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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짜리 GV90 등장…몸값 근거 뜯어봤더니 [뉴스+현장]

이지효 기자

입력 2026-10-29 13:40   수정 2026-10-29 13:40

    국산 승용차 첫 2억원 시대를 열 것으로 예상되는 제네시스의 초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90' 몸값의 근거가 나왔다.

    세계 최초의 독립 개폐형 코치 도어가 대표적이다. 앞뒤 문 사이 기둥인 B필러를 없앴는데도 차체는 오히려 더 단단해졌다.

    제네시스는 28일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에서 'GV90 테크 데이'를 열고 GV90의 핵심 기술과 개발 과정 등을 공개했다.

    연구개발, 제조 부문 실무 책임자 12명이 직접 패널로 나섰다. 현장에는 도장 전 차체 골격과 전용 플랫폼 등 실물 부품이 전시됐다.

    허광훈 제네시스개발담당 상무는 "엔지니어링은 흔히 타협의 기술이라고 하지만 GV90는 고객을 위해 결코 양보할 수 없는 기준부터 먼저 세우고 지켜냈다"고 말했다.

    ●기둥 없앴는데 더 단단해진 비결

    코치 도어는 최상위 모델인 'GV90 네오룬'에 적용됐다. 문이 마주 보고 열리는 코치 도어 자체는 롤스로이스 등 일부 브랜드가 써왔지만, 기둥까지 없앤 경우는 드물었다.

    기둥을 빼면 충격에 약해지고, 두 문이 맞물리는 틈으로 소음과 빗물이 들어오기 쉬워서다. 기둥을 없앤 차라도 앞문을 먼저 열어야 뒷문이 열리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제네시스가 내놓은 해법은 '히든 롤케이지'다. 롤케이지는 경주차가 뒤집혀도 찌그러지지 않도록 실내에 덧대는 쇠 파이프 뼈대를 말한다.

    제네시스는 이 뼈대를 차체 안에 숨겼다. 기둥이 빠진 문 테두리를 끊김 없이 하나로 이어 튼튼하게 만든 것이다.

    뼈대 안쪽도 보강했다. 앞유리 양옆 기둥인 A필러에서 지붕으로 이어지는 골격에는 2.5m 길이의 고강도 강철 튜브를 넣었다. 문 안에는 초고강도 듀얼 스틸 빔을 심었다.

    문 위아래 두 곳의 잠금 장치(래치)는 문과 차체를 단단히 묶는다. 문이 닫히면 문 자체가 기둥 역할을 하는 셈이다.

    그 결과 지붕을 위에서 누르는 시험에서 14톤포스(tf) 이상을 견뎠고, 시속 60km 측면 충돌 시험에서도 최소 320mm의 탑승객 생존 공간을 확보했다.

    제네시스는 앞서 기둥이 있는 일반 GV90보다 GV90 네오룬의 차체 강성이 12% 높다고 밝힌 바 있다.

    70kg에 달하는 뒷문을 앞문과 따로 여는 방식도 새로 만들었다. 뒷문을 바깥으로 밀어낸 뒤 회전시키는 '듀얼 모션 힌지'다.

    남진우 제네시스클로저설계팀 파트장은 "스윙과 슬라이딩을 하나로 묶어 자동으로 구현한 사례가 없어 대학교 기구학 교재를 다시 펴 보고 가구 박람회까지 찾아갔다"고 전했다.

    ●천장까지 덮는 세계 최초 에어백


    안전 사양에서 내세운 또 하나의 '세계 최초'는 루프 에어백이다. 루프 에어백은 차가 뒤집히면 0.08초 만에 천장 1,400mm 구간을 덮어 탑승객이 튕겨 나가는 것을 막는다.

    최근 고급차는 개방감을 위해 지붕 전체를 유리로 덮는 추세다. 다만 이런 경우 철판이 빠진 만큼 전복 사고 때는 탑승객을 붙잡아 줄 구조물이 없다.

    구현은 쉽지 않았다. 옆 유리를 덮는 커튼 에어백은 위에서 아래로 짧게 떨어지면 된다.

    반면 루프 에어백은 천장 면을 따라 수평으로 1,400mm를 0.08초 만에 펼친 뒤 그대로 붙어 있어야 한다.

    중력을 거슬러 천장에 밀착시키는 게 관건이다. 제네시스는 스프링 구조의 와이어 가이드를 새로 개발해, 에어백이 레일을 타듯 천장을 따라 빠르게 펼쳐지도록 했다.

