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뷰티 열풍이 화장품 수출을 넘어 외국인 관광객을 한국으로 끌어들이는 새로운 관광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해외 현지에서 한국 화장품을 구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한국을 찾아 피부과 시술을 받고, 올리브영에서 화장품을 구매하는 이른바 '글로우케이션(Glowcation, 미용 목적의 여행)'이 새로운 여행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외신도 한국이 글로우케이션의 목적지로 부상했다며, 최근 K뷰티 산업의 다음 성장 단계로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韓 여행의 신 트렌드"…보그가 찾은 진짜 경쟁력

9일 뷰티업계에 따르면 미국 패션전문지 보그는 지난 5일(현지시간 4일) 최근 K뷰티 산업의 다음 성장 단계 가운데 하나로 '글로우케이션'을 집중 조명했다. 글로우케이션은 '광채'를 의미하는 'Glow'와 휴가를 뜻하는 'Vacation'을 합친 말로, 여행 중 피부관리와 미용 시술 등을 받고 이전보다 더 나은 모습으로 돌아가는 여행을 의미한다.
보그는 특히 글로벌 K뷰티 열풍을 타고 서울이 글로우케이션의 주요 목적지로 떠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의 소비 행태에서도 이 같은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CJ올리브영(올리브영)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국내 오프라인 매장에서 외국인이 구매한 금액은 1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외국인 매출 1조원 돌파 시점이 11월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올해는 3개월이나 빨라졌다. 같은 기간 외국인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47% 증가했다. 8개월 동안 외국인의 결제 건수만 1,101만건에 달했다. 매장 영업시간으로 환산하면 약 0.9초마다 한 건씩 외국인의 결제가 이뤄진 셈이다.
K뷰티가 외국인 관광객의 필수 쇼핑 품목으로 자리 잡으면서 올리브영의 매출 구조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지난 2022년 올리브영 오프라인 전체 매출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에 불과했지만, 올해 8월에는 33%까지 높아졌다.
주목할 부분은 외국인들의 관심 품목이 진화되고 있다는 데 있다. 올해 들어 지난 8월까지 올리브영에서 외국인의 '더모 스킨케어'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8% 증가했다.
보그는 단순한 보습이나 진정 기능을 넘어 PDRN(폴리데옥시리보뉴클레오타이드) 등 전문 피부과 시술에서 익숙한 성분과 기술을 화장품에 접목한 '어드밴스드 더마' 시장의 성장을 K뷰티의 새로운 흐름으로 꼽았다. 실제 지난 4월 올리브영이 어드밴스드 더마 카테고리를 도입한 이후 관련 매출은 6월까지 260% 이상 증가했다.
▲"올영 찍고 피부과·약국으로"…새로운 K뷰티 소비 동선

이제 K뷰티 열풍은 화장품 구매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올리브영에서 화장품을 사고, 피부과에서 시술을 받고, 약국에서 더마 제품을 구매하는 새로운 소비 경로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 7월 방한 외국인의 국내 의료 소비액은 2,13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6.5% 증가했다. 전체 의료 소비 가운데 피부과가 54.9%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성형외과가 19.3%, 약국이 12.7%로 뒤를 이었다.
여의도 증권가도 약국을 K뷰티의 새로운 유통 채널로 주목하기 시작했다. 올해 1분기 외국인 관광객의 약국 소비액은 전년 동기 대비 196.8% 급증했다. 기존 올리브영과 다이소 등에 집중됐던 외국인의 K뷰티 쇼핑이 기능성·더마 제품을 중심으로 약국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지은 DB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관광객의 약국 내 화장품 구매가 확대되며 약국 소비액이 전체 의료관광 소비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최고치를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한국 화장품 구입서 한국인처럼 관리"…K뷰티 2막 열렸다
보그는 K뷰티의 경쟁력이 단순히 '한국산 화장품'이라는 데 있지 않다고 진단했다. 과거 서구권의 스킨케어가 피부 문제가 발생한 뒤 이를 해결하는 '교정'에 상대적으로 집중했다면 한국의 스킨케어 문화는 문제가 발생하기 전부터 관리하는 '예방'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실제 K뷰티를 둘러싼 해외 소비자의 관심 역시 단순히 한국 제품을 구매하는 것에서 '한국 소비자들은 지금 무엇을 사용하는지', '한국에서는 어떻게 피부를 관리하는지'를 직접 경험하려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뷰티업계에서는 이 같은 변화가 K뷰티의 성장 영역을 제품 수출에서 '경험 수출'로 넓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올리브영은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오프라인 매장의 역할을 단순한 화장품 판매점에서 관광 인프라로 확대하고 있다. 비수도권 대형·특화 매장을 늘려 'K관광산업 인프라' 역할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한 뷰티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한국에서 인기를 얻은 제품이 해외로 수출되는 것이 K뷰티의 주요 성장 방식이었다면, 최근에는 한국에서 경험할 수 있는 브랜드와 상품, 서비스까지 하나의 K뷰티 경험으로 소비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며 "앞으로는 제품 자체의 경쟁력을 넘어 K뷰티를 발견하고 체험하는 방식까지 하나의 콘텐츠로 소비되면서 이러한 경험 자체가 K뷰티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장하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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