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AI도 ‘자립’ 고집…"기술 쓰되 지휘권 쥐자" [방산 혁신 골든타임 ①]

배창학 기자

입력 2026-09-20 06:00   수정 2026-09-20 09:25

국방 AI도 ‘자립’ 고집…"기술 쓰되 지휘권 쥐자" [방산 혁신 골든타임 ①]

독파모 15개월 새 아스트라 돌풍 데이터 40% 영어, 1% 한국어 KIEP “완전 자립 불가...외산 허용" 국방 경우 B2G보다 B2B 활성화 한국판 인큐텔로 K팔란티어 육성
(제작=생성형 AI)
이재명 정부의 국정 과제인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줄여서 독파모 프로젝트가 시행된 지 15개월이 지났지만 글로벌 시장과의 격차는 오히려 벌어지고 있다.

이달 초 오픈AI가 출시한 ‘GPT-6 아스트라’는 압도적인 기술력으로 시장에 충격을 줬다. 사람과 로봇을 구분하는 인터넷 프로그램인 캡챠의 48단계를 전부 통과해 인간 증명서를 획득할 정도였다.

아스트라 출시를 일주일 앞두고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15개월째 접어든 독파모가 짧으면 3개월 늦어도 6개월마다 바뀌는 트렌드에 부합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하정우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부위원장도 최근 비슷한 목소리를 내며 독파모 재검토론에 힘을 실었다.

결국 독파모는 80개 가까운 기업과 대학, 1천 명 넘는 인재를 뒤로 하고 내년 초 3차 평가를 끝으로 재편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50개 vs 중국 30개 vs ‘한국 8개’
(제작=생성형 AI)
불행 중 다행으로 글로벌 AI 평가 기관이 미국, 중국과 함께 한국을 AI 3대 강국으로 선정하면서 독파모가 한국 AI 생태계 조성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미 스탠퍼드 대학교도 지난해 주목할 AI 모델을 낸 국가로 미국, 중국 다음으로 한국을 3위로 올렸다.

하지만 숫자를 들여다보면 미국과 중국은 각각 50개와 30개, 한국은 8개에 그친다. ‘AI 3강’이라는 구호에 가려진 미중과의 격차를 직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우리나라의 발목을 잡는 건 다름 아닌 문자다. 세계 최대 공개 웹 데이터 저장소에 따르면 AI가 학습할 수 있는 문서 중 40.5%가 영문인데 한글은 0.85%에 불과하다. 문서만 50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데 사진, 영상, 코드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면 간극은 더 커진다.

경쟁국들이 방대한 데이터와 엄청난 이용자를 바탕으로 기존 모델의 성능을 개량시킨 후속판을 내는 와중에 아직도 초기 모델을 연구 개발하는 게 맞는지 되돌아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팔란티어·안두릴마저 '텅 빈손'
(제작=생성형 AI)
국방으로 넘어가면 사안은 더 복잡해진다.

수차례 전쟁으로 기술력이 입증된 미 실리콘밸리 태생 방산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하드웨어에 치중된 K방산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팔란티어를 필두로 안두릴부터 쉴드AI 그리고 어플라이드 인튜이션까지 내로라하는 기업 모두 서울에 사무소를 두고 한국 시장을 공략 중이다.

네 곳 다 국내 주요 방산업체와 손잡고 신무기 공동 연구 개발과 수출 협력 등 성과들을 달성하고 있지만 B2B가 아닌 B2G에서는 별다른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특별한 규제가 있지 않지만 기밀에 따른 군사 데이터 접근 제한, 망 분리 등 넘어야 할 장벽들이 높은 동시에 전용 예산 편성이나 조달 체계가 구축되지 않은 점들이 4사의 수주를 가로막았다.

실제로 정부도 현재 조달 관련 법률은 경직돼 신무기 전력화가 더뎌 AI 같은 방산 혁신 제품과 서비스를 들이기 어렵다고 시인했다. 이에 신안보 발전을 위해 국내외 업체들을 대상으로 막아둔 군사 데이터를 일부 개방하고 실증할 기회도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GPT·클로드도 모르는 ‘군 언어’
(제작=생성형 AI)
그런데 해외의 우수한 AI를 들여도 국내 특히 군용으로 쓰는 건 비효율적이라는 제언도 있다.

한보형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이달 초 국방부가 주최한 관련 포럼에 연사자로 나서 군의 특성이 담긴 인프라에 데이터를 유기적으로 연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방 AI는 민간의 범용 거대 언어 모델(LLM)과 달리 유사시 통신이 끊길 수 있는 만큼 폐쇄망 운영 같이 별도의 시스템을 가동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 교수의 발표는 아무리 똑똑해진 LLM도 공개되지 않은 우리 군의 부대 편성이나 전투 교리, 작전과 임무 수행 방법, 무기별 제원 등을 알 수 없으면 제기능을 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 우리나라는 휴전 상태로 북한의 전력도 실시간 파악해야 하다 보니 데이터 수집과 학습이 훨씬 까다롭다.

그래서 우리 군이 팔란티어, 안두릴과 궤를 같이해도 군의 언어를 번역하고 통역하는 건 사실상 불가해 한국 회사와 컨소시엄 등을 구성해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정부 출연 연구 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도 소버린 AI는 데이터와 운영 체제를 관리할 수 있는 주권만 쥐면 외산도 허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주권 확보가 보호 무역주의 같은 폐쇄된 전략을 펼치는 게 아니고 경우에 따라 손을 벌리더라도 통제하면 된다고 설명한 거다.

