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주 보다 40% 비싸다...SK하이닉스 ADR의 비밀 [마켓딥다이브]

김종학 기자

입력 2026-09-04 14:31  

    <앵커>
    SK하이닉스가 미국 증시에 상장한지 두 달이 지났지만, 한국 원주와 미국 나스닥 ADR과의 40%에 가까운 가격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증권부 김종학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김 기자, SK하이닉스의 국내 상장 본주와 미국 예탁증서인 ADR의 격차가 오히려 더 벌어지고 있다고요?

    <기자>
    미국 증시 상장 직후 한국 본주와 20% 넘는 괴리율을 보인 SK하이닉스는 최근 한 달 사이에는 40%에 달하는 높은 가격 차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달 중순 주주환원 발표 이후 주가를 꽤 회복했음에도 어제 종가 기준 본주는 159만 6천원, ADR은 163.37달러, 이 가운데 ADR 1주가 본부 10분의 1이니까 대략 원화로 환산하면 약 220만 원, 괴리율은 37%에 달합니다.

    상장 이후 일평균으로 보면 격차는 오히려 벌어지는 추세로 7월 하루평균 30%였던 프리미엄이 8월엔 36%로 커졌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인데, 우선 지난달까지 한국과 대만 등 반도체 인프라 투자로 크게 올랐던 시장에 대한 전세계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경향이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JP모건체이스의 아시아 시장 보고서를 보면 상대적으로 미국 내 대형 반도체 기업을 중심으로 한 수요는 여전하지만, 한국 시장으로 들어올 뚜렷한 경로가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이런 수급을 끌어올릴 만한 메모리 반도체 회사들의 주주환원도 정작 두 시장 사이의 괴리를 좁히지 못한다는 겁니다.

    한국 상장 본주와 ADR의 주당 가치는 동일하기 때문인데, 자사주 진행률을 보면 지난달 19일 이사회에서 40조원 규모 자사주 취득과 전량 소각을 결정한 뒤 지금까지 진행률은 약 29%로 파악됩니다.

    총 60거래일간 하루 평균 6천억원 상당을 사들이는 건데, 이 기간 ADR과 본주가 비슷한 15% 안팎 회복을 보였습니다.

    외국인은 올해 들어서만 코스피에서 지금까지 171조 5천억원 순매도 했고, SK하이닉스의 주주환원이 나온 19일 이후 집계해도 3주간 약 13조 원어치를 팔았습니다.

    자사주 매입이 일종의 방파제 역할을 했다고는 볼 수 있지만, 한국 원주의 가치를 그 이상 끌어올리지는 못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이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어차피 같은 주식이니 가격 할인이 더 큰 쪽을 사서 비싼 쪽으로 바꾸면 더 큰 차익을 누릴 수도 있을텐데, 왜 이러한 무위험 차익거래는 일어나지 않는 겁니까?

    <기자>
    SK하이닉스의 ADR 상장이 두 달째입니다만, 근본적으로 가격차이를 좁혀줄 이러한 차익거래 창구는 지금도 막혀있습니다.

    한국 금융당국과 회사측의 모호한 입장이 바뀌지 않고 있는건데,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본주를 ADR로 바꿀 수 있는 한도는 1,779만주, 발행주식의 2.5%이지만 이미 전량 소진한 상태입니다.

    물론 방법은 있습니다. 현재 ADR을 보유한 투자자가 먼저 한국의 본주로 해지한다면 자리가 비는 셈인데, 투자액의 40%나 손해를 보며 당장 본주로 바꿀 사람이 없다는 겁니다.

    발행 주식은 한정되어 있고, 프리미엄이 커지면 커질 수록 양국 거래소를 오가려하는 투자자는 줄어드는 기형적인 구조가 됩니다.

