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는 '다락같이', 소득은 '제자리'…보험·적금도 깼다(종합)

입력 2017-01-16 08:35  

물가는 '다락같이', 소득은 '제자리'…보험·적금도 깼다(종합)

물가·집값 상승세에 실질소득 마이너스…빚 규모는 사상 최대

작년 보험 해지 역대 최고 수준…적금도 해지율 45% 넘어

(서울=연합뉴스) 금융팀 = 지난 2011년 은행에서 희망퇴직을 한 A씨(56)씨는 4억원의 퇴직금을 거머쥐고 경기도 안양에서 난생처음 장사라는 걸 시작했다.

조금이라도 안전하게 시작하려고 비싼 가맹점 수수료를 내고 유명 프랜차이즈 빵집을 시작했다.

목이 나쁘지 않아 처음에는 그런대로 사업이 잘 굴러갔다. 그러나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수익이 악화했다.

장사는 안 되는데 부동산 호황으로 임대료까지 치솟았다. 마이너스를 찍어가는 통장 잔고를 보며 그는 최근 사업을 접었다.

경기가 악화하면서 한숨이 깊어지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주머니에 들어오는 소득은 거의 그대로인데 집값과 물가는 거침없이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살인적인 집값 탓에 서울서 쫓기듯 내몰리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당장 먹고 살기 급하니 미래를 담보하는 보험과 적금까지 깨고 있다. 빚 규모는 이미 사상 최대 규모를 매달 경신하고 있다.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기업들도 먹고 살기 어렵다. 공장용지마저 팔아치우고 있고, 파산신청도 늘어만 간다.

주머니가 가벼우니 즐길 수 있는 여가라곤 그나마 가격이 저렴한 '영화 감상' 뿐이다.

모든 통계 지표가 우리네의 팍팍한 삶을 가리키고 있다. '어려운 시기'(Hard times)다.





◇ 소득은 제자린데 물가는 '뜀박질'


통계청의 작년 3분기(7∼9월) 가계동향을 보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44만5천원으로 1년 전보다 0.7% 증가했다. 늘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없는 수준이다.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 실질소득은 오히려 0.1% 줄었다.

2015년 3분기에 0%를 기록한 실질소득 증가율은 4분기 -0.2%, 2016년 1분기 -0.2%, 2분기 0% 등 0% 내외를 오락가락했다.

경제불황이 계속되면서 소득이 줄어드는 가구도 점차 늘고 있다.

소득이 가장 안정적인 40대 가구 소득은 지난해 3분기 처음으로 뒷걸음질친 데 이어 지난해 홑벌이 가구 소득은 사상 처음으로 3분기 연속 감소했다.

지난해 3분기 맞벌이 외 가구 소득은 1년 전(377만원)보다 1.6% 감소한 371만원이었다.

소득은 제자리거나 주는데 비해 지출을 줄이기 어려운 공공요금은 물론 식료품값까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이달부터 충북 충주시가 상수도 요금을 평균 9% 올렸고, 경기도 과천·안양·의정부·양주, 동두천·가평 6개 시·군이 3.6∼18% 인상했다. 강원도에서는 강릉시가 상·하수도 요금을 5∼30% 올렸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라면, 콜라, 맥주 등의 가격이 5~10% 올랐다. 소면·시리얼·건전지·빙과·과자 등의 가격도 최근 6개월 사이 20~30% 뛴 상태다.

유가도 급등하는 추세다. 올해 들어 서울지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가격은 1년 4개월 만에 리터(ℓ)당 1천600원을 돌파했다.







◇ 늘어가는 빚…적금·보험 해지해도 '백약이 무효'

소득은 제자리거나 오히려 주는데 집값은 터무니없이 치솟았다.

KB국민은행의 주택가격동향조사 자료를 보면 서울지역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지난해 5월 관련 통계를 알 수 있는 2008년 이후 처음으로 5억원을 돌파했다. 한강 이남의 아파트 중위가격은 작년 10월 7억원을 넘었다.

