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박종철과 촛불의 만남…강추위 속 12차 촛불집회

입력 2017-01-14 22:22  

30년 전 박종철과 촛불의 만남…강추위 속 12차 촛불집회

"박종철·이한열 희생이 광장 시민혁명 이끌어…공작정치 끝장내야"

재벌총수 구속도 촉구…보수단체는 '탄핵 반대' 집회

(전국종합=연합뉴스) 올겨울 '최강 한파'를 기록한 14일 박근혜 대통령 즉각 퇴진과 조기 탄핵을 촉구하는 주말 촛불집회가 12주째 열렸다.

1987년 경찰에 연행돼 고문받다 사망한 고(故) 박종철 열사 30주기와도 겹친 날이어서 박 열사를 추모하고, 올해 30주년을 맞는 87년 6월 항쟁과 최근 '촛불 항쟁'의 의미를 기리는 분위기가 전국에서 이어졌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등 현 정부의 '공작정치' 정황이 특별검사팀 수사로 속속 드러나는 가운데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공작정치 주범으로 거론된 이들을 구속하라는 목소리도 강했다.

친박(친박근혜) 보수단체들은 '최순실 게이트'를 촉발한 언론의 태블릿 PC 보도가 조작됐다는 주장을 계속하며 맞불집회를 이어갔다.


◇ "주권자 시민이 나라 바꾸자"…'열사 정신' 기린 촛불집회

1천50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한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광화문 광장에서 '즉각퇴진, 조기탄핵, 공작정치 주범 및 재벌총수 구속 12차 범국민행동의 날' 촛불집회를 개최했다.

참가자들은 박 대통령 퇴진·탄핵과 더불어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구속, 현 정부에 재단 출연금 등 명목으로 뇌물을 건넸다는 의심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재벌총수 구속을 촉구했다.

이날 30주기를 맞은 박종철 열사 사망 당시 경찰이 "책상을 턱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말로 고문을 은폐하려 했고, 결국 진실이 밝혀져 6월 항쟁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공작정치'와 '촛불 시민혁명'이 주된 화두로 떠올랐다.

함세웅 신부는 "30년 전 국가폭력으로 숨져간 박종철 군과 같은 해 숨진 이한열 열사의 희생이 30년 뒤 오늘 광장 시민혁명으로 우리를 이끌었다"며 "주권자 시민이 주체가 돼 나라를 바꾸라는 것이 박종철과 이한열의 명령"이라고 말했다.

정연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회장은 "공작정치는 민주주의 근간을 흔들고 우리 사회를 좀먹는다"며 "박종철을 죽인 공작정치를 끝장내려면 김영한 전 민정수석 업무일지에 나온 진상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벌 비판도 주된 목소리 중 하나였다. 삼성전자 LCD 공장에서 근무하다 뇌종양에 걸린 피해자 가족,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입으로 피해를 본 중소상인,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 노동조합원 등이 단상에 올라 재벌 행태를 규탄했다.

본 집회가 끝나고 오후 7시께부터는 청와대·국무총리공관 인근, 대기업 본사가 있는 도심을 지나는 행진이 3개 경로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종로1가 SK 본사와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을 지나는 도중 "재벌총수 구속하라"라는 구호를 외치며 비난 의미로 나팔을 불었다.

앞서 박종철 열사가 숨진 용산구 남영동 옛 치안본부 대공분실(현 경찰청 인권센터)과 광화문 광장에서는 그의 30주기 추모행사가 열렸다. 박 열사가 영면한 경기 남양주시 마석모란공원 묘역과 그의 고향 부산에서도 행사가 이어졌다.

이달 7일 광화문 촛불집회 이후 박 대통령을 '내란 사범'으로 비판하며 분신한 고(故) 정원 스님(속명 서용원·64) 시민사회장도 치러졌다.

지역 곳곳에서도 박 대통령 퇴진·조기 탄핵 요구와 함께 박종철 열사 30주기를 추모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부산에서 개최된 집회에는 박 열사의 부친 정기씨와 친누나 은숙씨가 참석했고, 박원순 서울시장도 모습을 보였다.

박은숙씨는 동생에게 보내는 편지글에서 "네가 저세상으로 떠난 지 30년이 지났지만, 상황이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면서 "지금 촛불을 든 시민의 뜨거운 열망이 꼭 성취되도록 저세상에서나마 도와주기 바란다"며 흐느꼈다.

광주시 동구 금남로에서도 최근 분신해 숨진 정원 스님과 박종철 열사 30주기 추모, 소녀상·위안부 굴욕외교 비판 등을 내용으로 한 집회가 열렸다.

퇴진행동은 이날 서울 13만명을 비롯해 전국 촛불집회에 연인원(누적 인원) 14만6천700명이 참가했다고 추산했다. 경찰은 전날 언론에 통보한 대로 자체 추산한 참가 인원을 공개하지 않았다.


◇ 태극기에 성조기·십자가까지…보수단체 '탄핵 반대' 집회

보수 성향 단체들이 모인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로터리에서 대통령 탄핵 반대집회를 열고 탄핵심판 기각과 특별검사팀 해체 등을 요구했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박 대통령의 이른바 '세월호 7시간' 논란을 두고 "대통령 변호인단 자료를 보면 박 대통령은 참사 당일 19번 보고받고 7번 지시를 했다"며 "'세월호 7시간'은 인류 역사상 최악의 악질 선동"이라고 비난했다.

변희재 전 미디어워치 대표는 "인터넷신문만 17년 운영한 인터넷전문가인 저도 태블릿 PC를 안 쓰는데 60대 컴맹 할머니(최순실)가 태블릿 PC를 썼다는 것인가"라면서 "다음 주에 태블릿 PC가 조작됐다는 근거를 밝히겠다"고 예고했다.

참가자들은 무대에서 나오는 가요 '아 대한민국'과 군가 '전선을 간다', '멸공의 횃불' 등에 맞춰 태극기를 흔들며 환호했다. 일부는 태극기와 성조기를 동시에 흔들었고, 대형 성조기를 들고나와 집회 내내 펼친 이들도 있었다.

참가자들은 이후 서울광장까지 행진해 집회를 이어갔다.

그에 앞서 같은 장소에서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기독교 범국민운동본부' 등 기독교 단체도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집회를 마친 뒤 길이 10m가량인 대형 태극기를 짊어지고 서울광장까지 행진했다.

청계광장에서도 여러 친박단체가 연합한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 주최로 대통령 탄핵 반대집회가 열렸다.

'탄기국'과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은 이날 집회 참가 인원이 각각 120만명과 3천명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이날 서울 시내에 경비병력 184개 중대(약 1만4천700명)를 배치해 질서 유지와 안전관리에 나섰다.

(이종민 이강일 손상원 박주영 김용태 유형재 김선경 이승민 김동철 임기창 박경준 채새롬 김예나 기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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