    검증 기준도 스스로 높였다. 기존 전복 시험은 차를 90도가량 옆으로 넘어뜨리는 데 그쳤다.

    제네시스는 실제 사고처럼 차가 180도 이상 굴러가는 시험을 새로 만들어 실차 40대를 굴렸다. 에어백 단품 평가도 300회 넘게 진행했고, 외부 기관 검증도 거쳤다.

    손유지 승객안전시스템설계팀 책임연구원은 "공인 평가 등급뿐 아니라 고객이 실제로 겪을 수 있는 사고까지 대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규제가 요구하는 수준이 아니라, 실제 사고 상황을 기준으로 삼았다는 의미다.

    ●럭셔리 완성도↑…G90보다 정교

    럭셔리의 완성도도 끌어올렸다. 실내 노면 소음은 제네시스의 플래그십 세단 G90보다도 낮췄다.

    덩치가 크고 실내가 하나로 트인 SUV는 세단보다 소음에 불리하다. 전기차라는 점도 역설적으로 부담이다.

    엔진 소리가 사라지면 그간 묻혀 있던 바람 소리와 노면 소음, 모터의 고주파음이 도드라지기 때문이다.


    제네시스는 소음이 들어오는 길목을 막았다. 모든 유리에 차음 유리를 쓰고, 앞뒤 문 유리에는 기존보다 두꺼운 차음 필름을 넣었다.

    생산 공정 순서도 바꿨다. 배선보다 흡음재를 먼저 붙여 흡음재가 들어갈 면적을 넓힌 것이다.

    모터 소음은 원인부터 들여다봤다. 개발진은 모터와 감속기 케이스에 관찰 창을 뚫고, 고속 카메라와 레이저로 소음이 나는 순간 회전축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직접 분석했다.

    바람 소리를 잡기 위한 주행 시험은 제네시스 차종 가운데 가장 많았다.

    바람이 거센 미국 캘리포니아 시험장을 여러 차례 오갔고, 독일 아우토반에서는 시속 240km로 달렸다. 그 결과 바람 소리를 처음 세운 목표보다 2dB 더 낮췄다.

    소재와 마감에도 공을 들였다. 부품 간 색 차이를 없애기 위해 컬러당 48차례 조정을 거쳤고, 실내 원단은 200종 넘는 샘플을 시험했다.

    남택성 제네시스CMF팀 팀장은 "뒷좌석 우드 플로어는 스파이크가 달린 골프화를 신고 오르내리는 등 다양한 상황에서 내구성을 점검했다"고 강조했다.

    ●남은 과제는 가격표와 공인 검증

    소비자가 가장 궁금해하는 가격과 출시 일정은 이번에도 공개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일반형이 1억원대 중반, 코치 도어를 단 최상위 모델이 2억원 안팎이나 그 이상에서 책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출시는 4분기가 유력하다. 기본 가격이 8,500만원을 넘는 차량에는 전기차 보조금이 지급되지 않는 만큼, GV90은 상품성만으로 승부해야 한다.

    업계가 주목하는 수요층은 법인이다. 2024년부터 8,000만원 이상 법인 승용차에는 연두색 번호판이 붙는다.

    고가 수입 의전차를 배정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기업이 적지 않다. 국산 브랜드이면서 마이바흐급 뒷좌석 공간을 갖춘 GV90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 흐름도 나쁘지 않다.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는 8만달러 이상 고급차 시장에서 SUV 비중이 2021년 25% 미만에서 2031년 40% 안팎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변수는 생산이다. GV90은 울산 전기차 전용 공장에서 처음 생산되는 차다. 코치 도어 등 새로 개발한 부품이 많은 만큼 초기 물량이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에 공개된 강도·충돌 수치가 연구소 자체 시험 결과라는 점도 짚어볼 대목이다. 기둥 없는 차체의 안전성은 향후 국내외 공인 충돌 평가에서 최종 검증을 받는다.

    그럼에도 시장의 관심은 '얼마에 나오느냐'에서 '그 값을 하느냐'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가성비와 합리적 프리미엄으로 성장해온 국산차가 마이바흐, 레인지로버가 버티는 초고가 시장에서 통할지, GV90이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영상취재: 이성근, 영상편집: 이유신 , CG: 신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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