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음료업계의 프리미엄 경쟁이 달라지고 있다. 경기 불확실성과 소비 위축 속에서도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에는 지갑을 여는 소비자들이 잇따르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과거에는 비싼 가격이나 고급 원료가 프리미엄의 상징이었다면 최근에는 맛과 성분, 제조 방식은 물론 소비자가 직접 체험하는 과정까지 차별화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28일 식음료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빙과 소매 매출은 전년 대비 3.2% 감소했지만 프리미엄 제품 매출은 오히려 11.8% 증가했다. 전체 시장이 역성장하는 상황에서도 프리미엄 제품은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한 것이다.
이 같은 흐름에 맞춰 식음료 기업들도 단순히 가격을 높인 고급 제품을 선보이기보다 소비자의 세분화된 취향을 공략하는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이다.
한화갤러리아는 자체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 '벤슨'의 매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벤슨은 지난해 첫 매장을 연 이후 1년여만에 20개 이상의 직영점을 확보했다. 이달 8일에는 서울 이촌동에 25호점 개점을 추진하는 등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히 고급 아이스크림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제조 과정과 매장 경험까지 차별화한 것이 특징이다. 자체 생산시설에서 원유 가공부터 제품 제조까지 직접 관리하고, 압구정 플래그십 매장에서는 소비자가 원하는 재료를 직접 조합해 자신만의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제품 자체의 품질뿐 아니라 소비 과정에서 얻는 경험까지 프리미엄 상품의 가치로 내세운 셈이다.
투썸플레이스도 미국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 '밴루엔'을 국내에 도입하며 시장 공략에 나섰다.
맥주 시장에서도 프리미엄의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원산지나 브랜드 인지도, 풍미 등이 주요 경쟁 요소였다면 최근에는 당류와 글루텐, 알코올 도수까지 소비자가 고려할 수 있도록 제품을 세분화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앞서 벨기에 맥주 브랜드 스텔라 아르투아는 지난 9월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 프리미엄 라거 '스텔라 아르투아 퓨어 골드'를 출시했다. 제로 슈거·제로 글루텐에 알코올 도수 4.2%를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기존 스텔라 아르투아보다 알코올 함량을 약 16% 낮추면서도 브랜드 특유의 깔끔한 풍미를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브라질에서는 출시 3년 만에 현지 스텔라 아르투아 전체 판매량의 30%를 차지하는 주요 제품으로 성장했다.
스텔라 아르투아는 이러한 해외 판매 성과를 바탕으로 한국 시장에서도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힌다는 전략이다.
판매 채널 역시 제품 특성에 맞춰 차별화했다. 330㎖와 500㎖ 캔 제품은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 가정용 시장을 중심으로 판매하고, 500㎖ 병 제품은 서울과 수도권 프리미엄 레스토랑을 중심으로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프리미엄 경쟁은 일상적인 식재료 시장으로도 번지고 있다.
올가홀푸드는 지난 8월 스페인산 유기농 아르베키나 단일 품종을 사용한 'ORGA 유기농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 아르베키나'를 선보였다. 수확 후 2시간 이내에 22℃에서 저온 압착하고 산도를 0.3% 미만으로 관리한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해상 운송 대신 항공 운송을 적용하는 등 생산과 유통 과정까지 차별화했다. 지난해 말 출시한 피쿠알 품종에 이어 아르베키나를 추가하면서 소비자가 올리브 품종과 풍미에 따라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식음료업계가 제품군을 세분화하는 것은 프리미엄 제품을 선택하는 소비자의 기준이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프리미엄 제품 확대가 곧바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고급 원료 사용과 자체 생산시설 운영, 차별화된 매장 경험 제공 등은 기업 입장에서 추가 비용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 식음료업계 관계자는 "소비자가 체감하는 차별화된 가치가 높은 가격을 정당화할 수 있느냐가 프리미엄 전략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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