국산과 외산을 결합한 하이브리드형도 소버린 AI가 될 수 있다고 진단한 건데 국방은 한 가지 조건을 더 붙였다. 혼용하더라도 정보 유출, 역이용 등 혹시 모를 위험 요인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고 규정한 거다.

▲군 입대한 '국방 AI 훈련병' 네이버·SK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각 군 관계자 등 550명이 네이버클라우드가 지난 18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연 '국방 AI 전략 세미나(Defense AI Day)'에 참가해 기념 사진을 촬영한 모습. (사진=네이버클라우드)
국산이 국방 AI의 주인이어야 한다는 전제가 깔리자 국내 IT 대표 주자들도 방산이라는 신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지난 6월 처음으로 김유원 대표가 직접 총괄하는 국방 AX 전담 TF를 출범시켰다. 지난 18일에는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각 군 관계자 550여 명을 대상으로 국방 AI를 주제로 한 세미나 ‘디펜스 AI 데이’를 열어 방산업체로서 청사진을 제시했다. 한국경제TV 취재 결과 오는 12월에는 창사 최초로 방위산업 전시회에도 참가해 주력 제품과 서비스를 소개한다.

▷관련기사: <한국경제TV 2026년 9월 16일자 [단독] 12월 네이버 '국방 AI' 나온다...한국판 팔란티어 시동 [배창학의 방산인사이드] n.news.naver.com/mnews/article/215/0001266184?sid=101>

SK텔레콤은 네이버클라우드보다 한 달 앞선 5월 국방부 등과 독파모 군사화에 대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민간용 독파모를 군사용으로 손보고 공개된 군사 데이터를 수집, 학습시켜 국방에 맞춤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네이버, SK 등의 참전은 국방 AI 자체가 붐 업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군과 수십 년간 관계를 쌓고 관련 경험과 노하우도 축적한 방산업체들과 성격이 달라서 빠꼼이들과의 경쟁이 버거울 거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결국은 AI를 알아도 군을 모르면 누구든 말짱도루묵이라는 이야기다.

▲'K팔란티어' 딱 찍어 키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 26일 청와대에서 진행된 ‘미래 신안보 혁신 기업 육성’ 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국방 AI 전문가를 찾겠다며 꺼내든 카드는 바로 ‘한국형 인큐텔’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월 '미래 신안보 혁신 기업 육성 회의‘를 주재하며 '한국형 인큐텔'을 설립해 국방 AI를 비롯한 신안보 산업에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인큐텔, 영문으로 In-Q-Tel(IQT)은 미국 CIA가 1999년 민간 기술을 안보에 연결하고자 세운 투자 기관이다. 이 대통령도 한국벤처투자의 자회사 형태로 한국판 인큐텔을 세우겠다고 팔을 걷어붙인 거다.

구체적으로는 중소벤처기업부와 방위사업청이 내년까지 각각 250억 원을 출자해 총 500억 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추가로 1조 원 넘는 방산 펀드 등을 통해 해당 업체들의 성장 단계에 따라 후속 투자도 하겠다는 방침이다.

여기서 눈여겨볼 부분은 미국 IQT가 단순한 벤처캐피털이 아니라는 거다. IQT의 이사회 구성원은 투자뿐 아니라 국방과 정보 전문가들이 중심이 된다.

그러면서 한국도 단순히 돈을 잘 버는 인물이 아니라 국방, 정보와 투자를 함께 읽는 이들을 축으로 둬야 한다며 반대로 결이 다른 공무원들이 오고 인사도 잦으면 성공적인 안착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이 나온다.

정부는 자체 인큐텔을 앞세워 2030년까지 AI, 드론, 사이버, 우주와 항공 같은 신안보 분야에서만 기업 가치 1조 원 이상 기업 5개, 매출 1천억 원 넘는 기업 50개를 육성한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수술대’ 오른 구시대적 법안
기존 제도와 국방 드론·로봇 즉시 구매 제도 간 비교 표. (사진=유용원 의원실)
국회도 지원 사격에 나섰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 등이 「국방 첨단 전력 사업에 관한 법률안」을 공동 발의한 거다. 법률안은 AI, 드론 같이 급변하는 장비는 기존 획득 절차와 따로 다루자는 제정안이다.

▷관련기사: <한국경제TV 2026년 6월 30일자 [단독] 군 소요 기다리다 ‘구식’ 된다…드론·로봇 즉시 구매법 발의 n.news.naver.com/mnews/article/215/0001257060?sid=101>

완제품이 만들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공급하지 않겠다는 게 핵심이다. 부대별 작전, 임무에 따라 최소한의 기능을 갖춘 장비를 우선 배치해 쓰고 피드백에 따라 개선, 보완하고 결과에 따라 납품을 확대하는 그림을 그린 거다. 국방 AI도 포함될 것으로 기대된다.

판은 깔렸다. 국방부도 국방인공지능법과 국방첨단전력사업법 등을 두며 국방 AI 기술 적용을 가속화할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다만 검증 절차 축소로 떨어질 기술의 신뢰성과 안전성을 어떻게 보장해 리스크를 줄일지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국방 AI의 진짜 골든타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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