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쳐올 현실 몰라"…'주 40시간' 군불 떼는 경영계 [글로벌 pick]

입력 2026-09-02 18:08  

제조업 쇠퇴에 위기감…10월 임금협상 앞둬 노동계 반발…노사 합의로 조정 가능 입장
메르세데스 벤츠 공장. (사진=연합뉴스)
오는 10월 임금 협상을 앞두고 독일 경영계 안에서 임금 수준은 그대로 두되 주당 근로시간만 현행 35시간에서 40시간으로 늘리자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독일의 주 35시간 근무제는 지난 1984년 옛 서독 금속 노동자 수만 명이 7주간 파업을 벌인 끝에 얻어낸 결과물로, 이후 10년의 정착 과정을 거쳐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현재 단체협약상 표준 근로시간으로 주 35시간을 적용받는 노동자는 독일 전체 노동자의 5분의 1 수준이며, 전체 노동자의 평균 주당 노동시간은 37.8시간이다.

거의 40년을 지켜온 이 제도가 다시 도마에 오른 배경에는 독일 경제의 핵심 축인 자동차·금속 등 제조업의 경쟁력이 급속히 떨어지고 있다는 위기감이 자리한다.

FT는 독일의 산업 경쟁력이 2017년 말 정점을 찍은 이후 에너지 가격 상승과 중국발 경쟁 심화, 미국의 관세 부과, 전기차 전환 가속 등이 겹치면서 그때보다 15% 이상 낮아졌다고 짚었다.

문제는 인건비다. 독일 제조업의 시간당 인건비는 49.50유로로, 유럽연합(EU) 평균 33.70유로보다 47% 높아 역내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인접국 헝가리의 시간당 인건비 15.60유로와 비교하면 격차는 3배 가까이 벌어진다.

경영계는 그동안 이런 고비용 구조를 정치적 안정성과 탄탄한 인프라, 숙련 노동력, 촘촘한 산업 클러스터 같은 강점이 상쇄해 왔지만 이제는 그 완충 여력이 바닥났다고 본다.

컨설팅업체 롤랜드버거의 마르쿠스 베렛 글로벌 전무이사는 "많은 사람이 닥쳐올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치권과 여론의 논의 수준이 독일 산업계가 처한 위기의 크기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노동계의 시각은 다르다. 현장에 주 35시간을 엄격히 지키는 사업장은 사실상 없으며, 이미 노사 합의를 통해 기업들이 근무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할 재량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독일 최대 노조 IG메탈(금속산업노조)에서 단체교섭을 담당하며 메르세데스-벤츠 감독위원회 위원도 맡고 있는 나딘 보구슬라프스키는 "내가 아는 기업 가운데 엄격하게 주 35시간을 지키는 곳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는 당초 주 35시간제를 도입한 취지 중 하나가 업무량을 나눠 고용률을 끌어올리려는 것이었다고 짚으며 "원칙을 뒤집고 주 40시간으로 근무 시간을 늘린다면 추가 근무 시간 수당 지급과 관계 없이 근로자 숫자는 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hankyungtv.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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