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부터 다시 뛰는 '여성예능'…10년전 전성시대 재현할까

입력 2017-03-12 10:00   수정 2017-03-12 10:36

바닥부터 다시 뛰는 '여성예능'…10년전 전성시대 재현할까

'하숙집 딸들'·'슬램덩크2'·'비디오스타'…여러 시도에도 엇갈린 평가

"대중성·MC 풀의 한계" vs "진정성이 저력…프로그램으로 평가해야"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2000년대 중반은 여성 MC들을 내세운 예능 프로그램들의 전성시대였다. KBS 2TV '해피선데이-여걸파이브'나, SBS TV '일요일이 좋다-골드미스가 간다'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뿌리가 깊게 내리지 못했던 탓일까. 이후 남성 MC들의 파워풀한 활약 속에 '여성 예능'은 감쪽같이 자취를 감췄다.

그로부터 10년 후인 2017년, 여성 예능이지만 이제는 '여성'이란 꼬리표를 떼고 정면승부하고자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스타트를 끊은 프로그램들이 있다.

이번에야말로 기반을 제대로 다지지 않으면 두 번의 기회는 없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인지, 제작진과 출연진의 각오가 남다르다.






◇ 센 토크부터 걸그룹 도전기까지 새 예능 잇단 출격

지난해 7월 먼저 시작한 MBC에브리원의 '비디오스타'는 MBC TV '라디오스타'의 스핀오프 격으로, 박소현·김숙·박나래·전효성을 내세운 스튜디오형 토크쇼다.

'비디오스타'는 케이블 프로그램임에도 '라디오스타' 못지않게 평소 TV에서 잘 만나볼 수 없었던 연예인을 게스트로 섭외, 격의 없이 속 얘기를 나누며 방송마다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상파 중에는 가장 꾸준히 여성 예능을 시도해온 KBS 2TV가 두 편의 신작을 내놨다. 화요일 밤 '하숙집 딸들'과 금요일 밤 '언니들의 슬램덩크2'다. '언니들의 슬램덩크2'는 시즌2이니 엄밀히 말하면 완전 신작은 아니다.

'하숙집 딸들'은 이미숙 등 여배우 5명으로 시작했다가 멤버와 포맷 변화를 앞뒀다. 시작할 땐 '여배우'에 방점이 찍혔지만, 핵심은 나름 산전수전 겪은 '언니'들이 다 내려놓고 망가지며 '센 토크'도 불사한다는 데 있다.

'언니들의 슬램덩크2'는 시즌1에서 호평을 받았던 걸그룹 도전기에 '올인'했다. 멤버도 원년멤버 김숙과 홍진경에 더해 배우 한채영과 강예원, 가수 홍진영, 공민지, 전소미가 새로 합류해 신선함과 노련함을 더했다.






◇ 약체라는 선입견은 어디서 비롯됐나

그러나 다양한 시도와 노력에도 여성 예능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데다 케이블 채널이라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비디오 스타'는 논외로 하더라도, 새로운 두 예능은 아직 '약체'란 평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하숙집 딸들'은 첫 회 5%대 시청률에서 2%대까지 추락했고, '언니들의 슬램덩크2' 역시 5%대에서 3%대로 떨어졌다.

물론 이유는 있다.

'하숙집 딸들'의 경우 여배우들의 망가짐은 가상하지만,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찾지 못해 산만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결국 윤소이는 스케줄상 하차했고, 장신영 등 다른 출연진의 이탈설도 도는 상황이다. 포맷은 전면 개편을 앞뒀다.

'언니들의 슬램덩크2'는 이미 했던 도전인 만큼 신선도가 떨어진다는 의견과 미션곡의 대중성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공존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이유보다 여성 예능이란 이름으로 묶여 더 혹평을 받는다는 데 있다.

그 프로그램 자체의 약점을 논하기보다 "여성 예능이니까 이번에도 거기까지지", '여성 연예인들은 이미지 관리하느라 예능은 한계가 있지"하는 식이다.

같은 프로그램이라도 남성 MC들을 내세웠다면, 반응은 좀 달랐을지 모른다.

일각에선 남성 시청자들이 여성 연예인에게 원하는 것은 점점 더 '섹시코드'인데, 예능 프로들은 그 코드를 소화하기에는 걸그룹 무대와 달리 방송 시간이 너무 길다는 해석도 있다. 때문에 '스토리'로 승부 보는 게 아니라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 여성 전문 MC의 풀이 넓지 못하다는 것이 현실적인 문제점으로 꼽힌다.






◇ 효율성보단 진정성…강점과 대중성의 조화가 과제

이렇듯 대중의 선입견에, '유라인(유재석 라인)'이니 '규라인(이경규 라인)'도 없는 인력 풀 부족에, 맨바닥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데도 여성 예능에 대한 도전은 계속된다. 어떤 매력 때문일까.

'비디오스타'의 이유정 PD는 11일 "여성 MC들이 토크 진행자로 나서면 남성 MC들만 있을 때와는 달리 편안한 분위기가 연출돼 게스트들이 속마음을 열게 된다"고 말했다.

남성 MC들은 편집 지점 등을 알고 그걸 활용해 녹화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반면, 여성 MC들은 녹화가 다소 길어지더라도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어 더 재밌는 토크를 끌어낸다는 설명이다.

이 PD는 "처음에는 1회 녹화가 6∼7시간씩 길어지면서 힘들었지만 오히려 그런 점이 지금은 진정성이란 무기가 됐다"며 "또 여성 MC들이 최근에는 스스로 자신을 낮추고 망가져 상대방의 긴장감을 낮춘다"고 말했다.

'하숙집 딸들'과 '언니들의 슬램덩크2'는 화제성은 갖췄으니 이제 대중성을 채워야 하는 큰 과제가 남았다.

21일 하루 결방이라는 강수를 둔 '하숙집 딸들'은 일단 여배우란 틀에 국한하지 말고 화력 있는 팀원을 보강해 토크면 토크, 게임이면 게임, 역할극이면 역할극 등이 제 자리를 찾아가는 게 급선무다.

'언니들의 슬램덩크2'는 전 시즌의 걸그룹 도전기가 화려한 노래와 춤이 아닌 '진정성'으로 호평받았던 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lis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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