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도 노동절 집회…대선 앞두고 反극우연대 '분열상'

입력 2017-05-01 22:11  

프랑스도 노동절 집회…대선 앞두고 反극우연대 '분열상'

"신자유주의자 마크롱, 지지선언까지는 못하겠다."…'르펜 반대' 구호만

일부 "르펜·마크롱 모두 반대"…15년 전 노동절 130만명 모여 "시라크 지지"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 대선 결선투표가 엿새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노동절을 맞아 프랑스의 대표 노동단체들의 반(反)극우연대가 분열상을 노출하고 있다.

2002년 대선 때 장마리 르펜이 결선에 진출했을 때 130만 명이 거리로 몰려나와 일치된 목소리로 중도우파 시라크를 지지하겠다고 선언한 것과 극명히 대비되는 모습이다.

1일(현지시간) 프랑스 곳곳에서 열린 노동절 집회에서는 극우정당 후보인 마린 르펜(48·국민전선)의 집권은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곳곳에 등장했지만, 중도신당의 에마뉘엘 마크롱(39·앙마르슈)에게 결선에서 표를 몰아줘야 한다는 주장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지는 못했다.

일부에서는 두 후보 모두에게 반대한다는 구호와 플래카드가 등장하기도 했다.

프랑스 최대 노동단체 5곳 중 르펜에 맞서 마크롱을 지지하겠다고 공식 선언한 곳은 민주노동동맹(CFDT)와 전국자율노조연맹(UNSA) 뿐이다.

이날 파리 19구에 모인 CFDT-UNSA 공동 노동절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국민전선의 반동적이고 국수적인 주장에 맞서 마크롱에게 전략적 투표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네사 제레브 UNSA 사무총장은 "서로의 견해차는 잠시 접고 FN에 저항해 마크롱에게 표를 몰아줘야 한다. 필요하다면 다시 거리로 나오자. 마크롱에게 표를 주는 것이 그에게 백지수표를 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프랑스 최대 노동단체인 노동총동맹(CGT)을 비롯해 노동자의 힘(FO) 등 좌파성향이 더 강한 나머지 3개 단체는 극우 르펜의 집권은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마크롱에 대한 공개지지 선언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이들은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에서 노동 유연화를 밀어붙여 온 마크롱이 지나치게 기업의 편에 서 있다면서 집권하면 노동자의 권익을 줄이고 기업의 자유를 늘리는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펼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인종차별과 국수주의를 내세운 르펜과, 친(親)기업 후보 마크롱을 모두 배격하자는 이른바 '사회주의 전선' 구축 주장도 제기됐다.

그러나 CGT의 필리프 마르티네즈 위원장은 "마크롱과 르펜은 절대 같지 않다. 국민전선은 인종주의, 외국인혐오, 여성차별, 반(反)노동자 정당이다. 그런 접근법에는 깊이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노동단체들이 대선 결선에서 누구를 지지할지를 놓고 통일된 목소리를 내놓지 못하는 상황은 2002년 대선 때와 극명히 대조되는 모습이다.

르펜의 아버지로 국민전선을 창당한 극우 정치인 장마리 르펜이 사회당의 리오넬 조스팽 당시 총리를 꺾고 결선에 오르는 대이변을 연출하자, 대표노조들은 일제히 중도우파 자크 시라크 지지를 선언하며 결집했다.

노조를 비롯한 제반 정치세력과 시민사회단체가 "극우의 집권을 막자"면서 구축한 '공화국 연대'로 인해 시라크는 80%가 넘는 압도적인 득표로 장마리 르펜을 눌러.

이날 프랑스 전역에서 진행된 노동절 집회는 규모 면에서도 2002년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2002년 노동절에는 파리에서만 40만명, 전국에서 130만 명이 노동절 집회에 가세해 반(反) 르펜의 목소리를 높였다. 노동절뿐 아니라 1차투표와 결선투표 사이 2주간 전국 곳곳에서 매일같이 집회가 이어져 시라크에게 표를 주자는 주장이 결집했고, 이는 시라크의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날 집회는 참가인원 집계가 아직 나오지 않은 것을 고려해도 15년 전과 비교해 규모와 열기 면에서 크게 못 미친다고 르몽드 등 프랑스 언론들은 전했다.

르펜 측은 이처럼 노조들이 마크롱을 공개지지 하기를 꺼리는 것을 역으로 이용하고 있다.


지난주 르펜은 가전업체 월풀의 공장을 방문해 마크롱을 노동자의 적으로 규정하고 야만적인 세계화와 자유무역의 폐해를 극복할 후보는 자신뿐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르펜은 이날 파리 외곽 빌펭트에서 노동절 유세를 하고 "마크롱은 찰거머리처럼 권력에 집착하는 또 다른 프랑수아 올랑드일 뿐"이라고 공격했다.

마크롱은 1995년 국민전선이 진행한 노동절 집회에서 스킨헤드족들에게 떠밀려 센강에서 빠져 숨진 모로코 청년을 추모하는 행사에 참석해 "마지막 순간까지 르펜의 공약과 이념들에 대항해 싸우겠다"고 말했다.

yongl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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