 종결 시스템이 이번 범행을 키웠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제주서부경찰서 실종팀은 단 4명으로 구성돼 있어, A 경장은 나흘에 한 번씩 혼자 야간당직을 서야 했다. 홀로 근무하는 상황에서 당직일지나 전산 시스템을 허위로 작성하더라도 이를 즉시 저지하거나 검증할 상급자 통제 절차는 전혀 갖춰져 있지 않았다.
실제로 A 경장은 장기 실종자인 30대 여성 장모씨 사건을 종결하면서 112신고 시스템에는 '연락이 닿았다'고 적었지만, 실종자 프로파일링(경찰 실종자 관리) 시스템에는 '교통사고 사상자'라고 입력했다. '살아있다'며 사건을 종결해 놓고 다른 시스템에는 상반된 기록을 남긴 셈인데도, 그 누구도 이를 눈치채지 못했다.
A 경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난 7월 2일 접수된 60대 남성 실종자 사건도 장씨와 유사한 수법으로 허위 종결했다. 다만 이번에는 장씨 사건과 달리 112 신고 시스템과 실종자 프로파일링 시스템 모두에 '소재 발견'으로 입력해 두 기록을 맞췄다. A 경장은 이에 대해 "60대 남성 실종자에 대한 112 신고는 오후 6시 2분에 접수됐지만 이보다 앞서 신고자가 경찰서를 방문해 다른 직원과 상담했기 때문에 삭제 시 탄로 날까 봐 소재 발견으로 입력했다"고 진술했다. 주변에 허위 종결 사실이 드러날 가능성을 의식하면서도, 이를 사전에 걸러내거나 즉시 확인할 구조적 장치가 없었기에 범행을 이어갈 수 있었던 셈이다.
경찰은 지난해 3월부터 지난 7월까지 A 경장이 처리한 실종사건 298건에 대해 1차 전수조사를 벌인 결과, 장씨와 60대 남성 실종자 사건을 제외하고도 허위 종결이 의심되는 25건을 추가로 확인했다. 경찰은 이들 사건에 대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한편, 실종사건 처리 과정 전반의 문제점을 점검할 방침이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hankyungtv.com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