    또 하나, 개인은 본주를 ADR로 바꾸려 해도 방법이 마땅치 않습니다. 외국환거래 신고에 결제까지 2~3일 정도 소요되고, 발행·해지 수수료가 붙다보니 당국은 물론이고 회사측도 이를 적극적으로 길을 열어주지 못하는 상태에서 투자자들의 발이 묶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세계적 메모리 반도체 주식인데, 한국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더 저렴한 가격에 거래해야 한다면 한국 시장 전반의매력을 더 떨어뜨리는 일 아닌가요?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본래 SK하이닉스 ADR 상장 당시부터 밝힌 발언을 보면 양국 거래소에서 가격 차이는 결국엔 좁혀질 것이란 입장을 밝혀왔죠.

    한국 기업 중에 SK텔레콤은 본주와 ADR의 가격 차이가 1% 수준, 포스코홀딩스는 동일한 값에 거래 중이고, 알리바바와 ASML도 0%입니다.

    심지어 SK하이닉스는 자유롭게 본주와 전환이 가능한 프랑크푸르트 예탁증서도 거래 중인데 SK하이닉스 GDR 역시 괴리가 거의 없습니다.

    비교를 많이 하는 TSMC는 현재 8% 정도 괴리율인데, 대만 시장의 회복 즉 본주가 연초 이후 50% 넘게 오르면서 미국 상장 주식과 격차를 크게 좁혔습니다.

    물론 TSMC도 과거 사례를 보면 1997년 당시 대만 기업 최초로 미 증시에 상장했는데, 당시에도 증권선물위원회에 복잡한 심사를 받아 거래하도록 창구를 막아두면서 한때 괴리율이 110% 넘게 오르는 현상도 보였지만 이 창구가 열리면서 이 문제가 풀렸습니다.

    다시 말해 미국 달러화 자산에 붙는 프리미엄보다 주식을 교환할 창구가 사라진 점이 비정상적인 가격차이를 만드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앵커>
    상황이 이렇다면 상승 여력이 더 큰 해외 주식을 더 구하려 하는 심리가 이어질 텐데, 지속될 수 있는 겁니까?

    <기자>
    지난달 월가 보고서를 보면 스티펠, 울프리서치, RBC가 SK하이닉스에 대해 목표가 200~240달러로 분석을 시작했습니다.

    핵심은 한국 본주가 아니라 미국 상장 ADR 가격이 200달러, HBM 공급 우위를 이어가는 현재 여건에서 지금보다 40% 정도 더 오를 수 있다고 본 겁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국내 투자자들도 현재 할인율이 높은 한국 본주가 아니라 ADR 투자에 몰리고 있습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SK하이닉스 ADR에 국내 투자자들은 상장일인 7월 10일부터 이달 1일까지 8억달러, 약 1조 1천억원어치를 순매수해 하반기 전체 순매수 2위에 올려놨습니다.

    국내 상장사 ADR을 미국에서 매매하면 연 250만원 초과 수익에 22%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는데도 더 비싼 미국 상장 주식을 찾는 겁니다.

    이런 현상은 월가에서도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지는데, 미 퀀트 운용사 아카디안의 오언 러몬트 수석부사장은 "100달러짜리 자산을 149달러를 구매하는 자멸적 투자"라며 비판적인 시각도 내놓고 있습니다.

    <앵커>
    이번 달 말 경쟁사인 마이크론의 실적이 나오는데, AI 인프라 투자에 대한 심리가 살아난다면 흐름을 바꿀 수 있는 것 아닐까요?

    <기자>
    아직은 조심스럽습니다.

    이번 주 씨티그룹에서는 전망한 보고서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의 급격한 하락으로 순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목표가도 일제히 낮추는 등 외부 시각은 그리 우호적이지 않습니다.

    또 아직 구체화하지 않았지만, 낸드 플래시 메모리 생산기업이자 손자회사인 솔리다임 상장이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가 주관사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모회사의 가치 희석을 우려한 투자자들, 적극적인 매수를 방해하는 요소로도 여겨지죠.

    전반적 시장의 수급, 주주 친화적인 정책들이 더해져야 두 시장사이의 가격 정상화를 바라볼 수 있을 전망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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