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외교, 대중 강경기조 예고…미중 갈등 악화 불가피

입력 2017-01-12 10:52  

트럼프 외교, 대중 강경기조 예고…미중 갈등 악화 불가피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행정부의 국무장관 내정자인 렉스 틸러슨이 중국에 대해 강력한 경고의 목소리를 냄에 따라 향후 미·중 관계의 갈등이 심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 우선주의, 외교적 고립주의를 펼 것으로 예상해온 트럼프의 외교 정책이 아시아 회귀 전략을 내걸었던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보다 사실상 아시아에 더 개입하는 양상을 띨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틸러슨 내정자는 11일(현지시간) 상원 외교위 인준청문회에서 미국의 대중국 강경정책을 가감 없이 피력했다. 트럼프 차기 정부에서 미·중 관계 개선을 은근히 기대했던 중국을 놀라게 할 정도로 그의 발언은 거침이 없었다. 북핵 위협을 고리로 한 중국 비판 발언은 트럼프 정부의 '반(反)중국' 행보가 노골화될 것임을 예고했다.

틸러슨 내정자는 북한을 '적'으로 규정하면서 북한 제재와 관련해 "중국이 단지 제재이행을 피하려고 북한의 개혁(핵포기) 압박 약속을 한 것과 같은 빈 약속들을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다"고 단언했다. 또한, 북한 문제와 더불어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 등을 포괄적으로 거론하면서 "중국은 '신뢰할만한 파트너'가 아니었다"며 노골적인 불신을 드러냈다.

중국이 가장 아파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 있음도 시사했다.

틸러슨 내정자는 관련 질문에 "만약 중국이 유엔 제재를 지키지 않는다면 미국 입장에서는 그것(세컨더리 보이콧)이 중국이 지키도록 하는 적절한 방법일 것"이라고 압박했다.

틸러슨 내정자의 이런 발언은 향후 미국이 대만 독립과 관련한 '하나의 중국 원칙',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환율조작국 지정 및 중국산 제품에 미국 고관세 등 정치, 경제, 외교적인 면에서 대격돌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과 통화로 '하나의 중국 '원칙을 흔든 트럼프 당선인의 전략 때문에 이미 중·미 관계에는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지난달에는 중국의 미 해군 무인 수중 드론 나포 사건까지 터지며 양국 관계가 악화 일로를 걸어왔다.


남중국해 문제 또한 미국이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보여 양국 간 긴장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일 모항인 샌디에이고에서 출항한 미국 항공모함 칼빈슨호 전단은 중간 기착지인 하와이를 거쳐 오는 20일께 아시아·태평양 해역에 도착할 예정인데 동아시아 지역에서 무력시위를 벌인 중국 랴오닝호 항모 전단에 맞불을 놓을 포석으로 관측되고 있다.

랴오닝호 전단은 지난달 15일께 서해 해상에서 실탄 훈련을 벌이다가 25일께 동중국해와 미야코(宮古)해협을 거쳐 서태평양에 진입한 다음 남중국해로 내려와 야간 함재기 이착륙 훈련 등을 실시했다. 이어 지난 11일에는 대만 해협까지 통과하면서 미국을 상대로 한 무력 과시와 함께 대만독립 성향의 차이잉원(蔡英文) 정부에 대한 강력한 경고를 날렸다.

무역 문제 또한 첩첩산중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대중(對中) 강경파' 피터 나바로 교수를 국가무역위원장에 내정하는 등 중국에 공격적인 인사들을 대거 중용함에 따라 중국 상품에 45%의 관세를 물려야 한다는 대선 공약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것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중국 전문가들의 우려다.

미국과 함께 주요 2개국(G2)로 올라선 중국도 '당 핵심'으로 절대 권력을 거머쥔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의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미국의 압박에 강하게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

시진핑 주석을 올해 신년사에서 중국을 상징하는 만리장성 벽화를 뒤로하고 화면에 나서 처음으로 '주권'을 언급했다.

그의 주권 언급은 미·중 갈등의 핵심인 남중국해 문제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으며 미국과의 갈등과 대결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시 주석은 지난달 31일 관영 중국중앙(CC)TV 등을 통해 전국에 방송된 신년사에서 "우리는 평화발전을 견지하면서도 영토 주권과 해양권익을 결연히 수호할 것"이라며 "이 문제에 대해서는 그 누가 어떤 구실을 삼더라도 중국인들은 절대로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데서 이런 분위기가 읽힌다.

그러나 미·중간의 갈등 격화는 중국으로선 득보다 실이 많으므로 긴장 국면 속에 실리를 추구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트럼프 당선인이 중국 온라인 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의 마윈(馬雲·잭 마) 회장을 만나 미국에서 일자리 100만 개를 만드는 방안을 논의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자리에서 마 회장은 "우리는 중국과 미국의 관계가 더욱 우호적이고 공고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소식통은 "중국 기업인이 트럼프 당선인을 만난다는 것은 중국 정부의 승인 없이는 불가능한 일로 볼 수 있다"면서 "중국 정부는 이런 다양한 경로를 통해 중국의 주권에 대한 강경 입장과 더불어 경제, 문화 부분에서 관계 개선 메시지도 동시에 보내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president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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