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전역에서 생활비와 기름값 상승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일부 폭력 사태로 번지면서 공공건물이 불타고 상점이 약탈당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수도 파리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는 시위가 끝난 뒤에도 파손된 시설물과 잔해가 거리에 남아 있는 등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AFP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프랑스 전역에서 벌어진 대규모 시위로 파리 중심부의 상점 유리창이 파손되고 곳곳에서 방화와 약탈이 발생했다.
이번 시위는 지난달 열악한 교육 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시작된 고등학생들의 시위에 노동자와 시민단체 등이 가세하면서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로 확대됐다. 특히 생활비와 기름값 급등에 대한 불만이 커지면서 2018년 유류세 인상 등에 반발해 시작된 '노란 조끼' 운동 참여자들도 합류했다.
17일 프랑스 전역의 시위 참가자는 내무부 추산 55만명, 주요 노동조합인 노동총연맹(CGT) 추산 80만명에 달했다. 대부분 평화적으로 진행됐지만 일부 과격 시위대가 공공건물과 상점을 공격하면서 대규모 소요 사태로 번졌다.
프랑스 당국에 따르면 시위 관련 체포 인원은 당초 1,800명을 넘어선 데 이어 18일 기준 2,400명으로 늘었다. 당국은 체포된 이들의 불법 행위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파리에서는 시위 도중 심정지를 일으킨 참가자 1명이 숨졌다. 당국은 사망 원인이 건강 문제이며 시위대 간 충돌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로이터통신은 프랑스 수십 개 도시에서 수십만명이 평화적으로 거리 행진을 벌이는 동안 일부 과격 시위대가 공공건물을 공격하고 명품 매장과 슈퍼마켓을 약탈했으며 경찰차와 경찰관들에게도 공격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파리에서는 일부 시위대가 명품 매장이 밀집한 샹젤리제 거리 일대로 진입을 시도했고, 도심 곳곳에서 상점 유리창이 깨지거나 시설물이 파손됐다.
다른 지역에서도 피해가 잇따랐다. 보르도에서는 복면을 쓴 군중이 지방행정 책임자의 관저에 난입했으며, 리모주에서는 143년 된 시청 건물이 방화로 큰 피해를 봤다. 마르세유에서도 시위대가 시청에 진입하는 등 폭력 사태가 발생했다.
상업시설 피해도 상당한 규모에 달했다. 프랑스 유통업체 까르푸는 전국 매장 50곳이 피해를 봤으며, 이 가운데 20곳이 약탈당했다고 밝혔다. 프랑스 전역에서 피해를 입은 소매업체는 약 1,500곳으로, 피해액은 수억 유로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시위가 프랑스에서 수년 만에 발생한 최악의 소요 사태 가운데 하나로 확대됐다고 전했다. 파리를 방문한 네덜란드 기업가 티예 더부르는 AFP통신에 "이곳은 마치 전쟁터 같다"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폭력 사태를 강하게 규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우리 공화국에서 폭력이 설 자리는 없다"며 "혼란을 조장하고 평화적으로 요구를 표현하려는 사람들을 방해하는 이들에 맞서 함께 단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시위 참가자 대부분은 평화적으로 의사를 표현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싱크탱크 유라시아그룹의 무즈타바 라만 분석가는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높은 기름값과 열악한 교육 환경에 항의하는 "실제 시위 대부분은 평화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폭력은 극좌 일부 세력에게서 나왔다. 약탈은 가난한 교외 지역의 기회주의적 무리가 한 것"이라며 "이 모든 것은 마린 르펜에게 좋은 소식"이라고 분석했다.
프랑스에서 시작된 대규모 항의 시위는 주변 유럽 국가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이탈리아 로마와 밀라노, 토리노, 볼로냐를 비롯해 포르투갈 리스본 등에서도 물가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렸다. 벨기에 동부 리에주에서도 교육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고등학생들의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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