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반납 복직투쟁 쌍용차 해고자 '거리에서 차례·떡국'

입력 2017-01-28 07:27  

설 반납 복직투쟁 쌍용차 해고자 '거리에서 차례·떡국'

"올 상반기까지 전원 복직·해고자 상대 손배소 등 해결될 때까지"



(평택=연합뉴스) 류수현 기자 = "명절에 쉬어보는 것도 7년 만이네요."

2015년 겨울, 쌍용차 노·노·사 합의로 오랜 투쟁 끝에 복직 수순을 밟게 된 쌍용차 해고자가 지난해 설 명절을 앞두고 한 말이다.

2009년 대규모 정리해고 사태 이후 명절에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대신 공장과 거리 농성에 매달린 지난 날이었다.




이들은 올해 설도 가족·친지들을 만나 편한 마음으로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그러나 해고자들은 지지부진한 복직 절차와 국가가 해고자를 대상으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등으로 지난 10일부터 서울 광화문에서 재농성에 돌입했고, 일부는 결국 이번 설 연휴를 반납했다.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지부장은 이번 설 내내 광화문 광장에 있을 예정이다.

가족들은 김 지부장에게 "잠깐이라도 가족들 얼굴 보고 가라"고 강권했지만, 쌍용차 해고자들이 마주하고 있는 문제의 해결 실마리가 보일 때까지 서울에 남아있기로 했다.

김 지부장은 28일 "지난 7년 동안 복직을 위해 단식, 굴뚝 농성 등 안 해본 게 없었는데, 오히려 이런 힘들었던 경험들이 농성장에 나서는데 발목을 잡게 되더라"면서 "농성을 다시 시작하기까지 힘든 의사 결정이 있었던 만큼 각오는 돼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설 때만 해도 올해 이렇게 광화문에 나와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면서 "옆에서 묵묵하게 지켜보는 가족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지만, 연휴에도 농성장을 지켜야 하는 현실을 이해해줄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김 지부장과 함께 설에 광화문을 지킬 윤충열 쌍용차지부 수석부지부장도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수년간 투쟁을 끝내고 꿀맛 같은 시간을 보냈던 지난해 명절은 되돌아보니 꿈만 같다.

별다른 생계 활동 없이 노노사 합의문으로 마련된 기금으로 버티며 복직을 바라왔으나, 올해 안에 과연 전원 복직이 될지, 이번에도 부분 복직이라면 나머지 해고자들은 얼마나 또 기다려야 하는지, 기약 없는 기다림을 반복해야 한다는 생각에 한숨만 나온다.

윤 수석부지부장은 "농성을 시작하면서 부산 집에 내려갈 생각은 접고 있었는데, 서울이 집인 한 해고노동자가 이틀간 (나 대신) 농성장을 대신 지키기로 해 잠시 다녀올 수 있게 됐다"면서 "가족과 친지를 만날 생각에 설레지만, 눈앞에 산적한 문제들을 떠올리면 마음 한편이 무겁다"고 토로했다.




쌍용차와 쌍용차노조,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는 2015년 12월 30일 평택공장에서 이사회를 열고 '쌍용자동차 경영정상화를 위한 합의서'를 의결했다.

이들은 올해 상반기까지 해고자 170여명을 단계적으로 복직시키는 데 노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실제 지난해 2월 18명이 1차 복직 대상자 명단에 올랐다.

그러나 회사가 약속한 시점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구체적인 복직 방안은 아직 나온 게 없다.

설상가상 2009년 5∼8월 정리해고에 맞선 파업 과정에서 경찰과 물리적인 충돌을 빚었던 해고자들은 국가로부터 장비파손 등을 이유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당했다.

2심을 맡은 서울고법은 해고자들이 국가에 11억3천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고, 해당 건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쌍용차지부 새 농성장은 광화문 광장 텐트촌에 합판으로 만든 옛 코란도 모형으로 자리하고 있다.

가족들의 설 차례상을 챙길 수 없는 몇몇 이들은 설 당일인 이날 아침 광화문에서 농성 중인 다른 해고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등과 함께 합동 차례를 올리고 떡국을 나눠 먹을 예정이다.

yo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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