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사기범은 당신을 알고 있다?" 제주서 허망한 피해 속출

입력 2017-03-30 15:07  

"전화사기범은 당신을 알고 있다?" 제주서 허망한 피해 속출

"수사기관은 돈 얘기 안 합니다. 속지 말고 곧바로 112 신고하세요"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서울지검 000 검사입니다. 사기단에 연루됐으니 합의금을 이체하지 않으면 처벌받습니다."

"경찰 사이버수사대입니다. 나쁜 사람들이 귀하의 00 은행 예금을 노리고 있어요. 다른 계좌로 이체하거나 인출해 집에 두세요."

지난 29일까지 9일간 제주에 사는 20대부터 60∼70대까지 29명에게 무작위로 이 같은 전화가 걸려왔다.

자신을 수사기관 관계자라고 밝힌 그들은 전화를 받는 이의 가족 실명을 거명하거나 서울이나 일본 출장 등 실제 행적을 거론하며 예금 인출이나 계좌이체를 권유했다.






한 노인은 여러 차례 은행과 집을 오가는 수고까지 하며 예금을 인출해 집에 뒀다가 모두 털리는 등 완벽히 속았다.

경찰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사기범들은 여러 경로로 피해자의 사정을 예상보다 잘 알고 있으며, 수법도 더욱 진화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사거범은 피해자 주변의 정보 하나둘 정도는 미리 알고 있다. 이를 통해 협박, 회유, 안내 등 다양한 수법으로 돈으로 노린다.

지난 20일 제주시에 사는 60대 후반 A 씨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사기범은 A씨 아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그가 보증을 섰는데 갚지 않아 납치했으니, 돈을 갚지 않으면 장기를 적출하겠다고 협박했다.

질겁한 A씨는 사기조직의 행동책(중국동포)을 제주시 내 모처에서 만나 2천400만원을 건네 피해를 보았다.

경찰청 사이버수사대를 사칭하며 70대 노인에게 전화를 걸어 "예금 계좌가 사기사건 표적이 됐으니 돈을 인출해 냉장고에 넣어두라"는 안내형의 보이스피싱 사건으로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개인정보까지 알고 있던 사기범에 속은 이 70대 노인은 통장의 모든 돈을 찾아서 냉장고에 보관하라는 말에 7천만원이나 인출, 집에 보관했다가 털리고 말았다.






이처럼 사기범들의 치밀한 수법에 나이를 불문하고 속아 넘어가고 있다.

제주에서 피해가 발생한 7건 중 2건은 비교적 물정을 아는 20대까지 노렸다.

지난 28일 제주시에 사는 20대 여성은 "사기사건에 연루돼 있다. 자금 흐름 수사에 필요하니, 검찰청 계좌로 돈을 보내라"고 하는 보이스피싱 사기에 속아 범행 계좌로 650만원을 이체했다가 전액 털리고 말았다.

이상정 제주지방경찰청장은 "경찰·검찰·금융감독원 등 어떠한 기관도 예금을 보호해준다고 특정계좌로 입금하라거나 현금으로 찾아 세탁기, 냉장고 등에 보관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며 속지 말 것을 당부했다.

경찰·검찰 등 수사기관은 전화로 형사사건에 연루됐다며 합의금 명목으로 특정계좌에 돈을 입금하라고 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금융기관에서도 저금리로 대출해주겠다며 신용등급 향상 등을 위한 수수료를 미리 입금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이 청장은 "이런 요구를 하는 전화를 받으면 100% 사기"라며 무조건 끊고 112상황실에 신고할 것을 당부했다.

제주도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홈페이지를 통해 이런 주의 사항을 알리고 반상회와 자생단체의 모임을 열어 자율적으로 경각심을 높이는 자리를 마련하도록 유도할 예정이다.

최근 제주에서는 기업형 전화금융사기단이 활개 치고 있다. 돈을 빼가는 보이스피싱 행동책들이 다수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에서는 지난 20일부터 28일까지 9일간 총 7건의 보이스 피싱 피해가 발생했다. 피해액만도 1억6천415만원에 이른다. 미수사건도 22건이나 돼 3억2천900만원이 마수에 넘어갈 뻔했다.

kos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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