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도 주가가 하락한 가운데, 외국인이 국내 증시로 돌아올 조건에 관심이 쏠린다. 하나증권은 미국 제조업 회복과 물가·금리 부담 완화를 선행 신호로 살피되, 최종적인 복귀 신호는 외국인의 현물 순매수가 지속되는지 여부라고 분석했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13일 보고서에서 “한국 증시의 우상향 전망을 유지한다”며 “다만 상승의 시점과 강도, 추가 비중 확대 속도는 외국인 수급의 전환에 연동한다”고 밝혔다.
호실적만으로는 증시 상승을 이끌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진단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8일 3분기 잠정 매출액 195조원과 영업이익 107조4000억원을 발표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82.5%, 전분기보다 20.01% 증가했다.
그러나 실적 발표 당일 삼성전자 주가는 2.42% 하락했고 코스피도 2.62% 내린 6625.93으로 마감했다. 삼성전자 보통주의 외국인 지분율은 46.38%로 2008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김 연구원은 “실적 개선이 지수 상승으로 이어지려면 이를 뒷받침할 매수세가 필요하다”며 “이번 국면에서는 외국인 매도 압력의 완화를 출발점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고점에서 유입된 개인 투자자 자금은 반등 과정에서 매물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달까지 코스피 7000~9000 구간에서 개인의 누적 순매수액은 약 83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해당 자금 일부가 본전 회복 과정에서 매도로 전환되면 증시의 상승 탄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나증권은 고점 매물을 소화하고 지수가 추가 상승하려면 외국인을 비롯한 새로운 매수 수요가 유입돼야 한다고 봤다.
하나증권이 과거 코스피 강세장과 외국인 누적 순매수의 시차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외국인 복귀에 앞서 주목할 변수로 미국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지수와 미국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한미 10년물 국채 금리 차가 꼽혔다.
ISM 제조업지수는 외국인 수급에 1개월, 근원 PCE 물가는 5개월, 한미 10년물 금리 차는 2개월가량 선행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달러·원 환율과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한국 장기금리와 달러·엔 환율도 주요 판단 지표로 제시됐다.
원화 약세는 당장 외국인의 환차손 위험을 높이지만 달러 기준 국내 주식의 매입가격을 낮추고 수출기업의 원화 환산 실적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 다만 환율 상승만으로 외국인 매수를 예상하기보다는 원화 안정과 수출 실적 개선이 함께 나타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하나증권은 설명했다.
코스피 12개월 선행 PER은 외국인 수급에 1개월가량 선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 조정이나 기업 이익 전망 상향으로 PER이 낮아지면 외국인의 매수 유인이 커질 수 있지만, 경기 정점에서 이익 추정치가 과도하게 높아져 PER이 낮아진 경우에는 주의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중동 확전과 에너지 가격은 변수로 꼽혔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휴전이 실제 이행되면 정유시설 가동 차질과 경유 공급 불안이 완화돼 에너지 가격과 기대인플레이션의 상승 압력을 낮출 수 있다. 이는 장기금리 부담을 덜어 외국인 수급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나증권은 최근 20거래일간 외국인의 현물 순매수액을 직전 월말 코스피 시가총액으로 나눈 비율을 수급 전환의 기준으로 제시했다. 해당 비율이 지속적으로 플러스를 유지하고 외국인 매수가 반도체 대형주에서 다른 업종으로 확산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 연구원은 “메모리와 전력 인프라의 핵심 보유분을 유지하되 10월 비중 확대는 외국인 수급에 연동할 필요가 있다”며 “경기와 금융 여건이 개선되고 이익의 지속성에 기반한 가격 매력이 확인될 때 현물 순매수를 근거로 투자 강도를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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