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비핵화 단기해법 없어…내부 '아래로부터 변화' 유도해야"

입력 2017-04-27 13:23  

"北비핵화 단기해법 없어…내부 '아래로부터 변화' 유도해야"

란코프 교수 "핵무기 고도화 방지 관리·경제개발 촉진, 외부정보 주입책 써야"

"김정은, 외부공격-쿠데타-민중봉기 3종세트 위협에 핵무기-공포정치-경제개혁으로 생존 도모"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북한 정권은 핵무기를 포기하면 "죽은 목숨"이라고 믿고 있어서 어떠한 압박이나 유인책으로도 비핵화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외부 세계는 더 이상의 핵무기 고도화를 막는 선에서 관리하면서, 경제발전 촉진과 외부정보 주입을 통해 북한 내부에서 아래로부터 변화가 일어나도록 유도하는 게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가 주장했다.




러시아 출신의 저명한 북한 전문가인 란코프 교수는 26일(현지시간) 외교안보 전문 매체 포린 폴리시에 기고한 글에서 북한 문제의 단기 해법은 없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현재 (제한적인 시장지향적 경제개혁으로)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는 경제성장 같은 긍정적인 변화들을 외부 세계가 더욱 촉진시킬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고 장기 해법을 제시하고 "그 가운데서도 더 많은 북한 주민이 더 많이 접할 수 있도록 외부정보의 주입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바깥 세계의 삶에 눈을 뜬 주민들이 아래로부터 추동하는 변화야말로, 북한 정권의 억지 양보에 의해서든 김정은 정권의 전복을 통해서든, 북한에 가장 희망적인 미래"라는 것이다.

란코프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북한 김정은 자신과 정권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외부 세계의 직접적 공격이나 정권교체 시도, 내부 엘리트층의 쿠데타, 경제난에 따른 민중봉기 등 3가지를 상정해 각각 핵무기, 공포정치, 정치적 억압체제 내에서의 시장지향적 경제개혁으로 대응하고 있다.

우선 핵무기 집착과 관련,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과 무아마르 카다피 전 리비아 국가원수의 운명이 김정은 가문에 "확고한 교훈"을 줬다고 란코프 교수는 말했다.

허장성세로 미국에 맞섰다가 일격에 최후를 맞은 후세인의 운명도 그렇지만 특히 "미국에 적대적이었다가 서방의 경제지원과 교환 조건으로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하는 협상을 타결한 최초의 사례인" 카다피의 비참한 최후는 북한 정권이 자신을 방어하는 수단으로 핵무기를 포기할 수 없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리비아 핵 협상 타결 당시 미국관리와 언론들은 북한을 향해 "리비아의 교훈을 배우라"고 촉구하고 실제로 북한은 "교훈을 배우긴 했으나 완전히 다른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란코프 교수는 지적했다.

리비아에서 반정부 봉기가 일어나자 나토는 리비아 정부군에 대해 비행금지 구역을 강제함으로써 카다피 정권에 사형선고를 내린 셈이 됐다.

란코프 교수는 "김정은은 자신이 남한이나 미국을 먼저 공격하면 자살행위라는 것도 알지만, 핵무기 투발 수단과 2차 보복타격 무력을 갖추고 있으면 어떠한 강대국도 북한을 공격하거나 북한 내부 투쟁에 개입하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어떠한 형태의 압박"이나 "어떠한 보상 약속"도 김정은을 움직이게 할 수 없다고 그는 덧붙였다.

북한 정권은 미국의 직접적인 공격뿐 아니라 북한 내부에서 반정부 봉기가 일어났을 때 미국이나 중국이 이에 개입하는 것도 두려워하고 있다. 1956년 이른바 '8월 종파 사건' 때 각각 중국과 소련의 지원을 받는 연안파와 소련파가 김일성을 축출하려다 실패한 사례가 있다.

김정은이 핵무기로도 막을 수 없는 위협은 내부 군사 쿠데타 가능성. 이에는 공포통치로 대처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이복형인 김정남 암살을 비롯해 김정은은 북한 집권층 내부의 불만의 구심점이 될 수 있고 그 수단을 가진 인물들을 차례차례 제거하고 있다. 따라서 "무력을 가진" 군부와 보안기관 책임자들만 표적으로 삼고 "경제 분야 책임자들은 지금까지 안전하다"고 란코프 교수는 특기했다.

란코프 교수는 김정은의 공포정치가 엘리트층을 대상으로 해선 무자비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일반 주민이 정치범으로 체포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징후는 없다"고 말했다. 총 인구 2천500만 명에 정치범이 8만 명일 정도로 세계 최고 수준이긴 하지만 김정은 시대 들어서 그 이전보다 증가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김정은이 느끼는 3번째 위협은 민중봉기. 정작 김정은의 몰락을 부르는 것은 장군들의 쿠데타가 아니라 경제난에 시달리는 민중의 반란일 수 있다.

김정은도 이를 의식해 시장지향적 경제개혁 조치를 취하고 있으나 북한보다 경제규모가 14배~40배나 큰 남한의 존재로 인해 북한 주민들이 "남한으로 흡수 통일을 꿈꿀까 봐" 개혁과 개방을 동시 추진하지 못하고 정치적 자유화 없이 가혹한 억압체제를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농업분야의 가족농화, 시장가에 따른 매매와 공용과 해고권을 포함한 기업 경영의 자율권 확대를 통해 "북한이 최근 수년간 3% 언저리나 그 이상의 성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대부분의 전문가는 보고 있다"고 란코프 교수는 말했다.

그는 "기아는 끝났고, 평양뿐 아니라 북한 전역에서 생활 수준이 빠르게 향상되고 있다"면서 "개인 자금이 건설 붐을 일으키고 상점과 식당은 신흥 부자들로 북적이며, 미국 달러화로 수백만 달러의 부를 축적한 자산가도 생기고 있으나 탄압받지 않고 정부 기관과 협력 사업에 투자할 것을 권유받고 있다"는 말했다.

란코프 교수는 서방이 김정은에 대해 미쳤다거나 비합리적이라는 가정하에 대북 정책을 수립한다면 잘못일 뿐 아니라 위험스러운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김정은의 생존 전략에 대한 현실적 분석과 대응책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yd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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