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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기술주 폭락, 7월과 다르다”…매수 실종·신용 경색에 갇힌 AI 랠리 [딥시그널]

김종학 기자

입력 2026-10-19 15:16  

“이번 기술주 폭락, 7월과 다르다”…매수 실종·신용 경색에 갇힌 AI 랠리 [딥시그널]

미 S&P500·나스닥 지수, 50일 이동평균선 이탈 JP모건 "7월 과매도 대비 포지션 덜 비워져" 골드만·바클레이스, 헤지펀드 추가 이탈 경고

미국 뉴욕증시 기술주와 글로벌 반도체주가 인공지능(AI) 인프라 부채 리스크와 고금리 여파로 지난 6월 이후 최악의 한 주를 보냈다.

월가 주요 투자은행(IB)들은 개인투자자의 저가 매수세 실종, 공매도 숏커버링 동력 고갈, 기업 자사주 매입 중단 등이 맞물리며 이번 조정 국면이 빠른 반등에 성공했던 지난 7월 말보다 구조적으로 훨씬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국내 증권가에서도 인플레이션 재점화 속에 장기 국채금리가 하락하는 현상이 2000년 닷컴버블 붕괴 직전과 닮았다는 경계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수급 안전판 사라진 기술주…“7월보다 위험한 조정”

지난 16일(현지시간) 기준 뉴욕 증시에서 나스닥100 지수는 주간 5.5% 하락해 2025년 4월 이후 최대 주간 낙폭을 기록했고, S&P500 지수와 나스닥지수 모두 기술적 지지선인 50일 이동평균선을 하향 이탈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8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한 주간 11% 폭락했다. 지난 6월 고점 대비 낙폭을 비교하면 24%에 달한다. 또한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지수, VIX는 금요일 장중 22선을 돌파하며 지난 7월 말 기술주 급락장 이후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월가에서는 이번 기술주 투매가 급락 이틀 만에 반등했던 지난 7월 말과는 수급과 비교해 기술적 기반 자체가 다르다는 진단을 내놨다.

JP모건은 지난주 시장분석 보고서에서 지난 7월 말 저점 당시 미국 주식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보유 비중이 극단적 과매도 수준까지 비워졌지만, 이달 들어서는 중립 수준에 그쳐 추가적인 하락 위험을 안고 있다고 진단했다.

골드만삭스의 프라임북 집계에서 헤지펀드들은 지난 8일부터 14일까지 5거래일 연속 글로벌 AI 주식을 순매도하며 2025년 초 이후 쌓아왔던 AI 관련 기업들의 누적 순매수 물량을 전부 토해냈다.



최근의 하락이 하락이 공매도에 의한 투기가 아니라 기존에 들고 있던 매수 포지션을 덜어내는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뜻이다. 골드만삭스는 이로 인해 주가가 반등하더라도 공매도 투자자들이 주식을 급히 되사들이면서 나타나는 숏스퀴즈와 같은 기술적 반등을 기대하기도 어렵다고 진단했다.

지난 14일 기준 글로벌 헤지펀드의 전체 주식 순보유액 가운데 인공지능(AI) 기업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26.1%로 상위 기업에 대한 쏠림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증시 하단을 떠받칠 수급이 약해진 것도 현재 시장에 대한 위기감을 키우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의 저가 매수 흔적이 보이지 않는 데다,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마저 10월 중순 실적 시즌과 함께 조기 종료된 점도 시장 참가자들에게는 부담이다.

골드만삭스는 코스피가 지난주까지 7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고점 대비 20% 폭락한 배경으로 국내 1, 2위 기업의 자사주 매입 종료에 따른 수급 공백을 지목했다.

