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 전쟁과 유가상승, 미 채권금리 급등이라는 대형 악재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짓누르며 위험회피 심리가 증폭되고 있다. '매크로'(거시경제)가 격하게 흔들리자 이달 들어 한국 주식시장 복귀를 가늠하던 외국인 투자자들은 '셀코리아'를 재개한 모양새다. 이번 주 글로벌 증시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결과를 최대 재료로 삼아 움직일 전망이다.
●'워시의 입'…금리결정보다 향후 '경로' 주목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FOMC는 오는 15일~16일(현지시간)이 이틀간 열린다.
최근에 나온 고용·물가 지표는 FOMC의 정책금리(연방기금금리·FFR) 인상을 지지하고 있다.
앞서 워시 의장은 지난 달 말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우리는 기조적인 인플레이션이 우리의 목표를 향해 분명하게, 그리고 충분한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해야 할 일이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금리 인상을 단행해야 물가 안정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5.3%를 웃도는 미 국채 30년물 금리에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반영돼 있다.
이번 FOMC는 금리 결정 자체뿐 아니라 향후 금리 경로에 대한 워시 의장의 기자회견 발언이 어느 때보다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뱅크오브뉴욕(BNY) 웰스의 최고 투자 책임자(CIO)인 알리시아 레빈은 "만약 그것(연준의 금리 인상)이 하나의 사이클을 시사한다면, 이를테면 '이봐, 우리는 아직 해야 할 일이 있어'라는 식이라면 그것이 시장에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전망했다.

●외인 '팔자' 잦아들더니 다시 껑충…수급 주목
'전쟁·유가·금리'의 삼중고 속에 국내증시도 코스피가 7천선을 이탈 마감하는 등 잔뜩 움츠러든 상황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의 9월(1∼11일) 전체 '순매도' 규모는 3조9,961억원이다.
외국인들은 5월 이후 4개월 연속 매달 '팔자' 행진을 이어왔는데, 9월들어 지난 8일까지만 해도 총 1조3,648억원을 순매수로 돌아서 월간기준 '순매수' 전환이 기대되던 시점이었다.
그런던 중 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4,348억원을 순매도한 데 이어 10일과 11일에도 각각 2조6,000억원과 2조3,000억원 매도 우위를 기록하며 급격히 '팔자'로 돌아섰다.
이틀새 5조에 육박하는 '팔자'세를 보인 것이어서, 외인들의 이 같은 흐름이 계속될지 이번 주 수급 동향이 주목된다.
임정은 KB증권 연구원은 "미국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앞두고 경계심리가 높아진 상황인 데다, 이번 주는 주요 이벤트 결과에 따른 매크로 민감도 및 증시 변동성에 유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 상황을 부정적으로만 볼 이유는 없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임직원 주식보상과 소각을 목적으로 자사주를 대거 매입하면서 코스피 하단을 강하게 떠받치고 있는 데다, 고유가·고금리 환경이 오히려 IT 기업 강세로 이어질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어서다.
실제 이란 전쟁 발발로부터 약 한 달이 지나 충격이 다소 완화된 시기였던 올해 4∼5월에는 실적 개선이 상대적으로 명확했던 반도체와 AI 인프라 관련주로 글로벌 자금이 대거 몰리는 양상이 나타난 바 있다.
강대승 SK증권 연구원은 "우리는 이 게임을 해 본 적이 있다"면서 "통상적 믿음에 따르면 유가 상승과 국채 금리 상승이 동시에 촉발된 상황에서 성장주로 인식되는 AI 관련 기업은 약세를, 가치주는 상대적 강세를 보여야 했지만, 실제 주식시장 움직임은 반대였다"고 짚었다.
그는 "리레이팅 기대감 약화와 수급적 요인 때문에 상반기와 같은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환경인 것은 맞다"면서도 "이란, 금리 관련 불확실성이 높은 지금, 여타 부문의 매력도 하락이라는 동력으로 반도체가 상대적 강세를 보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