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소원이었던 공부, 끝까지 할래요"…'늦깎이' 학생들의 도전

입력 2017-03-02 11:13  

"평생소원이었던 공부, 끝까지 할래요"…'늦깎이' 학생들의 도전

학력인정 일성여중고 534명 입학…최고령은 88세 김순실씨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반갑다 얘. 너 몇 반 됐어?", "나는 오전반이라 2반이야", "언니는 고등학교라니 좋겠다. 난 아직 중학교야"…

2일 오전 10시 서울 마포아트센터. 다시 쌀쌀해진 날씨 속에도 고운 화장과 알록달록한 빛깔의 스카프, 모자, 브로치 등으로 뽐낸 60∼70대 여성들이 연신 웃음을 터뜨렸다.

2년제 학력인정 평생학교인 일성여자중·고교의 입학식이 열린 이 날 중학교 320명, 고등학교 214명 등 총 534명의 '늦깎이' 학생이 배움을 향한 힘찬 첫걸음을 내디뎠다.


이 학교는 가난이나 집안 사정 탓에 학업을 마치지 못한 여성들이 중·고교 과정을 배울 수 있도록 한다. 1952년 야학으로 시작해 지금까지 총 5만4천322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입학식이 열린 강당은 이미 1시간 전부터 학생들이 가득 차 빈자리가 없었다. 교훈인 '진실·근면'을 외우고, 손 하트와 함께 '굿모닝 서(Sir)'를 연습하는 목소리가 우렁찼다.

이날 최고령으로 고등학교에 입학한 김순실(88) 씨는 학생 대표로 꽃다발을 받았다.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 등을 거치며 홀로 두 아들을 키운 김씨는 지난달 중학교를 졸업했다.

김씨는 "전쟁이 나기 전 일제 교육을 받았는데 우리나라 역사를 제대로 공부하지 못해 아쉬웠다. 지인 덕분에 다니기 시작했지만, 건강만 허락해준다면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배움을 향한 열정은 '거리'도 개의치 않았다. 경기 평택, 충남 예산·천안 등 1시간이 훌쩍 넘는 거리를 오가며 학업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는 학생도 많다고 학교 측은 설명했다.

입학식에는 올해 대학을 졸업한 선배들도 함께해 자리를 빛냈다. 이들이 부동산 경영학과 중국어, 예술전문학사 학위 수여증을 꺼내 들자 새내기들은 존경의 박수를 쳤다.

한 2학년 선배가 "삶의 굽이굽이 고달팠던 때마다 '무식'은 얼마나 많은 원망과 질책을 받았느냐"며 다시 공부할 수 있게 된 행복을 이야기할 때에는 순간 침묵이 흐르기도 했다.


딸의 손을 꼭 잡고 입학식에 온 김정심(68) 씨는 "학교 공부는 오랫동안 마음에만 담아둔 건데 딸이 응원해줬다. 건강이 주어지는 한 끝까지 공부할 거다"며 금세 눈시울을 붉혔다.

중학교 공부를 시작한다는 김선이(62) 씨는 "공부는 내 인생의 평생소원이었다"면서 "특히 한문 공부를 열심히 해서 손주에게도 가르쳐주고 대학교까지 도전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선재 교장은 "여러분의 입학식은 새로운 도전"이라며 "우리의 만남은 좋은 인연, 아름다운 만남이다. 좋은 만남은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선인 선과'를 기억해달라"고 당부했다.

ye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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