외국인이 이달 들어서만 17조 원 상당을 쏟아내며 시장을 밀어냈고,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오버행 우려까지 겹치며 기술적 기반이 무너졌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기술주 대안으로 꼽히는 경기민감주와 소형주 역시 고금리와 유가 급등에 발목이 잡혀 아직 과매도 구간에 진입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바클레이즈는 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 지수가 고점 대비 11% 하락해 조정 국면에 들어섰으나 지수 내 적자 기업 비중이 33%에 달해 연 5%대 국채금리 환경에 매우 취약해졌다고 지적했다.

◆ 앤스로픽마저 연 10% 조달금리…브레이크없는 네오클라우드발 신용 경색

수급 악화의 근본 배경에는 2025부터 2032년까지 총 10조 달러 상당의 자금을 투입하는 미국 인공지능 인프라 붐의 물리적인 병목과 신용 경색이 자리하고 있다. 10조 달러는 미국의 연간 국내 총생산(GDP)의 3.6%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규모다.

네오클라우드 기업인 코어위브에 이어 이번엔 앤스로픽의 고금리 자금조달도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앤스로픽은 구글이 개발한 텐서처리장치(TPU) 반도체 1.5기가와트(GW)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600억 달러 규모 부채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앤스로픽은 프로젝트 노스 스타로 알려진 이번 자금 조달을 위해 사모대출 시장의 큰손인 블랙스톤에 연 10%가 넘는 고금리를 제시했다. 이는 4개월 전 조달 금리 연 8.5%보다 1.5%포인트 이상 뛴 것이다.

연내 상장을 추진 중인 앤스로픽은 3분기 매출이 168억달러로 전분기 대비 45% 증가했으나 2분기 대비 성장 속도는 둔화해 목표 기업가치를 기존 2조달러에서 1조5천억 달러로 낮춰 논의 중이다.

자금 조달 비용이 치솟으면서 부채에 의존해 데이터센터를 짓는 신생 클라우드 진영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대표적 기업인 코어위브는 총부채가 516억 달러에 달하고 향후 3년 반 동안 약 800억 달러의 현금 소진으로 부도 위험이 치솟고 있다.

기업가치 305억 달러로 평가받던 호주 데이터센터 기업 퍼머스와 에어트렁크의 상장 철회, 지난 주말 중국 딥시크의 경량화 모델 기습 출시까지 겹치며 대형 클라우드 기업들도 고전을 이어가고 있다.


◆ 반등 기대 더 약해졌다..국내 증권가 “닷컴버블 전조 경계”

국내 증권가에서도 거시경제 지표와 AI 산업 사이클 약화에 대한 우려가 늘고 있다.

미국 장기 국채가 최근 주식시장 약세에도 정반대의 금리 하락 국면을 보인 것이 경기 침체를 미리 반영한 결과일 수 있다는 진단이다.

지난주 미국 9월 수입물가가 전월 대비 1.1% 뛰는 등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는데도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24년 만의 고점인 5.31%에서 5.08%로 빠르게 하락했다.

KB증권의 이은택 연구원은 “인플레 확대 속 장기금리 하락은 시장이 추세적 긴축에 따른 경기 침체를 두려워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라며 “닷컴버블 붕괴 직전인 2000년초 물가 상승 속에 10년물 금리가 100bp 급락했던 전조가 있었다”고 우려했다.

김효진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번 매도세를 통해 5%를 넘는 금리에서는 AI 인프라 투자가 의심받는 점이 확인됐다”면서 “공급망 끝단에 있는 한국 메모리 주식은 채찍효과로 인해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연구원은 또한 최근 시장 하락과 관련해 “앤스로픽의 초대형 상장을 앞둔 글로벌 자금의 현금 마련과 외국인 조기 북클로징 수요까지 겹치며 코스피가 2025년 초 이후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대비 쌓았던 초과 수익을 모두 반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30년간 무손실 기록의 스탠리 드러켄밀러는 금리 인상기 초반에는 주식 비중을 일부 덜어내고 관망했다”며 “지금은 반등 눈높이를 낮추고 유동성의 방향 전환을 기다릴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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