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독립문화원 사라진 하와이에 박물관 지을 것" 고서숙 씨

입력 2017-03-28 15:53  

[사람들] "독립문화원 사라진 하와이에 박물관 지을 것" 고서숙 씨

고송문화예술재단 이사장 "독립문화원 매각으로 이민사 알릴 시설 없어져"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미주한인 이민 종가인 하와이에 '미추홀(인천의 옛 지명) 박물관'을 짓고 싶습니다."

미국 하와이 고송문화예술재단 고서숙(여·66) 이사장의 고향 '인천 사랑'은 남다르다. 그는 남편과 함께 번 돈을 한인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다는 취지로 남편(고)과 자신(송)의 성을 따 재단을 설립했다.

그는 2003년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열린 미주 한인 이민 100주년 기념식에 참가했던 인천광역시 관계자들에 의해 국제자문관으로 발탁되고서 14년째 활동하고 있다. 그동안 호놀룰루시와 인천시 간 자매결연을 성사시키는가 하면 호놀룰루 중심가에 있는 공원 부지를 하와이주 정부로부터 65년간 무상 임대받아 '인하(인천-하와이) 공원'을 조성했으며 2008년 인천 월미도에 들어선 '인천 이민사 박물관' 건립에도 앞장섰다.

또 2003년 하와이 한인미술협회장을 맡고, 인천과 하와이 한인 미술인들의 전시회를 열어 인천과 하와이 간 교류 물꼬를 텄다. 현재 이 협회 고문이다.

인천은 1902년 우리나라 최초의 이민선 갤릭호를 비롯해 많은 이민선이 하와이, 멕시코 등으로 떠난 항구다.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으로 나간 한인들은 1903년 1월 13일 호놀룰루 항에 도착했고, 이날이 미주 한인 이민 114년 역사의 기착점이다.

그는 지난해 말 호놀룰루시 한가운데에 '미추홀 박물관'을 짓겠다는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오는 10월 호놀룰루에서 열리는 '제10회 인천-하와이 국제미술전'을 준비하기 위해 방한한 그는 28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박물관에는 하와이 한인 이민 114년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유물 등을 전시하겠다"고 말했다.

박물관 부지는 인하 공원이다. 무상 임대 기간이 길고, 공익적인 목적으로 건물을 짓기에 주 정부도 흔쾌히 수락할 것이라고 그는 판단하고 있다.

"행정적인 절차는 제가 주와 시 정부를 뛰어다니며 충분히 밟을 수 있어요. 문제는 건립비 마련입니다. 한인사회와 한국 정부가 나서주길 바라고 있죠. 충분히 명분도 된다고 봅니다. 이번 방한 기간에 인천시를 비롯해 정부 관계자를 만나 지원을 요청하고 있어요. 미주 한인 이민 종가인 하와이의 역사적 가치를 후손에게 알린다는 뜻을 적극적으로 호소하고 있습니다."

고 이사장이 이처럼 박물관 건립에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는 지난해 '하와이 독립문화원'이 매각돼 지금은 이민 역사를 알릴 변변한 문화시설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는 2003년 문을 연 독립문화원이 지난해 매각된 이후로 박물관 건립에 더 매진하고 있다.

"하와이 한인 후손과 한국 방문객들이 찾아와 선조의 역사를 배우던 곳이 하루아침에 문을 닫았어요. 전시 유물과 무명애국지사추모비 등이 소유주인 한국의 경민학원으로 넘어갔습니다."

이 문화원에는 우리나라 해외독립운동 거점이던 대한인국민회와 관련한 사료가 전시·보관돼 있었다. 회관과 하와이 지방총회 창립회원 사진, 이승만의 입회 증서, 당시 독립운동 자금을 모금했음을 보여주는 의연금 증서, 독립운동을 위해 군인 양성에 앞장선 박용만 선생의 모습과 당시 훈련 장면을 담은 사진 등이다.

대한인국민회는 1948년 호놀룰루 루크애비뉴에 있던 포르투갈 총영사관 건물을 매입했다. 이후 여러 활동을 하다 재정난을 겪었고, 이런 소식을 들은 경민학원 설립자인 홍우준(94) 전 국회의원이 2002년 비영리단체 '재단법인 하와이 한국독립문화원'을 설립하고 이 건물을 55만 달러에 사들였다.

그는 건물 매입 이듬해인 2003년 미주한인 이민 100주년 때 하와이 초기 이민에서부터 독립운동, 해방 후 고국 지원 활동에 이르기까지 각종 유물과 사진 자료를 모아 '하와이 한국독립문화원'을 세웠다. 그리고 한국독립문화원 앞뜰에는 독립운동을 하다 스러져간 한인들의 넋을 기리고자 '무명애국지사추모비'도 세웠다.

하지만 주택가에 있는 탓에 토지 이용 규제에 묶여 개원 이래 공공시설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운영비가 매년 1억 원 이상 들어가자 지난해 146만 달러에 매각했다.

한인사회는 즉각 반발했고, 그 중심에 고 이사장이 있었다.

"정부와 관계기관을 찾아가 하소연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어요. 하와이 한인들이 부족하고 바보 같아서 역사를 지켜내지 못한 거죠. 그렇다고 마냥 자책만 할 수는 없잖아요. 다시 박물관을 세우는 수밖에. 국가보훈처는 독립문화원에서 한국 경민학원으로 이송한 유물을 천안의 독립기념관으로 옮겨 임시 보관하다 한인사회가 필요하면 다시 돌려주겠다고 했으니 하루빨리 박물관을 지어야겠죠."

최근 비즈니스를 접고 박물관 건립에 뛰어든 고 이사장은 서라벌예대를 졸업하고 결혼과 함께 1973년 하와이에 건너갔다. 레스토랑에서 일하며 번 돈으로 비즈니스 종잣돈을 마련한 뒤 고송식당, 보석도매상, 인터내셔널마켓 등을 운영하며 자리를 잡았고, 현지 쉐라톤 호텔에 3개의 매장도 운영하며 부를 쌓았다. 지난 1989년 '아카데미 오브 아트'에 입학해 늦깎이 미술 공부를 시작한 그는 틈틈이 그림을 그리며 현지 사회와 교류했다.

ghw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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