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전쟁] 트럼프, 대미무역흑자대국 10곳 조준 예상…"제2의 플라자합의?"

입력 2017-02-12 06:35   수정 2017-02-12 08:52

[환율전쟁] 트럼프, 대미무역흑자대국 10곳 조준 예상…"제2의 플라자합의?"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불공정무역이 횡행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환율전쟁을 불사하겠다는 배경에는 미국의 거대한 무역적자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캠페인 시절부터 무역적자 줄이기에 중점을 둬왔다. 미국산 제품의 수출을 늘리고 경제성장을 부양하며 제조업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게 그의 공언이었다.

따라서 트럼프발 환율전쟁이 본격화된다면 지난해 미국을 상대로 200억달러가 넘는 무역흑자를 낸 중국과 일본 등 수출대국 10곳이 우선적인 타깃이 될 공산이 크다. '대미무역흑자 200억 달러 이상'이라는 잣대는 미국이 환율조작국을 지정하는 세 가지 요건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경제전문가들은 트럼프의 경제정책을 가리키는 이른바 트럼프노믹스가 시행된다면 이는 오히려 미국의 무역적자는 물론, 재정적자를 더욱 확대해 세계 각국이 1980년대 레이건 정부 때와 같은 제2의 플라자합의를 해야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 美 4년 만에 최대 무역적자…韓 등 흑자대국 10곳 핵심타깃

12일 미국 상무부 등에 따르면 미국의 작년 무역적자는 5천23억 달러로 2012년 이후 4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7천501억 달러에 달하는 상품수지 적자 때문이다.




국가별로 보면 상품수지 적자에 가장 큰 원인이 된 무역상대국은 무려 3천470억 달러를 차지한 중국으로 전체의 46.2%를 차지한다.

이어 일본(689억 달러), 독일(649억 달러), 멕시코(632억 달러), 아일랜드(359억 달러), 베트남(320억 달러), 이탈리아(285억 달러), 한국(277억달러), 말레이시아(248억 달러), 인도(243억 달러) 순이었다.

이들 국가는 대미 무역흑자가 200억 달러 이상이어서 기존 미국 재무부의 환율조작국 지정요건 3가지 중 1가지를 충족하기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핵심타깃이다.

미국 재무부는 매년 4월과 10월 환율보고서를 통해 대미 무역흑자가 200억 달러 이상이고, 경상수지 흑자가 해당국 국내총생산(GDP)의 3% 이상이면서, 자국 통화가치 상승을 막기 위해 한 방향으로 외환시장 개입을 반복적으로 단행하는 등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하는 국가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다.

재무부는 지난해 10월 발표한 환율보고서에서 한국, 중국, 일본, 독일, 대만, 스위스 등 6개국을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한 바 있다. 이는 환율조작국 지정의 전 단계로 해석된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적자 규모로 1∼3위인 중국과 일본, 독일을 환율조작국으로 지목하면서 환율전쟁의 포문을 열었고, 4위인 멕시코에 대해서는 국경장벽 설치와 국경세 20% 부과 등을 검토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에서 "양국 경제 모두에 혜택을 주는, 자유롭고 공정하며 상호적인 무역관계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말해, 대일 무역적자 개선을 위한 통상 압박을 강화할 뜻을 시사했다.

그는 중국의 환율조작 문제도 거론하면서 "통화 평가절하에 관해서는 내가 그동안 계속 불평을 해 왔는데, 우리는 곧 공평한 운동장에 있게 될 것"이라며 "많은 사람이 이해하거나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빨리 그렇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환율조작국 지정이 임박했거나 초강경 무역보복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취임사에서도 "우리는 우리의 국경을 다른 국가의 유린으로부터 지켜야 한다"면서 "이들 국가는 우리의 제품을 생산해 우리 기업으로부터 도둑질하며, 우리의 일자리를 파괴한다"고 밝힌 바 있다.


◇ "레이건 정부 쌍둥이 적자 재연하면서 제2의 플라자합의 가능성"

미국은 지난 수십 년간 무역적자를 내왔다.

특히 1990년대 후반 중국이 세계무역대국으로 떠오르면서 중국에서 수입을 급격히 늘리자 미국의 임금에 하락압박이 가해지고 제조업 고용이 줄어들면서 적자 폭이 확대됐다. 하지만 무역은 비록 불균등하다 하더라도 소비자가격을 떨어뜨리는 등 전체적으로 이익을 가져온다는 게 경제학자들의 주장이다.




미국의 무역적자는 근본적으로 미국인들이 전세계 다른 국가에 비해 생산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소비한다는 의미다. 무역적자 폭을 줄이기 위해서는 생산을 많이 하든가 소비를 적게 해야 한다.

미국인들이 적게 소비한다면 미국의 무역적자는 2001년이나 2007∼2009년 경기침체기 때처럼 전체 경제와 함께 줄어들 수 있겠지만, 이는 노동자들의 형편을 개선해주지는 못한다.

생산을 늘린다면 미국 기업들은 수출을 더 하든가 수입제품 대비 시장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다. 여기에 관세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다른 무역상대국들이 미국에 보복해올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감세와 정부투자 확대를 하겠다고 공언해왔기 때문에, 이는 연방재정적자를 확대해 무역적자를 늘리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소속이었던 제프리 프랭클 미국 하버드대 이코노미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1980년대나 2000년대 봐왔던 쌍둥이 적자가 재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조지 부시 행정부에서 대통령 경제자문관이었던 매튜 슬로터 미국 다트머스대 경영대학원장은 "트럼프의 재정정책과 무역정책의 목표 간에 갈등이 있다"면서 "재정확대정책은 무역적자를 늘리는 요인이지 줄어들게 하는 요인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진보적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지난달 말 뉴욕타임스(NYT)에 게재한 칼럼에서 "트럼프노믹스는 레이건 행정부의 경제정책인 레이거노믹스와 비슷한 경로를 걷게 될 것"이라며 "레이거노믹스는 재정적자가 금리를 끌어올려 달러강세를 불러오고 무역적자를 확대하는 결과를 낳아 산더미 같은 쌍둥이 적자를 축적, 미국 제조업의 쇠퇴를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가 레이건 행정부가 쌍둥이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요청했던 1985년 플라자합의와 같이 제2의 플라자합의를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베 총리의 경제 자문인 하마다 고이치 예일대 교수는 지난달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제2의 플라자합의를 통해 달러 약세를 만들 수 있다고 예상했다.

1985년 9월 22일 당시 쌍둥이 적자를 더는 견딜 수 없게 된 레이건 행정부의 제임스 베이커 미국 재무장관은 미국 뉴욕의 플라자호텔에서 프랑스, 독일, 일본, 영국 재무장관들에게 달러화의 가치상승이 세계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여러 문제점의 하나라고 지적하면서, 외환시장 개입을 통해 일본 엔화와 독일 마르크화의 평가절상을 유도해 달러 강세를 시정해 달라고 요청해 각국이 이를 결의한 바 있다.

yuls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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