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사이 미 증시 3대지수 상승했습니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1.4% 올랐습니다. 이 정도면 미국과 이란 간 문제, 그리고 미-중 정상회담을 시장이 별 탈 없이 소화했다고 볼 수 있겠지요.
미 중 정상회담 관련해 투자 관점에서 살펴볼 지점들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미국과 중국이 국제수로 통행료에 반대하기로 합의했다는 겁니다.

이란이 구상하는 호르무즈 해협 통제 계획에 차질을 일으킬 수 있는 요인입니다. 그동안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을 대상으로 '수수료'를 걷겠다는 구상을 해왔었습니다.
맥락이 있습니다. 미국은 중국이 원유를 싸게 공급받을 수 있는 루트를 차단해왔습니다.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격이 단적인 예였고요. 미국-이란 전쟁이 길어지며 유가가 높아지는 상황 역시 중국에는 부담이 되었는데, 정작 미국도 지금 국내 경유 가격이 너무 비싸졌습니다.
그간 중국은 희토류를 무기로, 미국은 원유를 무기로 양국을 압박해왔는데요. 지금은 원유 가져오는데 추가 비용까지는 안 내고 싶은 양국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상황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서부텍사스산중질유 (WTI) 근월물 가격은 배럴당 92.4달러 선까지 내려왔습니다.
유가 부담을 줄여주는 장면도 있었습니다만, 미국과 중국이 정상회담을 계기로 그동안의 갈등을 완전히 내려놓은 건 아니라는 점은 염두에 두셔야겠습니다.

300억 달러 규모의 비민감품목 관세 인하 이야기는 이미 지난 5월에 나온 이야기의 반복이고요. 무역 휴전 기간이 11월에서 내년 1월로 두 달 늘어났습니다만 이것은 갈등 완화가 아니라 전열을 재정비하기 위한 새로운 카운트다운일 뿐이라는 시각도 월가에선 나왔습니다.
만약 양국의 무역 휴전 연장 기간이 1년이었다면 베이징이 잠시 무기를 내려놓아도 될 만큼 양국 관계가 안정적이라고 판단했음을 뜻할 수가 있지만요.
내년 1월은 중간선거를 끝낸 미국이 새 의회를 구성하며 혼선이 있을 수 있는 시점입니다. 미 국방부가 올해 새롭게 출범하며 중국에 의존해온 전략물자를 관리하려는 경제방어유닛(EDU)이 성과를 보여주기에도 짧은 시간입니다.
여기서부터는 가정의 영역이지만, 겨우 두 달 미뤄진 미-중간 관세 휴전 기간 동안 워싱턴의 행보가 더 빨라질 수 있을 겁니다. 미국이 중국산 대신 한국산 텅스텐 선적에 나선 것처럼, 미국의 탈중국 공급망 움직임과 관련한 뉴스가 연말까지 더 자주 등장할 수 있다는 뜻이겠지요.
눈을 조금 옆으로 돌리면 채권시장은 변동성이 커졌습니다. 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한때 5.2%를 돌파했습니다. 채권 시장의 변동성 지표인 MOVE 지수도 지난 3월 이후 100선을 또다시 넘어섰었지요.
'지루한 시장'이라고 불렸던 채권 시장은 3월 이후 최대 변동성을 보인 한편, 증시는 공포에 휩쓸리지 않는 차분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점이 눈에 띕니다. 왜 이런 온도차가 나타나는지에 대해 월가는 몇 가지 이유를 꼽습니다.
하나는 현재 증시를 움직이는 변수인 이란 문제가 더 심해지지 않을 거라는 일부의 예측입니다. '타코(TACO) 지수'를 보면 그 점이 드러나는데요. 이 지수가 최근 급등해 지난 3월 이후 최고치로 올라섰습니다. 타코 지수가 상승하는 국면에서는 백악관이 정책 수정과 철회를 강요받고, 이 지수가 정점을 찍으면 정책이 완화하는 현상이 관찰되어 왔습니다.

또 하나는 지금의 국채 금리가 기술적 고점에 다다랐다는 월가의 믿음입니다. 제프리스는 국채 금리가 7개월 연속 올랐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과거 역사적으로 금리가 7개월 연속 상승했을 때는 예외 없이 상승세가 꺾이며 정점을 찍었다는 겁니다.
다가오는 30일에 발표될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이후 금리 흐름을 지켜봐야겠습니다. 이번 PCE부터 통계 계산법이 일부 변경되어 인플레이션 수치가 기존 예상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시장 예상치는 전월비 0.4% 상승입니다.
마지막으로, 탄탄한 기업의 실적과 경제가 고금리를 정당화한다는 시각입니다. 미국의 기업 구매 담당자들이 경기를 어떻게 판단하는지를 지수화한 S&P글로벌 종합 PMI는 58.4로 62개월 만에 최고치를 썼습니다. 골드만삭스는 3분기 미국 GDP 전망치를 3.4%로 올렸습니다.
찰스슈왑도 5%대 금리가 반드시 악재는 아니라는 의견을 제시했는데요.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가 탄탄하게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이므로 긍정적인 신호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국채 금리 상승에도 실적이 확인되는 기술주 위주의 증시 상승세가 나오는 이유라는 뜻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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