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교사 텀블러에 '체액' 넣은 학생…성범죄 혐의 적용 검토

입력 2026-09-14 11:39  

대법원, 카페 음료 체액 사건에 최근 강제추행 판례
사진=연합뉴스
제주 서귀포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텀블러 체액 테러' 사건이 재물손괴를 넘어 성범죄로 다뤄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대법원이 음료 컵에 체액을 넣은 행위를 강제추행으로 인정하면서 경찰도 해당 판례를 토대로 법리 검토에 들어갔다.

14일 서귀포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건조물 침입 및 재물손괴 혐의 등으로 입건된 고교생 A군에게 강제추행 등 성범죄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

A군은 지난 4월 27일 오후 늦게 서귀포시에 있는 한 초등학교 교실에 몰래 들어가 여교사 B씨의 텀블러에 체액을 넣고 달아난 혐의를 받는다.

B교사는 범행을 인지한 뒤 정신의학과 전문의 상담을 받으며 '재발률이 매우 높은 위험한 범죄'라는 이야기를 듣고 서귀포경찰서에 수사 촉구서를 제출하는 등 철저한 수사를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 달여가 지난 6월 5일 A군은 또다시 B교사가 담임을 맡은 교실에 침입해 교사용 의자에 소변을 보고 도주한 것으로 조사됐다.

B교사는 두 차례의 범행이 자신을 특정해 계획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을 우려하며 심각한 불안 증세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호소하고 있다.

경찰은 피해 여교사가 심각한 정신적 충격을 호소하고 있음에도 그동안 A군에게 성범죄 혐의를 적용하는 데는 난색을 보여왔다.

강제추행 등 성범죄 혐의를 적용하려면 '직접적 신체 접촉'을 동반한 폭행이나 협박이 있어야 하는데, 이번 '체액 테러'와 같은 경우 직접적 신체 접촉으로 보기 어렵다는 기존 법적 잣대가 걸림돌이었다.

그러나 지난 9월 대법원이 유사 사건에서 새로운 판단을 내놓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대법원은 카페에서 여직원이 마시던 음료 컵에 체액을 넣은 남성의 행위에 대해 강제추행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하고 사건을 원심 재판부로 돌려보냈다.

체액을 음료 컵에 넣은 것은 피해자가 이를 마시도록 하려는 목적이 있었던 만큼 실질적으로 피해자의 신체에 물리적인 힘을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또 성적 의미가 강한 체액을 피해자의 신체에 들어가게 해 정신과 육체에 고통을 준 만큼, 이를 종합하면 강제추행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음료에 체액을 넣어 피해자가 마시도록 하는 이른바 '체액 테러'를 강제추행으로 인정한 첫 대법원 판단이다.

경찰은 이번 대법원 판례와 사건의 구체적인 경위 등을 토대로 법리 검토를 마친 뒤 A군에게 강제추행 혐의를 적용할지 최종 결정해 사건을 검찰에 넘길 예정이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hankyungtv.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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