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강국 독일의 대표 기업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캐시카우였던 중국 시장에서 현지 업체에 밀린 영향인데요.
문제는 그 중국차가 이제는 한국을 향하고 있다는 겁니다.
유럽이 중국산 하이브리드 수입까지 막아서면서, 규제가 느슨한 국내 시장으로 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산업부 이지효 기자 나와 있습니다. 이 기자, 독일차 3사 실적이 얼마나 나빠진 겁니까?
<기자>
폭스바겐과 BMW, 벤츠 등 독일차 3사의 상반기 영업이익 합계는 130억유로로 1년 전보다 19% 줄었습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가장 큰 원인은 '캐시카우'였던 중국 시장의 부진입니다. 실제로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3사의 중국 판매량은 25% 줄었습니다.

우선 중국 시장 자체가 쪼그라들었습니다. 소비 심리가 위축된 데다, 중국 정부가 올해부터 전기차 구매세 감면 혜택을 축소한 영향입니다.
중국 소비자가 차를 고르는 기준도 바뀌었는데요. 예전에는 엔진 성능이나 브랜드를 봤다면, 이제는 소프트웨어와 가격, 그리고 신차가 얼마나 빨리 나오느냐를 봅니다.
중국 업체가 짧은 주기로 신차와 소프트웨어를 쏟아내는 사이, 내연기관에 강점이 있던 독일차는 대응이 늦었던 겁니다.
여기에 올해는 중국 브랜드가 독일차의 텃밭이던 프리미엄 고객층까지 파고들었습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EY는 독일차 부진에 대해 "비싼 프리미엄 차가 덜 팔리고, 커지는 전기차 시장에서는 중국 소비자가 자국 브랜드를 선호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앵커>
독일차를 밀어낸 중국 업체가 이번에는 한국을 노린다고요?
<기자>
네, 계기는 유럽입니다.
유럽연합(EU)은 오는 12월부터 4년간 중국산 하이브리드차 수입을 연간 35만대로 제한하는 것으로 알려졌죠.
상한선은 해마다 6%씩 늘어나는데요. EU는 중국의 하이브리드 수출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EU는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45.3%의 관세를 매기고 있지만, 하이브리드에는 기본 관세 10%만 붙여왔습니다.
이 빈틈을 중국 업체가 파고 들었고요. 유럽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시장에서 중국 점유율은 2%에서 25%로 치솟았습니다.

문제는 유럽에서 막힌 물량이 어디로 가느냐입니다.
중국은 올해 1~8월 자동차 내수 판매가 지난해 대비 21.8% 줄었지만, 수출은 70% 가까이 늘었습니다.
중국 업체는 안에서 못 판 차를 밖에서 파느라 그야말로 혈안이 된 상황인데요.
규제가 느슨한 한국으로 물량이 몰리는 '풍선 효과'가 우려되는 이유입니다.
비슷한 전례도 있습니다. 테슬라는 유럽과 중국에서 판매가 줄자, 상하이 공장에서 만든 모델Y를 2,000만~3,000만원 낮춘 가격에 한국에 들여왔습니다.
그 결과 모델Y는 올해 국내 전체 판매에서 기아 쏘렌토에 이어 2위를 차지했습니다.

<앵커>
안방이 흔들리면 현대차나 기아의 타격이 가장 클 수밖에 없겠는데요?
<기자>
시점이 좋지 않습니다. 현대차만 봐도 올해 9월까지 글로벌 판매가 1년 전보다 7% 줄었고요. 국내 판매는 16% 넘게 감소했습니다.
현대차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5조3,65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5.8% 줄었습니다.

더 큰 걱정은 하이브리드입니다. 지금 현대차·기아의 수익을 책임지는 주력 차종이 하이브리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데요.
이번에 EU가 막아선 게 바로 중국산 하이브리드죠.
중국산 하이브리드가 가격을 앞세워 국내 시장까지 들어오면, 전기차뿐만 아니라 돈을 버는 차종까지 압박을 받습니다.

실제로 BYD는 최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SUV '씨라이언6'의 사륜구동 모델을 국내에 4,190만원에 내놨습니다.
유럽에서는 비슷한 사양이 7,000만원 수준에 팔리는데, 한국에는 3,000만원 가까이 싸게 내놓은 겁니다.
<앵커>
다른 나라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우리 대응은 충분한 겁니까?
<기자>
주요국은 이미 빗장을 걸고 있습니다.
미국은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127.5% 관세를 매기고요. 2027년형부터는 중국 소프트웨어를 쓴 커넥티드카 판매도 금지합니다.
일본은 자국산 배터리 사용 실적 등을 따져 보조금을 차등 지급합니다.
이번에 EU가 하이브리드까지 막아선 것도 자동차 산업이 무너지면 부품 업계와 일자리 전반이 다 흔들린다는 위기감 때문입니다.

반면 한국은 중국산 자동차에 8% 관세를 물리는 것 외에 뚜렷한 조치가 없습니다.
전기차 보조금 문턱도 높지 않습니다. 정부는 최근 생산량에 비례해 세금을 깎아주는 '국내생산 세액공제'에서 전기차를 뺐습니다.
업계에서는 독일차가 중국에서 겪은 일을 한국 안방에서 겪게 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산업 차원의 방어막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물론 기업의 체질 개선도 필요합니다. 결국 중국차와는 속도와 원가의 싸움인데요.
현대차·기아가 하이브리드와 가격 경쟁력으로 국내와 해외 점유율을 얼마나 지켜내느냐가 관건입니다.
<앵커>
이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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