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상반기 국내 증시에서 랠리를 이끌었던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간 가운데 외국인과 기관까지 매도 행렬에 가세하면서 수급 공백이 확대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2일 한국경제신문 보도에 따르면 신영증권 분석 결과 지난달 국내 증시에서는 12조5,430억원이 순유출됐다. 올해 들어 월간 기준으로 증시 자금이 순유출로 돌아선 것은 지난달이 처음이다. 이는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가장 큰 수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12월(-2조8,342억원)이나 미국발 인플레이션 쇼크가 불거진 2021년 12월(-8조475억원)의 순유출 규모마저 훌쩍 넘어섰다.
이런 배경에는 지난 7~8월 코스피지수가 유례없는 속도로 하락한 여파가 자리한다. 코스피지수는 23거래일째 6000선에 갇힌 상태다. 피로감을 느낀 투자자들은 자금을 상대적으로 안전한 은행에 묶어두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 1000조원을 넘어섰다. 정기예금 잔액은 5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섰고 7월에는 한 달 새 35조5,401억원 늘었다.
외국인과 기관도 증시 순매도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이 포함된 '기타법인'이 증시 하방을 받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투자심리 회복이 관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매입이 주가를 탄력적으로 끌어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이른바 '전투 개미'가 증시 랠리를 이끌었다. 지난 7월까지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 주식을 200조원어치 가까이 팔아치우는 동안 개인은 140조원어치를 공격적으로 사들이며 상승장을 지탱했고, 정기예금을 깨 주식을 사는 '머니무브' 현상까지 나타났다. 그러나 최근 조정장의 트라우마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수가 조금만 올라도 '본전 매도'에 나서면서 상단을 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과 기관 역시 순매도를 이어가고 있다.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올해 1~7월 개인투자자의 증시 순출입액은 누적 120조원을 넘어섰다가 7월 말 급락장을 거치며 순유출로 돌아섰다.
한국거래소와 넥스트레이드에 따르면 개인의 유가증권시장 순매수액은 6월 54조5,000억원에서 8월 5조4,000억원으로 90% 줄었다. 외국인 순매도액은 6월 58조7,000억원에서 지난달 9조9,000억원으로 줄긴 했지만 여전히 '팔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고, 기관은 오히려 순매수에서 순매도로 돌아섰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탄탄한 반도체 실적과 별개로 인공지능(AI) 성장 내러티브가 계속 위협받는 상황에서 실탄이 떨어진 개인이 다시 불장을 이끌기는 힘들 것"이라면서도 "외국인 매도세가 잦아들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외국인의 순매수 전환을 기대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hankyungtv.com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