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기업 앤트로픽이 올해 상반기에만 800억달러(약 110조원)가 넘는 순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6배가 넘는 규모다. 다만 손실 대부분이 실제 현금 유출이 아닌 회계상 평가손실로 나타나면서, 막대한 적자의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앤트로픽의 기업공개(IPO) 예비 투자설명서 초안을 인용해 회사가 올해 상반기 807억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순손실은 약 130억달러였다.
눈길을 끄는 것은 손실의 구성이다. 전체 순손실 가운데 약 720억달러는 전환사채 등 자금 조달 과정에서 발행한 금융상품의 가치 변동에 따른 회계상 비용으로 집계됐다. 전체 순손실의 약 89%에 해당한다.
전환사채 등 일부 금융상품은 계약 조건과 회계처리 방식에 따라 기업가치가 높아질수록 회사가 부담하는 부채의 평가액도 커질 수 있다. 이 경우 실제로 그만큼의 현금이 빠져나가지 않았더라도 장부상 비용이 발생해 순손실이 확대될 수 있다.
따라서 앤트로픽이 상반기에 800억달러 이상의 현금을 소진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다만 회계상 평가손실을 제외하더라도 AI 모델 개발과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 부담은 이어지고 있다.
매출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앤트로픽의 올해 3분기 매출은 168억달러로 전 분기보다 45% 늘었다. 지난해 연간 매출은 약 46억달러로 전년 대비 12배 증가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도 앤트로픽은 420억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과거 자금조달과 관련한 부채 평가손실 등을 제외한 영업 기준 손실도 80억달러를 웃돌았다.
향후 투자 부담도 상당하다. 로이터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앞으로 10년간 클라우드 서비스와 컴퓨팅 자원 등 AI 인프라 확보에 최소 5,180억달러의 장기 약정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약 80%는 계약을 취소할 수 없거나 실제 이용량과 관계없이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
이번 실적 관련 보도는 AI 기업들이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등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하는 가운데 나왔다. 시장에서는 AI 서비스의 매출 성장 속도뿐 아니라 대규모 투자에 따른 비용 부담과 현금 창출 능력에도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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