지난해에만 서울지역 아파트 가격은 평균 7천만원이 올랐다. 전세도 평균 4천만원 넘게 올랐지만 물건이 부족한 상황이다.

전세난이 가중되면서 서울 인구는 1988년 '메가시티'가 된 이후 28년 만인 지난해 1천만명선이 무너졌다.

임금체불까지 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근로자 임금체불 규모는 1조4천286억원으로 전년보다 10.0% 급증했다. 이는 사상 최대 규모다.

종전까지 임금체불액이 가장 컸던 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으로, 체불액은 1조3천438억 원이었다.

지난해 임금을 못 받은 근로자 수는 32만5천명으로 전년 대비 11.3% 급증했다

소득은 제자리거나 임금은 체불되는데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고, 물가까지 오르니 여윳돈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대출에 기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9월 말 기준 가계부채는 1천295조7천531억원이었다. 가계부채는 작년 들어 9개월 동안 92조6천539억원(7.7%) 늘었다.

증가액이 작년 같은 기간 79조6천360억원보다 13조179억원이 더 많았다. 가계부채는 10월과 11월 대출 실적을 고려하면 1천300조원을 넘었다.

살기 팍팍하다 보니 보험에 이어 적금까지 깨고 있다.

작년 3분기까지 41개 생명·손해보험사가 고객에 지급한 해지환급금은 22조9천904억원이다.

이에 따라 보험업계의 총 해지환급금 규모는 2014년부터 3년 연속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이던 2008년(22조9천억원)을 넘는 역대 최대액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의 총 해지환급금 규모는 2014년 26조2천억원 수준을 기록했고 2015년에는 28조3천억원대까지 치솟았다. 작년 해지환급금이 월 평균 2조5천억원씩 늘어난 점에 견줘 2015년 기록을 깰 가능성도 있다.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는 적금을 깨는 이들도 늘고 있다.

신한·국민·우리·하나·농협 등 5대 은행에 따르면 고객들의 적금 중도해지 비율은 작년 말 45.3%로, 전년 말 42.4%보다 2.9%포인트 올랐다.

적금 중도해지 비율은 만기가 도래해 해지한 경우를 포함한 전체 해지 건수 가운데 만기 이전에 중도해지한 건의 비중을 계산한 것이다.

5대 은행의 전체 해지 건수는 전년 말 667만956건에서 작년 말 656만7천905건으로 줄었다.

반면 중도해지 건수는 전년 말 282만6천804건에서 작년 말 298만4천306건으로 늘었다.







◇ 공장용지 매물 쏟아져…"사상 유례없는 일"

울산 온산국가공단 입주업체 20∼30곳은 경영난을 견디다 못해 공장용지까지 팔자고 최근 내놨다. 공장 매물이 이렇게 쏟아진 것은 1974년 공단이 조성된 이래 사상 초유의 사태다.

공장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온산공단의 공장용지 매물이 지난해부터 20∼30개 정도 쏟아졌다.

1974년 공단 조성 이래 공장 매물이 10개 이상 한꺼번에 나온 것은 유례없는 일이라고 공단 관계자들은 전했다.

선박 블록 제조업체인 P사는 7∼8개월 전부터 3개 공장 중 2개 공장(14만㎡)을 매물로 내놨다.

Y사, S사 등도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공장용지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매물이 넘치다 보니 공장용지 가격도 평당 120만∼140만원으로 2014년의 평당 150만∼160만원보다 최고 25% 떨어졌다.

기업파산도 늘고 있다. 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법인파산신청은 659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의 537건보다 22.7% 증가했다.

빚으로 연명하는 한계기업의 비중도 최근 4년 사이 9%에서 12%로 확대됐다. 한계기업은 이자보상비율(영업이익/이자비용)이 3년 연속 100%를 밑도는 기업을 말한다.

한계기업이 가장 많이 몰린 분야는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서비스업종이다. 절반이 넘는 56.0%(2015년 기준)가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구조조정 대상(C·D등급)으로 선정된 중소기업도 176곳으로 전년보다 1곳 늘었다. 이는 2009년 이후 최대 규모다.

buff27@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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