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규제 강화"…퍼렇게 질린 韓증시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을 장악한 '블루쓰나미' 여파로 데이터센터 규제 우려가 부각되면서 국내 증시가 5일 급락했다. 코스피와 코스닥 양 시장은 매도 사이드카를 맞고 장중 한때 6.10%까지 밀렸다. 치솟던 미국 국채 금리와 국제 유가가 하락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이 변곡점을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코스피지수는 5.28% 내린 5,383.80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1.82% 내린 5,580.09로 출발한 뒤 장 내내 하락폭을 키우며 장중 한때 6.10%까지 밀렸다. 지난 4월 3일(5,377.30) 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려갔다.
반도체 대형주의 낙폭이 특히 컸다. 삼성전자는 7.57% 내린 20만1500원, SK하이닉스는 9.46% 내린 126만4000원에 장을 마쳤다. SK스퀘어는 10.01%, 삼성전기는 15.34% 떨어졌다. 민주당의 압승 이후 미국 주요 데이터센터 건설 지연이 메모리 반도체 발주 둔화 등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번지면서 국내 AI 인프라 밸류체인까지 번진 영향이다.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외국인 매도세가 거셌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과 기관이 각각 1288억원, 769억원 순매수했지만 외국인은 2086억원 순매도했다. 5거래일 연속 매도 우위를 이어간 외국인은 전 거래일에도 외국인은 반도체 업종에서만 2조원 넘게 순매도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데이터센터 물량은 이미 착공돼 영향이 없다. 이번 선거를 통해 문제가 되는 것은 2028년 이후 데이터센터 건설"이라며 "이미 지어진 데이터센터가 귀해지고, 신규 건설에 시간이 더 걸릴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반면 현대차 주가는 전장보다 3.53% 오른 29만3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기아도 전장보다 5.22% 오른 10만800원에 장을 마감했다. 강경한 관세 정책을 펼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달리 민주당은 전기차 보급과 신재생에너지 지원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이다.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면서 친환경차 지원책을 되살리는 논의가 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기대감과 함께 미국 현지 생산시설을 늘려 온 현대차가 정책 변화의 수혜를 볼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지수 급락과 함께 코스피 시가총액도 전날 4690조4921억원에서 이날 4441조8334억원으로 하루 만에 248조6587억원 줄었다.

급락한 코스피지수와 달리 미국 증시는 큰 폭으로 상승했다. 4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3.03% 올랐다. 지난해 4월 이후 약 1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S&P500지수는 1.58%,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1.44% 올랐다.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추진에 대한 견제가 강화되고 급격한 정책 변화 가능성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가 뉴욕 증시를 끌어올렸다.
다만 업종별로는 희비가 갈렸다. 민주당의 의회 장악으로 친환경 정책이 유지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면서 친환경 관련주가 강세를 보였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지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판단에서다.
민주당이 신규 데이터센터 인허가 규제를 강화할 경우 이미 대규모 인프라를 확보한 기존 빅테크 기업들이 경쟁에서 유리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아마존(6.12%), 마이크로소프트(6.68%) 등 빅테크는 일제히 올랐다.
반면 인프라 공급업체 엔비디아(-3.17%), SK하이닉스 ADR(-5.12%), 샌디스크(-7.91%) 등은 메모리 수요 증가 속도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에 큰 폭으로 하락했다. 민주당이 텍사스와 조지아 등 데이터센터가 밀집한 지역에서 승리하면서 향후 AI 인프라 확장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
임정은 KB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수급 부담이 이어지는 가운데 외국인 수급 개선 여부가 지수 방향성을 결정할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선거 종료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 완화가 긍정적 요인이지만 AI 데이터센터 규제 강화 우려가 이를 압도했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코스피가 5200선을 지키는지가 앞으로의 변수라고 봤다. 5200선마저 무너지면 매도 압력이 커질 수 있지만, 지켜낸다면 낙폭이 과하다는 인식에 저가 매수세가 들어올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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