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리 잃은 흥천사 종, 덕수궁 벗어나 새 장소에 보관돼야"

입력 2017-04-17 08:05  

"제자리 잃은 흥천사 종, 덕수궁 벗어나 새 장소에 보관돼야"

흥천사 학술 심포지엄서 최응천 동국대 교수 주장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흥천사 동종을 덕수궁 광명문 안에 자격루와 함께 전시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새로운 보관 장소를 찾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지난 15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흥천사 학술 심포지엄에서 최응천 동국대 교수는 보물 제1460호인 흥천사 동종의 중요성에 대해 발표한 뒤 종의 위치를 재검토할 시점이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흥천사 동종은 조선 왕실이 발원해 1462년 최고의 장인들이 제작한 불교 문화재인데, 물시계인 자격루(국보 229호) 옆에 있어서 의미를 잃고 있다"며 "이 종이 덕수궁에 자리 잡은 데는 안타까운 역사가 숨어 있다"고 설명했다.

흥천사(興天寺)는 태조 이성계의 계비인 신덕왕후의 명복을 빌기 위해 1397년 조성된 절이다. 당시에는 신덕왕후의 무덤인 정릉(貞陵)이 오늘날 서울 중구 정동에 있었기에 흥천사의 터도 정동으로 정해졌다.

도성 내에 있는 사찰로 번성하던 흥천사는 16세기에 화재를 겪으면서 건물이 모두 소실됐다. 흥천사 동종은 한동안 방치돼 있다가 조선 후기부터는 경복궁 광화문에 걸렸다.

하지만 한국 문화재를 수집하는 데 혈안이 됐던 일제는 흥천사 동종을 이왕가박물관의 전시품으로 편입시켰다. 이후 창경궁에 있던 이왕가박물관이 1938년 덕수궁으로 이전하면서 종도 창경궁에서 덕수궁으로 옮겨졌다.

이왕가박물관의 유물을 넘겨받은 국립중앙박물관은 1972년 '경복궁 시대'를 시작했으나, 흥천사 동종은 자격루와 함께 덕수궁을 벗어나지 못했다.

최 교수는 "보물 제2호 보신각 종보다 6년 먼저 만들어진 흥천사 동종은 왕실 발원 범종의 기준작이자 모본이 된 작품이라는 점에서 가치가 매우 높다"며 "조선시대 종을 대상으로 국보 승격을 고려한다면 흥천사 동종이 일순위"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동종이 있었던 정동 흥천사는 사라졌고, 지금 성북구에 있는 흥천사는 1794년 중창된 절"이라며 "제자리라고 할 만한 곳이 없는 형편이지만, 흥천사 동종과 덕수궁 사이에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도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학계는 흥천사 동종이 재조명받을 수 있는 장소가 어디인지 논의해야 한다"며 "다만 동종을 옮기더라도 보존을 위해 타종은 금지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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