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판치는 천원짜리 인형 뽑기…캐릭터 시장은 '울상'

입력 2017-02-10 07:01  

짝퉁 판치는 천원짜리 인형 뽑기…캐릭터 시장은 '울상'

중국산 질 낮은 인형 대다수…이용객 "짝퉁이라도 만족"

처벌도 어려워 캐릭터 업계 피해만 '눈덩이'

(춘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원은지 인턴기자 = "라이언, 에비츄, 이상해씨, 오늘 벌써 세 개나 뽑았다!"




지난 9일 저녁 강원 춘천시 명동의 한 인형 뽑기 가게는 '1천원의 꿀잼'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20여대 남짓한 인형 뽑기 기계 앞에는 지폐를 들고 어떤 인형을 뽑아갈지 서성이는 사람 반, 인형 뽑기를 하는 사람 반으로 빼곡했다.

인형 하나를 뽑을 때마다 사람들은 탄성과 함께 온몸으로 기쁨을 표현했다.

무리 중 고수로 추정되는 한 사람이 뽑은 인형 서너 개를 배출구에서 꺼내 덤덤히 가방 안에 넣자 주위에서 부러움이 가득한 시선을 보냈다.

사람들은 단돈 1천원으로 몇 배 비싼 인형을 뽑을 수 있다는 기대감, 뽑힐 듯 말 듯한 아슬아슬한 스릴감과 뽑았을 때의 성취감에 열광한다.




그러나 실제 인형 뽑기 속 인형 대부분은 정품이 아닌 일명 '짝퉁'(모조품)이다.

짝퉁 인형 대부분이 중국산 저퀄리티 제품인 탓에 원가도 1천원 이하로 '뚝' 떨어진다.

결국, 인형 뽑기 이용객은 짝퉁 인형을 제 가격 또는 그 이상의 돈을 주고 사는 셈이다.

현행 게임산업법은 사행성 조장 우려로 인해 '게임 경품'의 상한선을 5천원으로 제한한다. 가격대를 맞추기 위해서 정품 인형 대신 '짝퉁 인형'을 진열할 수밖에 없다.

인형 뽑기 속 인형 크기는 다양하지만 30㎝ 내외의 인형이 주를 이룬다. 인기 캐릭터인 카카오 프렌즈 캐릭터 '라이언' 인형의 35㎝짜리 정품 가격을 보면 2만8천원에 달한다.

아무리 대량주문하더라도 원가보다 2만3천원이나 가격을 낮추기는 어렵기에 사실상 인형 뽑기 기계 안에 있는 인형이 정품일 수가 없다.

자연스레 업주들은 현행법도 지키고 원가도 저렴한 짝퉁 인형을 포기하지 않는다.




실제로 이날 저녁 기자가 직접 둘러본 춘천 인형 뽑기 가게 다섯 곳 모두 정품이 아닌 모조품을 사용하고 있었다.

국산캐릭터뿐 아니라 포켓몬스터, 무민, 도라에몽 등 해외 캐릭터 제품도 대부분 짝퉁이었다.

그러나 정작 이용객은 정품 여부에 관심이 없었다.

이용객은 "가짜가 뭐가 중요 하냐, 뽑은 게 중요하지"라며 정품 여부보다는 인형 뽑기가 주는 쾌감을 더 중요시했다.

대학생 한모(23·여) 씨는 "인형 뽑기 한 번에 천원인데 정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야말로 '도둑놈 심보' 아니냐"며 "짝퉁이라도 만족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한 업소는 인형 뽑기 속 불법 모조품을 정품과 비슷한 가격대로 버젓이 판매하고 있었다.

인형 중에서도 선호도 순위를 매겨 가격을 임의 책정한 티가 역력했고, 모조품 모두 1만 원이 넘는 가격에 판매하고 있었다.

"짝퉁인데 왜 이렇게 비싸냐"고 묻자 "요즘 웬만하면 다 이 가격대"라고 둘러대며 더 이상의 질문을 피했다.




'짝퉁이라도 상관없다'는 이용객 반응에 국산캐릭터 시장은 울상이다.

1세대 국산캐릭터인 마시마로, 뿌까, 뽀로로처럼 짝퉁 공세에 밀려나 정품 판매장이 설 자리를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때 최고 캐릭터로 평가받은 '마시마로'는 짝퉁이 판을 친 탓에 지난 10년간 200억원의 피해를 보며 국산캐릭터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국내캐릭터 불법 복제품 유통규모는 2013년 기준 1조 5천781억원으로 추산됐다.

업계에서는 불법 캐릭터상품이 유해물질에 대한 안전성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아이들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정부단속의 열악함을 지적하기도 했다.

짝퉁 인형은 게임산업법이 아닌 저작권 관련법이 적용돼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일일이 정품 여부를 확인하지 않는다.

최근 에비츄 국내 라이센싱 담당인 코글플래닛은 이벤트를 통해 불법 짝퉁 인형을 제공한 매장을 제보받아 직접 조사하기도 했다.

코글플래닛 관계자는 "대다수 인형 뽑기 가게가 정품 여부를 인지하지 못하고 불법 제품을 취급하는 것으로 생각된다"며 "짝퉁이 아무리 질이 좋아져도 정품을 따라갈 순 없으니 한 번 더 확인해달라"고 말했다.




한국저작권보호원에서 단속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작정하고 정품과 똑같이 만들어서 파는 것이 아닌 캐릭터 특징과 모양을 조금씩 바꿔서 제조하기 때문이다.

인형 뽑기가 성행할수록 국내캐릭터 시장 피해 수준이 심각해질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제조업체 측에서 "우리가 나름 창작해서 만든 거다" 등의 이유를 대며 저작권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이의를 제기하면 결국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

'짝퉁이 아니다'는 판결이 나오면 그동안 영업손실에 대해서 국가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탓에 단속반 입장에서는 짝퉁이라고 무턱대고 수거할 수도 없다.

한국저작권 보호원 관계자는 "명품가방을 똑같이 짝퉁으로 제조하듯이 짝퉁이지만 진짜처럼 인형을 제조하면 다툼 여지가 없지만, 모양을 바꾸는 등 비슷하게 만들면 보호원에서 처리하기도 모호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단속보다 자정력이 필요하다"며 "캐릭터 권리자들과도 협의하고, 인형 뽑기 상인들과도 유통 부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conany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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