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고등학생들의 교육 환경 개선 요구로 시작된 시위가 노동자와 일반 시민들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번지면서 유럽 전역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고물가와 주거비 상승, 중동 전쟁에 따른 연료비 급등에 정부의 긴축 정책까지 겹치면서 각국에서 불만이 폭발하는 양상이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와 마르세유, 리옹, 툴루즈, 낭트, 스트라스부르 등 주요 도시에서 50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정부 정책에 항의했다.
당초 열악한 교육 환경에 반발한 학생들이 주도했던 시위에 생활비 부담과 공공 서비스 악화에 불만을 품은 노동자들이 대거 합류하면서 규모가 급격히 커졌다.
시위가 격화하면서 곳곳에서 경찰과 시위대 간 충돌도 발생했다. 일부 시위대는 복면과 마스크를 착용한 채 경찰과 대치했고, 진압 과정에서는 최루가스와 물대포가 동원됐다. 이 과정에서 경찰관 약 150명이 부상하고 시위 참가자 약 1천200명이 체포됐다.
남서부 리모주에서는 시위대의 공격으로 시청 건물에 불이 났으며, 제2 도시 마르세유에서는 도심 상점과 경찰서가 파손됐다. 제3 도시 리옹에서도 시위대가 던진 폭죽 등으로 관광 안내소에 화재가 발생했다.
시위로 여러 지역이 난장판으로 변하자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공공기물 파손, 약탈 등의 행위를 처벌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특히 이번 시위에는 8년 전 프랑스 전역을 뒤흔들었던 '노란 조끼' 운동의 지휘부가 참여를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수개월간 이어진 대규모 시위로 마크롱 정부가 정치적 위기에 몰렸던 만큼, 내년 대선을 앞두고 비슷한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프랑스에서 시작된 시위 열기는 국경을 넘어 이탈리아와 벨기에, 스페인, 포르투갈 등 주변국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17일 로마와 밀라노, 토리노, 볼로냐 등 주요 도시에서 물가 상승과 저임금, 공공 서비스 부실에 항의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이탈리아에서는 전날에는 주요 도시에서 프랑스 학생 시위에 동조하는 청소년들이 대거 거리로 나서 교원 충원, 학교 시설 개선 등을 정부에 요구하기도 했다. 학생 운동 전통이 강한 토리노에서는 일부 시위대가 경찰을 향해 유리병, 바위 등을 던지며 충돌하기도 했다.
이탈리아 최대 노동조합인 CGIL은 유럽 학생들의 대규모 시위가 예정된 내달 20일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이탈리아에서는 다시 한번 대규모 집회가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벨기에에서도 교육 예산 삭감과 열악한 학교 환경에 반발하는 고등학생들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프랑스어권 도시인 동부 리에주를 중심으로 학생들의 집단행동이 며칠째 계속되는 가운데 17일에는 수도 브뤼셀과 리에주에서 고물가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포르투갈에서도 이날 물가 상승과 집값 급등으로 인한 주거비 부담 가중에 항의하는 시위가 수도 리스본, 제2 도시 포르투 등에서 열렸다.
유럽연합(EU) 통계 기구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포르투갈의 주택 가격은 이민자 수요 급증과 주택 공급 부족 속에 올해 2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16% 급등, EU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스페인 역시 주택난을 둘러싼 갈등이 정치권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달 87세 노인이 강제로 퇴거당한 사건을 계기로 시작된 주거권 보장 요구 시위가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등 주요 도시로 확산하면서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조기 총선에 내몰리는 상황까지 이어졌다.
아드리아해 너머 발칸반도에서는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수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알바니아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위의 리조트 개발에 맞서 지난 6월 시작된 정권 퇴진 시위가 4개월째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대학생들의 교육환경 개선 요구로 확산하면서 시위가 격화되는 가운데 17일에는 에디 라마 총리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대가 경찰과 격렬히 충돌하면서 시위 진압용 고무탄과 물대포, 최루가스가 수도 티라나에 난무했다고 AFP통신은 보도했다.
세르비아는 2024년 11월 세르비아 북부 노비사드의 기차역에서 지붕이 무너져 16명이 숨진 사고 이후 반정부시위가 2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hankyungtv.com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