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오바마> 8년 대장정 레임덕 없이 마침표

입력 2017-01-08 06:45  

<'아듀' 오바마> 8년 대장정 레임덕 없이 마침표

오바마케어·경제회복 등 개혁정책 큰 성과, 대북정책은 미흡

포용·화합·소통 리더십 인기비결…"주인공은 제가 아닌 미국민"

(워싱턴=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 시대가 오는 20일(현지시간) 막을 내린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차기 대통령에게 바통을 넘기고 8년간 머문 백악관을 떠난다.


그는 2009년 1월 20일 변화와 희망을 화두로 '오바마 레거시'를 향한 힘찬 첫걸음을 내디뎠다.

오바마 대통령이 착수한 '담대한' 개혁은 기존의 패러다임을 뜯어고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최대 개혁 어젠다는 '오바마케어', 사실상 전(全) 국민의료보험제 도입이었다.

서민층은 적극적인 지지를 보냈지만, 백인 소수와 노년층은 반대 전선을 구축해 가파른 대립각을 세웠다.

"가진 자들이 그렇지 못한 자들을 위해 조금 더 부담해야 한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호소는 보수층으로부터 "사회주의를 하자는 것이냐"는 메아리로 되돌아왔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촉발한 금융위기의 재발을 막기 위한 금융규제 개혁 역시 갓 취임한 오바마 대통령에겐 시급한 과제였다.

과거 공화당 정부가 금융권에 대한 적절한 규제·감독 없이 시장을 방치함으로써 금융위기의 싹을 키웠다는 판단에 따라 곪은 곳에 과감하게 메스를 들이댄 것이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큰 정부'에 반대하는 공화당의 지지를 얻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개혁과 저항의 연속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1년 만에 오바마케어와 금융개혁법안 통과의 성과를 거뒀지만, 미국 정치는 전에 없는 이념적 양극화와 극단의 당파성을 드러냈다.

'단합된 미국'을 기치로 내걸고 당선된 오바마 대통령 집권 하의 아이러니였다.

하지만 오바마케어 도입으로 보험료가 워낙 비싸 가압하지 못했던 2천만 명의 저소득층은 새롭게 의료보험을 갖게 됐고, 보험 미가입 비율은 한 자릿수로까지 떨어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이름이 붙은 오바마케어를 최대 업적으로 꼽는데 절대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7월 미국 의학협회저널(JAMA)에 실린 논문에서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미국인은 2010년 4천900만 명(16.0%)에서 2015년 2천900만 명(9.1%)으로 크게 줄었다며, 2천만 명이 새로 보험에 가입한 것은 오바마케어 덕이라고 자평했다.

1930년대 대공황 이래 최악의 불황에 빠진 미국 경제를 회복시킨 것 또한 오바마 대통령의 최대 업적으로 꼽힌다.

취임 첫해인 2009년 마이너스 2.8%였던 경제성장률은 이듬해 불경기에서 탈출하며 2.5%로 반전됐고, 이후 2%대 중반의 성장세를 잇고 있다.

역시 2009년 7.8%에 달했던 실업률은 지난해 12월 4.7%로 떨어져, 사실상 완전 고용을 이뤄냈다. 고용은 75개월 연속으로 증가하며 1천500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됐다.

그러나 중산·서민층을 포함한 미국민 90%는 경기회복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조사에서 드러나듯 양극화와 불평등 심화의 덫을 피하진 못했다.

외교적으로 오바마 대통령은 국제무대에서 '슈퍼파워'로서 일방통행했던 미국의 이미지 개선에 앞장섰다.

아랍권과의 화해 제스처, 중동평화 중재를 위한 노력, 미-러 전략무기 감축 추가협상 등은 오바마 1기 행정부에서 이뤄졌다.

평화와 공존을 향한 이런 노력은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 첫해 노벨평화상을 수상으로 이어졌다.

2012년 재선에 성공한 그는 이란 핵 협상, 파리기후변화협약 타결, 쿠바와의 반세기 적대 관계 청산 등 외교적 성과를 낳았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88년만인 지난해 3월 20일 공군 1호기 '에어포스 원'을 타고 하늘길을 따라 쿠바 아바나에 직행해 내리는 장면은 세계인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AP통신은 "역사적인 한 발을 내디뎠다. 수십 년 동안 쌓였던 적대감을 밀어내고 새로운 관계를 구축하기를 열망한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시리아 내전과 이슬람국가(IS) 퇴치 등 중동 정책은 해결하지 못한 숙제로 남게 됐다.

대북 정책은 성공적이지 않았다.

북한이 먼저 스스로 핵을 포기해야 하며, 미국은 그에 따라 대처한다는 대북 정책 '전략적 인내'는 결국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의 고도화로 귀결되고 말았다.

오바마 정부는 부인했지만 중동 문제, 우크라이나 사태, 대(對)중국·러시아 대책 등 다른 국제 현안에 떠밀려 북한 문제가 뒷전에 놓인 탓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특히 북한이 지난해 1월과 9월 두 차례나 핵실험을 단행하자, 미국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도 "오바마 정부는 김정은을 저지하는 데 실패했다"고 일제히 비판했다.

임기 말 오바마 대통령은 '레임덕'은 커녕 오히려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다.

지난해 11월 말 CNN방송의 여론조사에서 57%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는 취임 첫해 58%를 찍은 후 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였다. 또 9년 연속으로 미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남성에도 올랐다.

권위주의를 떨치고 적까지 껴안는 포용과 화합, 소통의 리더십이 비결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5일 미국민에게 고별편지를 띄웠다.

그는 "지난 8년 동안 미국은 더 강해지고 번영을 이뤘다. 변화와 진보의 주인공은 제가 아니라 미국민 여러분이었다. 여러분의 대통령으로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제 삶의 특권이었다"고 감사의 말을 했다.

k027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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