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라프산자니 서거로 새로운 불확실성에 빠져

입력 2017-01-09 11:01  

이란, 라프산자니 서거로 새로운 불확실성에 빠져

NYT "반미세력 입지 강화, 관계개선 전망 어두워져"




(서울=연합뉴스) 정광훈 기자 = 미국 등 서방과의 관계개선을 지지하며 이란 개혁파의 후견인 역할을 해온 아크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의 서거로 이란 개혁 개방 운동의 추동력 약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와 함께 이슬람 혁명 1세대로 분류되는 라프산자니는 대통령 퇴임 후에도 개혁파와 온건세력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상징적 지도자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오랜 경제적 고립에서 벗어나고 미국과도 관계개선을 노리는 이란 지도부에도 라프산자니의 사망은 적잖은 타격을 안겨줄 전망이다.

뉴욕타임스는 라프산자니의 죽음으로 이란 정치 지배층이 새로운 불확실성에 빠져들었다고 8일 분석했다. 이란 지도부 내에 극단적인 반미세력의 입지가 강화되고 미국과 관계개선 전망이 어두워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워싱턴포스트도 라프산자니의 사망으로 정치 경제적 개혁과 문화 개방을 추구하는 이란 온건 진영에 커다란 공백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하산 로하니 현 대통령으로서도 정치 종교계 전반에 걸쳐 막강한 후원 세력을 잃게 됐다. 로하니 대통령뿐 아니라 개혁파와 상대적 온건세력들은 이제 정신적 지도자이자 후견인이었던 라프산자니가 없는 상황에서 힘겨운 투쟁을 벌여야 할 판이다.

개혁 성향 이란 정치분석가 파르샤드 고르반푸르는 NYT에 "라프산자니는 점차 권력을 잃어갔지만, 우리에게 희망을 줬다"며 "우리는 이제 그가 없이도 견뎌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프산자니와 오랜 친구이자 이슬람 혁명 동지였던 하메네이는 자신의 공식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에서 "59년 전부터 우정을 나눠온 동지이자 협력자를 잃어 가슴이 미어진다"고 애도했다.

라프산자니와 하메네이는 이슬람 혁명 지도자 고(故)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의 측근들로 혁명 1세대에 속하면서도 개혁노선 등에서 견해차를 드러내며 대립했다. 하메네이는 반서방 강경 이데올로기 전선을 고집하는 반면, 라프산자니는 정치 체제를 사회변화 속도에 맞게 쇄신해야 한다는 소신을 지켰다.

라프산자니는 오랜 기간 이슬람 혁명가로 활동하면서 그 과정에서 막대한 부와 영향력을 축적했다는 의심을 받기도 했다. 호메이니를 계승해 하메네이가 최고 지도자가 되는데 '킹메이커' 역할을 했고, 대표적 개혁파 인사인 모하마드 하타미와 실용적 중도파로 분류되는 로하니의 대통령 당선에도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1989~1997년 대통령을 지낸 뒤 퇴임하자 라프산자니의 정적들은 그를 "귀족" "자본주의자" "미국식 이슬람" 지지자라며 몰아붙였다. 정치적 주가는 계속 떨어져 의회 진입에 필요한 득표에도 실패했고, 2005년 대선에서는 강경 보수파 마무드 아마디네자드에 굴욕적 패배를 당했다.

알리 호람 전 중국 주재 이란 대사는 라프산자니를 가리켜 "혁명 전후 이란에서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라고 평했다.

그러나 라프산자니가 세상을 떠나면서 이제 이란의 변화를 선두에서 이끌 지도자는 로하니만 남게 됐다. 하타미 전 대통령이 일반 대중 사이에서 더 폭넓은 지지를 받지만, 강경파에 봉쇄돼 TV에도 등장하지 못하고 신문에 사진도 실리지 못한 처지다.

당장 오는 5월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로하니에게는 라프산자니의 죽음이 치명적 손실이다. 로하니는 하메네이 사후 최고 지도자를 승계할 후보로도 종종 거론되지만, 라프산자니가 살아 있을 때 가능한 추측이다. 라프산자니가 없는 상황에서 로하니가 권력투쟁에서 승리할 확률은 훨씬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barak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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