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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주' 기록 쓴 서울 집값..."최소 5만 가구 쏟아져야 꺾인다"

유주안 기자

입력 2026-10-15 16:52  

정부가 ‘닥공(닥치고 공급)’ 기조를 연일 강조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매년 서울에서 생겨나는 5만 호가량의 주택 수요를 충족할 수준의 공급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일각에서는 공급이 큰 폭으로 늘어나면 집값이 급락할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만큼의 공급이 이루어지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서울 아파트값이 88주째 상승세를 기록하며 쉽사리 안정되지 않는 모습이다. 15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 아파트값은 0.16% 올라 전주(0.12%) 대비 상승률이 확대됐다.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해 2월 첫째 주부터 상승세를 지속 중이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과 이성훈 LH 사장 등이 집값 하락, 나아가 급락을 언급하며 현실과는 다소 불일치하는 상황 인식을 보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월 말 X에 “집값 하락에 대비해 미분양 매입을 준비하도록 지시했다”고 언급한 데 이어, 공공주택 공급을 책임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수장인 이성훈 사장은 지난 1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비슷한 상황 인식을 드러냈다. 이 사장은 “금리도 높아지고 있어 집값이 계속 오르지 않고 많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발언하는가 하면 “급락할 가능성이 좀 많다. 지금 저희가 공급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재차 설명했다.

그러나 앞으로 최소 3개년간은 서울의 주택 공급, 특히 수요가 많은 아파트 공급 물량은 예년에 비해 큰 폭으로 감소한 상황이 이어질 전망이다. 최근 20년간 서울 지역의 주택(아파트와 비아파트) 연평균 준공 물량은 6만 2,393호이며, 이 중 아파트는 3만 7,442호이다. 올해부터 3개년간 서울시내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2026년도 2만 6천 호, 2027년 2만 3천 호, 2028년 1만 5천 호 수준이다. 이 같은 수준의 공급은 집값을 안정시키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란 게 많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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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일 강남대학교 부동산건설학부 교수가 지난 8월 ‘국토계획’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올해부터 10년간 서울 신규 주택 수요를 35만 5천 호에서 48만 6천 호로 추정된다. 단순히 연평균으로 계산하면 매년 3만 5천 호에서 4만 8천 호의 신규 순수요가 발생하는 것이다. 향후 10년간 47만 2천 호로 추정되는 주택 멸실은 포함되지 않은 수치다. 김 교수는 “변화하는 서울시 주택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산술적인 공급 물량 확대보다 생애주기별 주거 수요를 정교하게 반영한 공급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권대중 한성대 교수는 매년 5만 가구 이상의 주택 공급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권 교수는 “국가 데이터처의 자료에 의하면 2024년 기준 서울에서 4만 2천 쌍 정도가 결혼했고, 지난해에는 4만 9천 쌍이 결혼했다. 이혼 건수도 1만 1천 쌍에 달한다. 모두 주택 수요로 이어지는 것들이다. 즉, 6만 호의 집이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실제 주택 공급량은 올해 2만 7천 호에 불과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소한의 공급이 따라주지 못한다면 주거 측면에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가속화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랩장은 “서울에 주택 준공 물량이 지난 2020년에는 7만 5천 호에 달했고, 거래 시장이 위축됐던 2022년에도 5만 6천 호 수준이었는데 올 들어 급격히 감소했다”고 지적하고 “시장의 불안감을 줄이고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모든 주택 유형을 포함했을 때 서울에서 최소 4만 호 이상은 준공 기준으로 공급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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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한 공급이 이루어지더라도 집값 안정 내지 급락으로 직결된다고 보는 것도 무리다.

최근 10년간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하락한 적은 2022년이 유일하다. 이 해 아파트 공급량은 3만 2천 호 수준으로 그전에 비해 다소 줄었던 상황이었다. 또한 아파트 준공 실적이 늘었던 2019년과 2020년에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각각 10.7%, 23.1% 상승률을 보였다.

따라서 당분간은 수급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공급이 쉽지도 않고, 과거 사례로 볼 때 공급이 충분히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집값의 하향 안정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많은 사람들이 대출을 받아 집을 매수한 상황에서 집값이 급락한다면 개개인의 삶으로 볼 때는 부도가 난 것이나 다름없다"며 "국민들의 주거 안정을 도모해야 할 정부가 집값 급락을 부추기는 듯한 발언은 옳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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