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퍼드ㆍ브라운대연구팀 "소셜미디어로 정치 양극화 심화 통념은 오류일 수도"
공동저자 "노년층에 영향주는 매체는 케이블 TV와 정치 토크쇼"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 1960년대에 미국의 공화당원이나 민주당원 가운데 자기 아들, 딸이 다른 정당 지지 집안사람과 결혼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했던 비율은 대략 5%였다고 한다.
그러나 2010년 조사에서는 공화당원의 50%, 민주당원의 30% 이상이 '불행하다'는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상을 정치적 양극화의 심화라고 미국인들은 부른다.
지금까지의 통념은 소셜미디어와 인터넷의 발달이 이런 정치적 양극화를 심화시킨 주범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 한 신뢰성 있는 조사에서 인터넷에 많이 노출된 젊은 층보다 인터넷을 거의 쓰지 않는 노년층에서 정치적 양극화가 더 심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13일 스탠퍼드대와 브라운대 공동 연구팀의 보고서를 인용, "1996년부터 2012년 사이에 인터넷을 최소한으로 사용했던 미국의 노년층 사이에서 정치적 양극화가 더 심해졌다"고 보도했다.
NYT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치우친 뉴스 기사와 친구들의 당파적 발언을 통해 사람들은 자신의 견해를 강화해왔으며, 미국인의 심각한 정치적 양극화를 초래했다고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면서 "그러나 이 통념은 어쩌면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조차 뉴요커와의 퇴임 인터뷰에서 "잘못된 정보와 거친 음모론을 확산시키고 어떤 거부감도 없이 상대편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소셜미디어의) 경향성이 유권자들을 급격히 양극화로 이끄는 촉매제가 됐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연구팀이 인터넷 사용량에 따라 응답자들을 분류한 뒤 9개 항목의 정치적 양극화 성향을 조사한 결과 고령자층에서 양극화 지수가 지속적으로 높게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1996년부터 2012년까지의 양극화 지수 증가율을 보면 소셜미디어를 가장 적게 사용하는 75세 이상의 응답자들은 0.38 포인트, 다음으로 인터넷을 덜 사용하는 65∼74세 그룹은 0.35 포인트, 가장 많이 사용하는 18∼39세 인구는 0.05 포인트로 노년층에서 훨씬 높았다는 것이다. 평균 양극화 지수 증가율은 0.18 포인트였다.
보고서 공동집필진 가운데 한 명인 브라운대의 제시 사피로 교수는 "연구를 최근 시점으로 업데이트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밝히면서 "우리의 추측으로는 디지털 미디어가 정치 상황 변화에 어떤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정치 양극화의 주범은 아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동 저자 중 한 명인 매튜 겐츠코우는 정치적 양극화를 부추기는 두 주요 원인으로 "소득 불평등 증가와 같은 구조적 요소 또는 비 디지털 미디어, 특히 케이블 TV와 토크쇼 프로그램 등이 그런 역할을 하고 있을 수 있다"는 견해를 보였다. 실제로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지지자의 40%는 미국의 우파 성향 TV인 폭스 뉴스를 통해 정보를 접했으며, 미국의 극우논객 러시 림보와 션 해니티 등이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연령 집단은 주로 65세 이상이라고 겐츠고우는 말했다.
kn020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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